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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감지

부팅 프로세스 활성화-완료

메인 코어 기동-완료

의식 회로 안정화-완료

감정 회로 안정화-/&;₩):

사고 회로 안정화-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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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세상에는 어둠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밝은 곳’과 ‘덜 밝은 곳’만이 존재할 뿐이었고, 그것도 그렇게 신경쓸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어떤 생물이 ‘눈’이라는 것을 가지게 된 날, 세상에는 어둠이 찾아왔다.

어둠은 처음부터 악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것은 약한 것에게는 기꺼이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으며, 지친 것에게는 기꺼이 휴식처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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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장비 점검 프로그램 가동

서브 에너지 코어-감지되지 않음.

메모리 코어-파손 확인됨. 내부 메모리 98% 소실.

데이터 인풋 포트-파손 감지됨. 사용 불능.

비전 카메라-2기 모두 이상 없음.

리페어 암-파손 감지됨. 파손율 78%

키네틱 암-1기 이상 없음. 1기 파손 감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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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생물들은 어둠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생물들은 이 때문에 어둠을 없애려 하였다.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들로 어둠을 깎아내리고, 빛을 만들어 아둠을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몰아냈다.

그렇게, 어둠은 천천히 악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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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코어 동력 점화율 : 27%

메인 코어 침식률 : 3%

메인 코어 침식 정화 프로그램 실시...

완료.

코어 점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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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괴물이 되어 있었다.

공포심과 가녀린 빛을 먹이 삼으며, 그것은 전진하기 시작했다.

생물들은 저항했지만, 형체도 없으며 언제나 자신 뒤에 존재하는 괴물을 떨쳐낼 방법은 없었다.

적어도 그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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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사람이 생각했다.

어둠이 생기는 것이 문제라면, 나 자신이 빛이 된다면 해결될 것 아닌가?

그는 그렇게 했다.

그의 머리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전구로 교체되었고, 어둠이 그가 살던 곳에 마수를 뻗쳤을 때 그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그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곧 세상은 전구들과 사람 약간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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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외부 충격 감지. 거리는 100m 내외로 추정. 

현재 이 근방으로 접근 중-속도 파악 불가

현재 코어 동력 점화율-46%

긴급 부팅 시스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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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이는 생각했다.

어둠은 결국 생물들의 공포심에서 나온 존재이니, 그것을 담을 공포가 없는 그릇을 만들어낸다면 어떨까?

그는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완성을 목전에 둔 어느 날, 그에게 어둠이 찾아왔다.

어둠은 그를 산산조각내었고, 그의 피조물은 아무도 모를 곳에 혼자 버려지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어둠과 그것에 맞설 존재에 관해 전해지는 내용의 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