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시인이시자 고명한 교수님의 “시창작교실” 교양이 정말이지 듣고 싶었다.

그런데 늘 전공 과목과 시간이 겹쳐 도무지 들을 기회가 없었다.

이번 수강신청이 내 커리큘럼상 “시창작교실”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나는 별 게 아닌 그저 약과 몸에 대해 배우는 사람인데, 그런 나의 전공에는 단점이 하나 있다.

내 시간표를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간표마냥 들어야 하는 전공과목이 정해져있고, 그걸 기어코 다 들어야만 졸업요건이 만족되는 것이었다.

 

그러한 전공과목에 더해, 나는 아직 채워야만 하는 교양 학점이 조금 남아있었다.

그 남은 교양 학점을 “시창작교실” 과목에 쓸 요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전공 시간표도 “시창작교실”과 시간이 겹쳤다.

  

뭐 별 수가 있겠는가.

나는 벌써 이번 학기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장탄식하며 전공 시간표에 겹치지 않는 아무 교양 과목이나 잡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늘 이런식이었다.

나는 수학이며 과학따위보다 역사와 문학을 애정하는 사람이었다.

흥미본위보다 진로며 잘하는 것을 택해 이과를 갔던것이다.

  

심지어는 이과 과목에서도 생명보다는 수학을, 수학보다는 물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싫어하는 과목중에서조차 더 싫어하는 과목이 평생의 전공이 되다니!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의 수강신청과 같이, 앞으로도 내 기호보다 싫은걸 구태여 할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를 걱정하는것이었다.

이거 참, 몸에 맞지 않는 옷 입기가 이렇게 힘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