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 더 이상

아파하지 않는다는 건,

몹시 아프다는 거였다네.


울렁거리지 않는 그래프,

눈발처럼 푸르딩딩한 얼굴.


그리 넌, 열의를 잃었다.

저 먼 달 같이, 질려만 갔다.


먼 길을 떠나갔노라.

오래된 수식언이 너의 걸음을

이렇게도 묘사해 보지만,

과연 넌 내게서 눈을 떼었을까.


빛이 헤엄치는 어항 같던,

여리한 눈망울은 바다가 되어

더는 그 깊이와 종착점을 모르나,


그 고요한 바다조차도,

언제나 섬 맞닿는 경계에서는

모래 붙잡으려 손 뻗는다는 것을.


아는 나는, 그 고요함 속에도

나와 조응하길 갈구하는

네가 여전히 팔 내밈을 안다.


그대여. 그대여.

부디, 내밀은 그 팔을

거두고선 가라앉지 마오.


흐른 날만큼 날 더 깊이 담가,

기여코 그대 손을 붙잡고 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