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종이의 꼭지에서 점을 찍는다

그렇게 찍은 사각형의 귀퉁이의 점을 서로 잇는다

생긴 선의 옆에 선을 긋고, 그 옆의 선에 선을 긋는다


손으로만 삐뚤삐둘 선을 긋는다

한 줄 긋고

두 줄 긋고

세 줄 긋고

네 줄 긋고

다섯 줄 그어내고.


종이의 변을 채워나간다

다섯 번을 긋고, 다시 다섯 번을 긋는다.

동서를 그었다면 남북을. 

서동을 그었다면 북남을.


종이가 꽉 차더라도 그 사람은 선을 계속 계속 그어나간다. 

그 외에는 종이에 선을 긋는 방법을 모른다


백이십오번째 선을 그어내고 나면 잉크는 다 떨어진다


상흔과 찌꺼기가 남은 종이는 정성스럽게 접어

선들의 묘에 고이 모셔드리리다


까맣다고 볼품 없어졌다고 하지 마시오.

종이묘의 지기는 그것을 보고 퍽이나 열심히 살았다고 중얼거릴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