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건 종이요, 검은 것은 글자라 하던데

눈 앞에 있는 것은 아직도 순결을 간직한 어여쁜 처녀였다

조심스레 눈치 보며 혹여나 눈 마주칠까 조용히 눈을 돌리던 젊은 날

이번에는, 다음에는 그리 다짐하다 결국 씁쓸한 짝사랑으로 변해버렸으니

어느새 열정을 표현하기엔 나이를 먹었고

셀렘을 표현하기엔 아저씨의 주책이 되어 있었다


오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연인을 보며

늘어버린 후회의 무게만큼 펜 또한 천근이 되었으니

조심스레 눈치 보며 혹여나 눈 마주칠까 조용히 눈을 감아버리는 하루

이것이 뭐라고, 저것이 뭐라고 꿈이라 부를 것이 결국 신 포도로 변했으니

어느새 흘러버린 세월을 돌아보며 다시 겁쟁이가 되었네

오늘도 겁쟁이일 뿐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