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내가 폐인처럼 즐기던 무협 게임인 대강호에 빙의된지 15년.

[천마를 물리치십시오. 직접 싸우지 않아도 현격한 경지의 차이가 인정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빙의하자마자 이런 시스템창이 뜨더라.

게임에 빙의해서 그런지, 실제로 게임에서도 마지막 보스로 나왔던 천마를 물리쳐야 집으로 보내준단다.

누가 빙의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양심은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다행히도 운 좋게 북해빙궁 소궁주로 빙의되어 나름 착실하게 퀘스트를 따라 수련하는 중이었다.

북해빙궁의 직계 자손에게만 전수되는 극한현무심경을 소성하라는 일종의 메인 퀘스트였다.

그리고 15년동안 수련한 결과 드디어 심경을 5성까지 단련하는 데 성공해서 어렵사리 퀘스트를 깼다.

퀘스트를 깼더니 보상이랍시고 뽑기권을 하나 주길래 뭘 주려나 하고 그냥 돌려봤는데.


[지존극현무회구천을목오기생화신단]

신급 영약이 나와버렸다.


[아니, 잠깐, 이게 나온다고?]

뭐야 시발, 너 누구야.

[들켰네…….]

에휴…….

아무튼 신급 영약이 나오기는 했는데,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지존극현무회구천을목오기생화신단: 경지를 다섯 단계 뛰어넘을 수 있는 신급 영약이지만 음기가 너무 강해져서 남자가 흡수할 시 음양이 역전된다.]

그 많은 신급 영약중에 하필 이게 나오냐.

지금 절정 수준이니까 체화하기만 해도 천마 정도는 그냥 이길 수준이다.

그러니까 지금 바로 집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건데.

[영약 체화하고 여자가 되어 집에 가기 vs 그냥 살기. 당신의 선택은?]

"너 시발 이러려고 북해빙궁으로 보냈냐?"

시스템창이 뜬 뒤에도 내가 한참을 고민하고 있으니 창에 카운트다운이 떴다.

[영약 체화하고 여자가 되어 집에 가기 vs 그냥 살기. 당신의 선택은? 10초 드리겠습니다. 10, 9, 8……]

"갈래, 간다고!"

앗. 시발.

[축하합니다. 집으로 보내드리죠.]

……좆됐네. 아니 좆 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