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건 꽤나 오래 전의 일이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무렵 나는 내가 그리 긴 생을 살지는 못 할 것이라는 걸 지레 짐작하고 있었다.


 문득 하천을 걷다 가을 하늘이 연하기는 해도 드높다는 것을 느꼈고, 때마침 노을녘에 하천에 비치는 윤슬이 그토록 반짝여 보였더랬다. 좋아하는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막연히 긴 길을 맥없이 걷던 그 순간 나는 내가 이 세상을 너무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수같은 별들의 아득함을 동경하던 나는 역설적이게도 범인(凡人)은 아니었다.


글에 몰두했다면 어쩌면 나는 대문호가 되었을 것이고,

 음악에 몰두했다면 어쩌면 나는 락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런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에게는 나 자신을 사랑할 그 어떤 마음도 남아있지 않다. 사랑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를 사랑하기에는 부담스러움이 역하다.


 또한 내 머리 속은 무언가들로 가득하다. 때로는 영감이었으나, 이제 와서 돌아보면 정신병의 은유였다. 한때 이들을 글로 적어 내 머리를 꽉 틀어막는 이 갑갑함을 해소하려 했던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스치울 바람에 나의 마음이 나빌레라 품어 온다면, 작은 액정 속으로만 보았던 푸르던 하늘과 맞닿은 그 푸른 풀밭에 원없이 달려가 안기고 싶다.


 이제는 덧없을 일이니, 그만 나의 삶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