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여지는 목적을 가진 빨간펜들과

목적없이 아름답게 쓰이는 검정펜들

두개 다 구부려졌다


대나무처럼 굳고 곧어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질일 없을것같던

주철로 만들어진 빨간 펜들은

안에서부터 더 새빨간 녹이 슬어

제 스스로를 깎아 내리다가

꺾이거나, 휘어버렸다


고무처럼 무르고 물러

잠시 휠지언정 구부러질일 없을것같던

연철로 만들어진 검정 펜들은

문화라고 불리는 온정한것처럼 보이는

따뜻한 바람의 유혹에 녹아버려

주황색의 휜 강철이되어, 그대로 안주해 움직이지 않는다


어차피 펜이라면 언젠간 휘어질것

자의라고 생각하며 타의에의해 꺾인다


시대의 바람은 너무나도 따뜻해

나무로된 내몸은 녹아들게 뻔하여

혹여나 나도모르게 휘어질지 모르니

흔적도 남김없이 꺾고, 태워

바람이 발견하지 못하게 하자.

다시는 나를 부르지 못하게 하자.


초원에 서있는 말라가는 펜들과

목축이려 구부린 휘어진 펜들과 달리

누구에도 쓰여지지 않으려하며, 

나무펜은 이기적으로 홀로 꺾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