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


 다녔던 초등학교의 상징 동물과 꽃을 기억하는가? 아마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학교의 이름이라면 쉽게 댈 수 있겠지만, 상징이라면 그것이 참나무였는지 소나무였는지. 그리고 까마귀였는지 곤졸박이였는지. 헷갈릴 것이다.


 아카데미 역시 무엇을 본 따 만들어졌는지 관심 있는 학생들은 드물다. 확실히 못 박자면, 그것은 어떤 나무의 형태를 참고했다고 한다.


 아카데미는 여러 시설들이 있지만 그중 교수동과 영혼기록원은 아카데미의 4개 계층 중 최상층. 즉 아시아계에 위치해 있다. 


 설화에 나오는 상징에 의하면 본래 최상층은 아칠루트이나, ‘나침반’에 의해 축이 반전된 아카데미는 최하층을 아칠루트로 두고 있다. 따라서 최상층부터 최하층으로 내려가며 아시아, 예치라, 브리아 그리고 아칠루트로 불리고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예치라에서 생활하기에, 그 배경을 쉽게 잊곤 한다. 


 이런 사소한 세부사항들과는 별개로, 한 학생이 예치라에서 벗어나 최상층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이례적인 상황일까? 아닐지도 모른다. 아시아 층이라면.


 빛으로 된 계단을 오르는 여학생은 약간의 레이스가 들어간, 그러나 차분함이 간직된 고딕 드레스 풍의 원피스를 걸치고 있다. 그녀는 벚꽃 색의 장발을 한 소녀. 에밀 바토리.


 수업이 막 끝난 시각에. 다섯 시보다는 여섯 시에 가까운 시각에. 바토리는 길고 긴 계단을 오르는 중이었다.


 통─, 통─, 통─ 하고. 수정 조각이 섞여가듯이 청량하면서 고독한 발울림이 광휘의 계단을 오를 때마다 귓가에 서성인다.


 발걸음을 내딛어 게이트에 도착한 바토리는 자신의 단말기에서 인증카드를 분리하여 인증 기계에 삽입했다.


-방문 사유 조회 중…

-상담 신청 일정으로 오신 에밀 바토리 학생. 환영합니다.


 그녀의 생체 구조를 감지한 게이트의 벽 일부가 지잉─ 하고 반투명한 공간 속으로 흩어진다. 바토리가 게이트를 지나 아시아에 진입하자 그 벽은 재구조화되어 다시 벽의 상태로 돌아온다.


 그러던 와중, 그녀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낮에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짙푸른 하늘이었으나, 해가 기울어 가자 구름이 되려 많아 보인다. 노을은 구름을 비집고 들어오기가 힘들어 보인다.


 그런 하늘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바로 눈앞의 한가한 쉼터 테이블에 한 남자가 여유롭게 머그잔을 휘릭, 하고 스푼으로 젓고 있었다.


 실외에 위치한 쉼터였기에 조금은 부실한 테이블이지만, 미티 교수는 어엿한 페일블루 색 티 세트를 가져와 세팅을 끝내 놨다.


 짧은 턱수염에 리프 컷을 한 중년의 남성은 여유롭게 커피 포트를 기울여 컵의 남은 부분을 채운다. 역사와 법학─특히 인류공통법과 국제통상법 그리고 시큐리티적 집행구조─과목을 주로 가르치며 농담을 사랑하는 교수. 이리엔 미티.


 “바토리 양. 홍차가 좋나? 아니면 커피로?”


 “…커피로 할게요.”


 “하하! 그렇담 홍차로 따라 주겠네.”


 쪼르륵, 하고. 홍차가 따라진다. 


 “미티 교수님. 어쩌면 좋을까요?”


 어색해진 분위기는 차치하더라도, 바토리는 어딘지 불안해 보였다. 미티 교수 역시 그런 그녀의 이상행동을 눈치챘으나, 학생이 불안해 하지 않았으면 하여 능청을 떨었다.


 “자네, 아시아 층에는 처음 와 보지 않았나? 여기선 아카데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네. 자, 저어어어-쪽을 보게!”


 “네… 아름답네요.”


 “예치라 층은 저런 식으로 원형의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동심원 모양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네. 그, 뭐였나. 아! 라이파이! 라이파이 문양처럼 말이지.”


 “……”


 에밀 바토리는 얼어붙은 채 그대로 있었다. 기껏 따라 준 홍차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음료가 아니라는 듯, 원했던 커피 대신 홍차를 따랐는데도 불평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자신의 능청이 되려 학생을 긴장시킨 걸까 싶어, 미티 교수는 손사래를 치며 작게 해명했다.


 “허허. 뭐, 긴장을 풀어보라고 농이나 한 거니까 신경 쓸 일은 없네. 요새 버릇없는 조교 놈이 내 농을 통 안 받아 줘서. 그냥 해 본 소리일세.”


 미티 교수는 들고 있던 머그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바토리를 똑바로 응시했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지. 동료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바토리는 익숙하지 않은 듯, 테이블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한동안 있다가, 결심한 듯 침을 꼴깍하고 삼킨다.


 “저어, 같은 「시작의 파티」멤버인 윤 겸이라는 학생에 대해서요. 겸이가 1학년 때 늦게 적합성 판정을 받았고. 그래서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알고 있지만, 현장 시즌이 끝나고 나니까 걱정이 될 정도가 됐거든요.”


 “음. 그래. 동료의 건강이 걱정되는 건가?”


 “그보단, 뭐랄까. 불안정해 보여서요… 최근 들어서, 그러니까 복귀하고부터 며칠 동안 기숙사 방에서 도통 나오지를 않고, 수업에도 계속 빠지고 있어요. 거기다가, 제대로 된 생활을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키우던 유리요정의 상태는 돌보는 건지. 어제 저녁은 먹었는지. 이젠 모르겠어요.”


 “윤 겸 학생의 기숙사에 직접 들어가서 직접 본 상태였니?”


 “다른 방을 쓰도록 되어 있으니까, 들어가진 않았어요.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알게 됐어요. 그리고 아그네스 교수님께서 방첩전략 수업이 끝나고 겸이가 계속 결석 중이라고 알려 주셨어요. 제가 시작의 파티 멤버 중에서 유일하게 그 수업을 같이 들었거든요.”


 “자네. 같은 시작의 파티 동료였던 루시 양과 비르다이어 군을 기억하는가?”


 “아픈 곳을 찌르시네요. 미티 교수님.”


 “뭐, 비르다이어 군은 농담에 재능이 있었지. 다시 학생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입담에 관한 과외를 부탁하고 싶어질 정도였다네. 루시 양은 참 다정하고 교양 있는 아이였고. 아직도 종강 이후 루시 양이 준 편지를 보관하고 있네.”


 둘에 관한 언급을 들은 에밀 바토리의 미간이 지긋이 찌푸려졌다. 교수의 발언이 불쾌했다. 아픈 기억을 들추려는 걸까. 싶어서.

 “망가져 버린 채, 하늘로 돌아간 그 아이들의 이름은 왜 부르신 거예요?”


 “아, 자네가 친구를 잃었던 그해 10월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네.”


 “그럼 뭔데요? 교수님은 잔인해요.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직접 보셨으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간 루시랑 빌의 이름은 왜… 꺼내시는 건데요.”


 바토리의 붉어진 눈가에 물기가 생기려고 하고 있었다.


 “내 말은. 그 둘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해보자는 거라네. 시작의 파티는 자동 추첨 기계로 뽑아서 모아 놓은 파티가 아니야. 시작의 파티가 가지는 존재 의의는 크게 두 가지라네. 첫째. 인격적으로 상호 보완 관계인 학생들을 엮어 두어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시작의 파티 제도를 통해 믿음이 사라진 이 시대에 언제라도 믿을 만한 동료를 만들어 주도록 한다─”


"싫어요. 전 떠올리기 싫어요... 제 앞에서 울며 총구를 입에 물었던... 그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의미로 죽어갔던 건데요...! 시작의 파티도, 아카데미도... 전부. 싫어요. 난 그냥 평화롭게 공부하고 싶었는데. 왜 저 위 쪽 사람들이 평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이유로 죄 없는 애들이 그렇게 잔혹 속에서 떨어야 하는 건가요?"


감정이 격해진 바토리는 울먹거리며 손바닥으로 쏟아지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바토리는 흐느끼며 힘겹게 이어나갔다.


"선배들은, 친구가 옆에서 죽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 라고. 그런 말을 위로랍시고 뱉어댔는데. 높으신 분들은 이유도 없이 아이들을 찢어 발기는데. 왜 교육자 마저... 어째서 교수님 마저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건데요... 제가 아직 약해서 그런 건가요? 당신들도 선배들과 똑같은 건가요? 왜... 그렇게 잔인한가요? 제 겨울방학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만 같은데..."


이에 미티 교수는 대답 대신 그녀의 두 손을 감싸 안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떨까. 바토리 학생."


미티 교수가 꽃잎을 손바닥에 두고 그것을 후 불어 바람에 날리자, 공기 중에 반짝이가 생겨나다가 불시에. 어느새 제대로 된 문서가 그의 손에 들려려 있었다.


"여기 권한양도 증서를 받아 주게."


"네?"


"차마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과거가 아프다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밖에는 없네. 성장통이 두렵다고, 진통제 처방을 해 줄 수는 없지. 내성이 생겨 버린다네... 그래도. 교수로서, 약은 처방할 수 없지만 자네에게 재활 운동을 같이 하자고 제안할 수는 있지. 그래서 권한양도 증서를 쓴 거라네."


미티 교수는 재차 붙잡은 바토리의 손을 테이블 중앙 쪽으로 끌어올리며 그녀의 두 눈을 응시한다.


"두려운가?"


바토리는 눈을 잠깐 마주치나 싶더니 천천히 테이블 아래로 시선을 내린다. 교수에게 잡혀진 손은 애써 풀지 않은 채로 두 손을 모아쥔다.


"그게... 아니에요. 제가 버릇 없이 반항하고 잔뜩 화만 나서 있는 대로 뱉어 댔는데도 다 들어주셔서 잠깐 놀랐을 뿐이에요."


"윤 겸 학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테니, 잠시 기다리게."


"아, 네..."


"자, 카드를 잠깐 이리 내 주겠나?"


미티 교수는 내밀어진 바토리의 카드를 잡고 그 문서를 말아 구겨 카드에 쑤셔 넣는다. 정확히 말하면 쑤셔 넣듯이 밀어 넣었다. 


테이블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에서 푸른 빛이 나다가 이내 사라지고, 카드가 원래의 형태로 돌아온다.


파앗─ 하고, 카드가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 에밀 바토리의 정면에 뜬 채 정지한다.


"여기. 일회용이지만, 이 카드는 이제 윤 겸 학생의 방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됐다네. 자. 이후 어떻게 할지는 에밀 바토리 학생에게 맡기도록 하지. '권한양도' 증서를 넘겨 줬으니까. 자네가 해결해 보게. 어서. 용기를 가지게. 학생. 자네와 자네의 동료들은 머리에 책만 든 퇴물인 나보다 더 강하지 않나."


수줍게 카드를 받아 든 바토리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저어... 정말 고맙습니다. 미티 교수님."


"그 끔찍한 현장에서 살아남았는데. 적어도 스쿨 시즌엔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내 역할 아니겠나. 모쪼록 좋은 저녁 시간 보내게. 에밀 바토리 학생."


미티 교수는 편안히 안녕을 고하고, 그녀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는다. 다정했던 그녀의 동료 루시처럼. 그의 인사도 한없이 부드러웠다.


"굿 바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티 교수는 티 세트와 함께 그림자처럼 흩어졌다. 홀로 남겨진 에밀 바토리는 그곳에 가만히 앉아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작게 흐느꼈다. 그 떫은 눈물은 우울을 넘어선 홀가분함을 노래하리라.


─이렇게나 간단한 문제였는데. 괜히 혼자서 고민했구나.


에밀 바토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기분이 좋아졌다. 간만에 푹신한 침대에 안긴 느낌이 들었다.


사뿐 사뿐. 기분 좋은 콧노래를 애써 흥얼거리며, 소녀가 광휘의 계단을 내려온다.


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봄의 푸근한 햇살을 노래하며, 나아간다.


아시아에서 예치라로 내려와, 중앙 광장을 가로질러, 예치라의 첫 번째 고리를 잇는 짧다란 아치형 교량을 통과한다. 그 아래 쫄쫄쫄 흐르는 냇물과 수상식물의 소리를 오롯이 느끼며, 사뿐히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 교량에서 바로 이어지는 자전거 산책로를 뛰어가다가, 자판기에 서서 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른다.


초코소라빵과 비타민 음료수를 고른다. 웃음 꽃이 핀 그녀는 산책로의 끝에 도달한다. 아까 건넜던 아치형 교량보다 좀 더 긴 흔들다리를 지난다. 몇 개의 작은 상가 건물을 지나, 우편통을 지나, 아직 철거되지 않은 작년 겨울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들을 지나─


기숙사로 돌아온다.





윤 겸의 기숙사 방 안


"저... 바토리, 우리 이제 그만 하는 게 어떨까."


순박해 보이는 금발의 소년은 쭈그려 앉아 무릎에 고개를 파묻은 채 머리를 짚으며 신음하고 있었다. 그림자로 얼룩진 얼굴은 근심으로 그늘졌고 눈동자는 그을려 흔들리고 있었다.


소년은 소녀가 건넨 비타민 음료의 유리병을 꽉 쥔다.


"바토리. 우리는 처음 복귀할 때부터 정면으로 아카데미의 금기를 어겼어. 이게 뭘 뜻하는지는 너도 알잖아?"


"어쩔 수 없었어. 너도 그걸 알고 있고."


마도서를 뒤적이는 윤 겸의 손목은 초췌해 보였다. 어딘가, 초조한 듯 의미 없이 두꺼운 책을 뒤적거린다. 그 동작들은 거의 집착이다 못해 병적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의 차례가 온 거야... 이제라도 아카데미를 떠나야 해."


바토리는 윤 겸의 우울을 끝내기 위해 네 잘못이 아니라는 투로 보듬는다.


"마탑 바깥의 인물과 교류해 버렸지만. 그건 우리 의지가 아니었잖아. 어쩔 수 없었다고."


"발각 되기 전에 같이 자퇴를─"


"무슨 소리야. 아카데미 바깥으로 나가는 경로는 전부 닫혀 있어."


"왜, 하필 닫혀 있을까... 아니, 하필이 아닐지도 몰라."


그럼에도 윤 겸의 상태는 시시각각으로 나빠져 간다.


"겸아, 이제 정신 차려야 돼. 나흘 동안 아무 일도 없었어. 아카데미의 금기를 어기고도 멀쩡히 다니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포인트가 깍이거나 징계 정도로 끝날 거야. 늘 그래 왔듯이."


"바토리, 너라도 도망 쳐. 머지 않아 직접 그걸 들고 왔던 나를 노리고 ■■■■■이 올 거야. 어서."


"윤 겸. 너, 무슨 소리를 하는─"


"어서, 처형식이 시작되기 전에..."


──지이잉


"처형식이 시작되기 전에 같이 자살할래?"


──지이잉


──지이잉


"뭐...?"


─────의사모니터링중이상행동감지포착


─────변동률센서에이상없음



─────지속적모니터링이필요한대상으로대상의클래스변경




─────구원하옵소서




─────────지이잉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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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새파랗게 질려 오싹하도록 깊고 두려운 하늘이다. 짙푸른 남색의 종언이 온 천지에 나려앉듯이 그 공허는 울부짖는다.


고오오────오오─────────


하늘 아래엔 그 먼 하늘을 반영하고 있는 거대한 바다, 아니. 거울처럼 닦여 빛나는 은색 바닥이 입을 치켜 벌리고 있었다.


서운명은 그 바닥에 대자로 누워 꼼짝도 못하게 고정되어 있다.


양 팔목과 발목은 땅에 박힌 금속의 고리에 붙잡힌 채였다.


그러나 그 정도 구속은 서운명 본인이 블랙 요원인 만큼 쉽게 풀 수 있었다. 


자신을 구속한 족쇄를 풀어헤치고, 서운명은 막연히 달렸다.


어째서 자신이 그 보석이 빛난 이후 이런 공간에 떨어진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본능적으로 느껴진 직감으로 이 공간은 뭔가 불안했다.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밝고 푸른 하늘과 그 아래의 거울같은 매끈한 바닥. 그 광경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모를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었다.


-허억... 허억...


서운명은 두려움에 휩싸여 막연히 달린다.


달려가도 끝은 없었다.


달린다.


같은 풍경이 계속된다. 저 하늘이 땅으로 꺼져 이 단순한 세계를 부숴버리고 말 것 같다는 망상이 그녀를 둘러싼다.


그러다가, 희망을 잃어 갈 때 쯤. 저 앞에서 '어떤 형체'가 사람의 그림자를 가진 채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내 주저앉고─


피의 재회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