그 이유는 터무니없다.

그 마왕 녀석. 자기를 죽이려는 용사 파티를 전멸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해서 먼저 용사 파티를 어떻게 전멸시킬지 정찰부터 해봤는데, 파티 자체가 쩔었다.

여신의 가호를 받은 성검과 용의 갑주로 무장한 용사는 그렇다쳐도, 드래곤들 중에서도 정점인 다크 드래곤과 라이트 드래곤의 사이에서 태어난 용의 전사.

그뿐만 아니다. 대천사의 가호를 받고 역대 성녀들을 뛰어넘은 신성력을 지닌 대성녀, 고대 문명의 로스트 테크놀로지를 복원하고 5개 사단을 전멸시킬 정도의 화력을 지닌 오토마톤.

거기다가 세계수의 간택을 받고 초음속의 파괴력을 지닌 화살을 날리는 엘프 궁사, 거기다가 생전에는 대마법사로 칭송받던 리치의 손에 키워지고 스승이자 부모를 넘어선 대마력의 소유자인 대마법사.

아무리 내가 사천왕 중 약골이기는 해도 이건 너무했다. 그래서 마왕한테 군사력을 더 키우거나 지상계 정복을 단념하자고 제안을 해봤다.

그런데 이 골빈 마왕놈은 나보고 용사 파티의 화력을 너프시키라면서 날 강제로 보내려고 했다.

이 마왕 녀석의 갑질에 참을대로 참다가 이성의 끈이 끊어진 나는 녀석의 뚝배기를 깨트렸다. 

호잇이 계속되면 둘리인줄 아나보지.

결국 나는 다른 사천왕들이나 부하들 몰래 마왕의 시체를 이끌고 땅에다 묻고 있다. 이제 내 범죄를 아는 녀석은 없겠지. 

설령 시체가 발견된다해도 용사 파티가 그런거다라고 넘어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