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12cm 안 되는 일기장에 한 문장을 적고 보니

수많은 거짓이 점철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만 보는 일기에도 거짓말을 쓴다고 하는데

저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 거 같습니다. 


일기 밖의 세상은 너무나도 외로워서

일기 안의 세상은 너무나도 평안해지고 싶어서

한 문장 안의 아픔을 

저도 모르게 기쁨으로 덮어버렸습니다. 


일기장에 문장을 적으니


오늘 홀로 외로이 일어났던 인간은

정겨운 부모님의 부름을 들으며 깨어나고


오늘 홀로 외로이 출근하던 인간은 

오랜 친구의 옆에 앉으며 출근하고


오늘 홀로 외로이 일하는 인간은

든든한 지인들의 응원을 받으며 일하고


오늘 홀로 외로이 퇴근하는 인간은

아는 이웃과 얘기를 나누며 퇴근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현실과는 다른, 너무나도 다른, 거짓으로 쓰인

누군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버틸 수 있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밉지만

이것마저도 없으면, 더욱더 깊은 밑바닥으로 빠질 거 같아

이 넓은 구멍 주위를 아슬아슬하게 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