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있음



주술외전 1화

https://arca.live/b/writingnovel/78600056


주술외전 2화

https://arca.live/b/writingnovel/78838564


 "또 시간에 장난질을..."

   

 미래를 끌어오고, 과거를 다시 재생하고, 현재를 모호하게 하여 시간을 이어붙이며 오직 스쿠나를 공격하는 현실만 실체화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또한 스쿠나에게는 "장난질"에 불과했다.

   

 사토루가 미래에서 자신을 덮치든,

   

 과거에서 자신을 죽인 것 취급하려 하든,

   

   

 “모든 시간대에서 네놈을 죽여버리면 되는 일 아니겠느냐.”

   

 그의 참격은 귀신같이 사토루를 쫓아 찢어발겼고, 그의 팔은 괴물같은 힘으로 사토루를 날려버렸다.

   

 정방향 시간의 흐름에 대한 공격도, 역방향 흐름에 대한 공격도 스쿠나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그 술식을 스쿠나 쪽에서 역으로 사용해대는 빈도가 늘어났다.

   

 처음엔 여러 명의 사토루가 한 명의 스쿠나를 공격했다면, 점점 스쿠나의 수가 늘어나 종국에는 여러 명의 스쿠나가 한 명의 사토루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국면이 기울었다.

   

 “왜 그러나? 애송이! 네놈의 시간의 힘을 본인이 당하는 건 익숙치 않나 보지?”

   

 시간의 모순이 공간에 균열을 냈고, 거대한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다시 무하한의 어딘가로 떨어졌다.

   

 다만 거기서 똑바로 서있을 수 있는 건 스쿠나 뿐이었다.

   

 “하하하! 이봐, 네놈의 영역에서, 네놈의 힘으로 승부를 했는데 꼴이 그게 무어냐? 하긴, 인간 최강이라 불리며 온 세상을 누비던 놈이, 자신의 영역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써대는 놈을 상대해봤을 리 없으니, 무리도 아닌가?”

   

한 쪽 무릎을 꿇은 사토루는 대답없이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좀 더 분발해보거라, 인간 최강. 아까 진심을 다하지 않겠다고 했던 내 말은 진심이다. 그리고 내게 익숙치 않은 네놈의 힘으로만 상대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승산이 보이지 않느냐?”

   

“술식 맥동脈動, 점멸.”

   

묵묵히 술식을 외우는 고죠를 향해 스쿠나는 휘파람으로 응대했다.

   

“이 늙은이의 머릿속에 마침 창의적인 게 생각난 참이다. 젊은 네놈의 상상력이 어떻게 받아칠지 궁금해지는구나.”

   

 스쿠나는 양손으로 가운데를 움켜쥘 듯한 자세를 취했고, 그 방향대로 왼쪽에선 푸른 발톱이, 오른쪽에선 붉은 발톱이 사토루를 노렸다.

   

발톱이 서로 맞닿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토루는 알고 있었다.

   

 자색 폭죽. 아니, 분명 그 능력에 뭔가 더해져 예측 불가능한 뭔가가 날아올 것이다.

   

   

 돌진하려던 자세를 급히 바꾼 사토루는 점멸하는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뒤로 후퇴했다.

   

 거의 공간 전체를 채울 듯한 보라색 빛조차 무작위적으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고죠를 쫓지는 못 했다.

   

 “어디로 가려는 게냐?”

   

 하지만 폭발보다 스쿠나가 빨랐다.

   

 ‘맥동의 술식을 따라한 게 아니야?’

   

 스쿠나는 이미 무량공처와 한 몸이라도 된 듯 무한과 0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사토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서 심장마비로 죽겠구만.”

   

 “그건 재미없겠구나.”

   

 주먹을 몇 번 나누자 사토루가 다시 뒤로 밀려났고,

   

 “이건 어떨까, 심약자 양반?”

   

 밀려난 속도에 자신의 속도를 더해 빠르게 후퇴하는 사토루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참격이 쫓았다.

   

 하나하나의 참격에 각기 다른 색의 잔상이 남는 것을, 사토루의 눈은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푸른 참격이 고죠를 꿰뚫으려는 찰나, 그는 붉은 빛이 감도는 양손으로 이를 잡아채서 흘려내는 데 성공했다.

   

 “호오? 막았다고?”

   

 “1000년 묵은 할아버지, 노인이 젊은이 따라하려고 무리하면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어?”

   

 “허허허허허... 잠깐만 활기가 돌아와도 그 입은...”

   

 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고죠의 모습, 들리던 소리, 무량공처 전체까지 흔들리며 사라진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

   

 모든 것이 나타난다.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이 있는 공간. 모든 것을 알 수 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간.

   

 무량공처.

   

 모든 정보가 주입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이, 고죠의 목소리가 무한히 반복해서 들린다.

   

 “이 힘은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말이지~ 제발로 함정에 걸어들어와줘서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

   

 말도 안 된다.

   

   

   

   

   

 ...

   

 말도 안 된다.

   

   

   

   

   

 ...

   

   

   

 자신의 생각조차 무한히 반복되는 부조리한 공간 속에서, 제아무리 스쿠나라 할지라도 자신과 타인, 세상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 안에 존재한다면, 아무것도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쿠나는 그렇게 생각을 멈추고, 세상 속에 자아를 던져놓았다.

   

 톡.

   

 물이 존재하지 않는 무한한 바다속에, 물방울 하나를 떨어뜨린다.

 

 “여긴 어디인가?”

 

 여긴 어디인가.

   

 여긴 어디인가...

   

   

 여긴,

   

   

   

 내 영역이다.

   

   

물방울 하나가 일으킨 파문이 거대한 파도처럼 몰아친다.

   

 그 순간, 스쿠나의 영역이 무량공처를 부수기 시작했다. 이는 고죠가 감싼 종이에 물감을 있는대로 퍼부어 종이를 찢어버린 격이나 다름없었다.

   

 “설마 그것까지 뚫어버릴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그리고 스쿠나가 나온 곳에는 고죠가 허식의 술식을 끝마친 후였다. 그것도 한 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끝이다!! 스쿠나!!!!”

   

 “제...기랄...”

   

 엄청난 섬광이 세상을 집어삼키고, 굉음은 청각을 마비시켜 도리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섬광이 멎기까지 십 여 초, 이어서 진동이 완전히 멈추기까지 수십 여 초가 더 걸렸다.

   

 “헉... 헉...”

   

 눈에서 나오는 피를 닦으며 고죠는 쓰러진 채 고개만 간신히 들어 스쿠나가 있던 자리를 올려다봤다.

   

 망할.

   

 “진짜 적당히 해야지... 벨붕 아냐?”

   

 스쿠나가 고죠따위에게 낭비할 힘은 없다고 선언할 때 몸에 감돌았던 폭풍이, 몇 배는 거세진 상태로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다만, 본디 희게 빛나야 할 폭풍이 출혈과 뒤섞여, 마치 붉은 톱이 그의 몸을 사정없이 가르는 것처럼 보였다.

   

 “네... 이놈...”

   

 스쿠나는 멀쩡한 듯 서있었지만, 곧바로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크헉!”

   

 몸을 감싸던 폭풍도 금세 멎었다.

   

 ...

   

 몇 초 간의 정적. 무하한조차 사라지고 남은 이 현실 속 공간에서, 사토루는 이 찰나가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둘 다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선 회복능력이 우위인 스쿠나가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 처리해야...

   

 “커헉!”

   

 사토루가 격통 속에서도 무리해서 움직이려했던 그때, 작은 칼날이 사토루의 등을 꿰뚫었다. 본래 참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파편이었지만, 다친 사토루를 무력화시키기엔 충분했다.

   

 “네...놈...”

   

 스쿠나가 거친 숨을 내쉬며 천천히 일어서서 다가오기 시작한다.

   

 안 돼.

   

 이대로는...

   

 “정말, 강하구나.”

   

 터벅. 터벅.

   

 사토루는 그의 느긋한 발걸음을, 잠시 늦추는 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탄식을 내뱉을 틈도 주지 않고, 스쿠나는 눈앞에 당도했다.

   

 스쿠나가 멈춘 발 뒤로 작은 모래바람이 일었고, 발소리의 울림이 멎자 다시 정적이 그곳을 메웠다.

   

 “인정하마. 네놈이 인간 최강이다.”

   

 스쿠나는 처형을 집행하듯 팔을 들어올렸고,

   

 “나보단 약하지만 말이지.”

   

 단두대가 내리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