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빛날 때 내가 있다.


내가 어두워지면 세상도 따라 어두워진다.


끝나지 않을 깊은 어둠이 도래하니 나는 비로소 여기에 있다.


울며 스스로 옥죄이던 나, 털어놓지 못할 감정을 허공에 목놓아 토해내는 또 다른 나.


나 또한 자신이고, 그 자신 또한 나였다.


둘이 모두 공존하는 세상 따위는 없다. 어딜 가도 끝없는 빛무리가 홀로 남겨두고 떠나가는 세상.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는 점차 넓어진다.


광풍에 휩싸인 머릿자락이 흩날린다. 머리카락은 짧기도 하고 얇기도 해서 제멋대로 흩어진다.


붙잡기엔 이미 늦었다.


어찌 하리. 나의 손은 하나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