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학부는 독어독문 전공했고 2006년에 독일 마인츠에서 잠깐 공부도 했었는데, 정신차리고 나니까 터키에 있음. 올해 여기나이로 33살이고 논문쓰는 중인데, 스페인이랑 독일 이야기 보고 상당히 공감가는 점도 있고, 또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것 같아서 2015년부터 여기서 유학하고 생활하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가감없이 풀어보겠음.


1. 터키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

2009년에 터키-그리스를 한 달동안 여행했을때부터 느꼈지만 터키는 중동국가 아님. 그냥 종교랑 언어만 다른 그리스임. 아님 마케도니아인들이 드립치듯 그리스가 정교회 믿는 터키든지. 여행하면서 전혀 개슬람스러운 것들은 느껴본 적이 없었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이 터키인들 사이에서도 "터키의 사우디아라비아" 라고 불리는 개꼴통 보수들이 가득가득한 '콘야'라는 동네인데도 전혀 종교적인 것 가지고 불이익이라든가 차별같은거 겪어본 적 없음. 내가 가톨릭이라고 내 종교를 밝혀도 "오 그래?" 하고 말거나 아님 가톨릭에 대해서 호기심으로 물어보는 정도임.


2. 언어?

여기서 살려면 터키어 해야함. 관광지에서만 살거나 외국인들만 사는 동네에서 살면 모르겠는데 터키인들 영어 진짜 모름. 아님 알더라도 자기가 틀릴까봐 알면서도 터키어로만 말하는 경향이 있음. 특히나 지가 불리하다 싶은 상황이면 100% 터키어로만 말함. 난 여기서 대학원 해야하니 터키어 C1등급 시험 보고, 추가로 C2도 봤는데 그럼에도 터키어 어렵다. 오스만 제국 시절 영향때문에 똑같은 표현이라도 아랍어 기원 단어랑 터키어 고유단어랑 페르시아어 기원 단어랑 프랑스어 기원 단어 모두 쓸 수 있거든. 그리고 약간씩 뉘앙스도 다름. 예를 들면 '경력'이라는 뜻의 터키어인데, 순수 터키어로는 deneyim 이고, 아랍-페르시아계 단어로는 tecrübe 이고 프랑스계 단어로는 kariyer 인데 직장 경력을 이야기하려면 kariyer를 써야지 다른거 쓰면 무슨 말 하려는지는 알겠는데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듦. 한국어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으니 무슨 느낌인지 알 거임.


터키어 배우는건 한국어가 모국어인 입장에서 문법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대신 단어의 난관에 부딫치리라 예상함. 나도 아랍-페르시아계 단어들 때문에 고생좀 했었음.


3. 물가?

수입원이 딸라나 유로나 외화인 사람한텐 매우 저렴함. 콜라 2.5리터가 현재 6리라인데 1300원 정도. 닭가슴살 1킬로가 22리라 4700원 정도, 쇠고기 안심살은 1킬로가 60리라 정도니까 12600원 정도임. 야채는 겨울에는 살짝 오르는데 현재 양파, 감자, 고추 킬로당 2리라도 안됨. 여기 물가는 체감상 한국의 절반 이하인데 다만 공산품이나 학용품, 전자제품 같은건 한국보다 비쌀때도 있음. 대부분 세금때문임. 부가가치세 터키는 19%이고, 식품은 9%, 도서류도 짤없이 18%인데 특이하게 쿠란이랑 성경 두 종류 책만 1%임.


4. 인종차별?

터키 살면서 단 한번도 인종차별이라든가 비슷한 문제 겪어본 적 없음. 가끔 뒤에서 눈찢하거나 찬친촌하는 애새끼들 있는데 잡아서 물어보면 거의 95%는 터키인 아님. 다 시리아나 아프간이나 소위 '난민'들이지. 저번달 일인데 우리집 베란다에서 담배피우고 있는데 건너편 아파트에서 어떤 꼬마가 날 보던니 찬친촌 찬친촌 소리치고 집안으로 쏙 들어가던데 내가 그놈 참교육 시키려고 집에 찾아갔는데 12명이 사는 집에 터키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영어로 강하게 따짐. 나중에 보니까 아프간인이더라고. 애엄마랑 할머니처럼 보이는 여자들이 나 보는 앞에서 애를 때리던데 그 후론 꼬맹이가 날 보면 깍듯해짐.


관광지에서 만날수 있는 영어하면서 호객하는 사람들도 거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임. 주로 그루지야인이나 시리아인이고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도 많음. 이 사람들 일시키려고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낮게 주고, 관광객한테 물건 팔아먹을때마다 코미시욘으로 몇 프로 더 주는 식으로 일을 시키는데 흑우 관광객 바가지 씌우고 하는거도 범인이 터키인일 가능성은 높지 않음. 원래 터키엔 보스니아 내전, 탈레반부터 시작해서 난민들 꼬이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한때 구소련 출신들이 악명높았고 지금은 시리아인이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중. 동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개중에 민족주의행동당 똘아이들이 위구르 동포들의 복수를 위해 중국인을 패자며 린치한다는 말은 들은 적 있다. 다만 여기서도 똘아이 취급 받는 관종들이니까 신경쓸 일은 아님.


5. 한국인에 대한 인식

터키가 6.25전쟁 파병국인건 알테고, 당시 터키 인구는 남한이랑 비슷한 3천만명 수준이었는데 파병병력이 15000명 규모였고, 1971년까지 지속적으로 소규모 파병을 했기 때문에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후손들이 의외로 많음. 1950년대 3천만명 하던 나라가 지금은 인구가 8300만명이니까. 그리고 직계 후손이 아니더라도 친척이나 이웃 등으로 한 두 다리 건너면 참전용사를 찾을 수 있을 정도라서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건 유명한 이야기이고, 실제로 살면서도 한국인이라며 대접받은 경험이 많아서 증언할 수 있음.


K-pop이나 한국 드라마, 영화 인기도 높은 편이고, 터키 티비에서 더빙해서 방영도 해줌. 이번에 터키에서 개봉할 영화중에 "7. Koğuştaki Mucize" 라고 7번방의 기적 로컬라이징해서 나오는 영화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한국 영화사나 협력해서 터키에서 개봉하는 로컬라이즈된 한국 영화, 드라마도 있음. 다만 대체로 여자들, 특히 20대 이하 급식들이 좋아하는 듯.


6. 종교적인 분위기

터키랑 그리스 모두 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 통틀어 자살률이 가장 낮은 국가임. 그 이유가 신앙심 때문이기도 함. 터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대체로 종교적이긴 한데, 둘 다 세속화된 국가이기도 하고, 터키인들 스스로가 "쟤네들은 이슬람 아니다." 라고 할 정도로 아랍, 이란권이랑 분위기가 다름.


내가 사는 콘야는 터키에서 가장 종교적인 편이라고들 하는데,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라 라마잔 기간에 낮에는 식당들이 커튼 쳐놓고 마치 영업 안하는 것 처럼 해놓고 장사하고 그러는데 터키의 배달사이트 yemeksepeti.com 에 따르면 라마잔 기간에 콘야에서 배달업체들 불나게 바쁨. 그리고 여기는 터키에서 가장 종교적인 동네라고는 하는데, 터키에서 라크를 가장 많이 마시는 동네이기도 함. 


7. 공무원

............ 상종을 말자. 공무원이랑 싸우다 발암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님. 특히나 조심해야 하는건 공무원한테 찍히면 될 일도 안된다는 점임. 터키에서 거주연장이라든가, 면허증 뗀다든가, 인구청에 가서 주소등록한다든가 여러가지 사유로 관공서에 간다면 우선 공무원들이랑 친해지는걸 추천한다. 친해지면 원래 안되는것도 되고 받을 수 없는걸 받을 수 있게 되고 뭐 이렇슴. 참고로 터키의 부패도는 이탈리아나 그리스보단 낫다고 함. 아랍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좋고. 일단 뇌물을 대놓고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나마 깨끗하다고 해야하나...


8. 치안

아마 터키에서는 살고싶다는 사람보단 여행하고싶다는 사람들이 더 많을테니 적어봄.

바로 밑에 시리아, 이라크 있고 온갖 소위 '난민'들이 집결하는 곳이 터키이긴 한데, 치안은 놀라울정도로 안정된 편임. 일단 IS랑 PKK때문에 터키 치안당국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한데, 적어도 관광지나 유적, 박물관, 주요 관공서, 쇼핑몰, 지하철 등은 철통같은 방어시스템이랑 병력들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다녀도 무방함. 귀찮은 점은 백화점에 들어가서 쇼핑할때도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한다는 점인데, 그정도는 감수하자는 분위기임. 우리동네는 밤 12시에 여자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치안 좋은 편인데, 이스탄불 같은데는 또 아니라고 함. 시리아인들 사는 동네는 해 떨어지고 나면 절대로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고들 하는데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여기는 상점들이 독일과는 또 다르게 늦게까지도 함. 다만 그리스처럼 시에스타가 있는 나라는 아니라 보통 상점들은 20-22시 사이에 닫고 식당은 0시쯤이면 장사 접음.


9. 술

에르도안이 주세 올린다 야간 술 판매 금지한다 어쩐다 해도 술 마시는거 문제 없음. 아무도 뭐라 안 함. 다만 법적으로 22시부터 06시 사이랑 선거날같이 특정한 날에 술 판매가 금지되는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에선 거의 무시하는 법이니까 여행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됨. 만약에 동네에 아는 점방주인 있으면 몰래몰래 팔아주기도 하고, 아니면 친한 이웃이 점방주인이랑 친척이든가 친하든가 아는사이든가 하면 가서, "ㅇㅇ 아저씨가 여기오면 술 있다고해서 왔는데 안부좀 전해달래요." 뭐 이런식으로 말하면 자기편인거 알아보고 팔아줌.


10. 연애

여기선 아시안이라고 매력적이지 않다느니 그런건 없는데, 감정적으로 피곤함. 여기선 '질투'를 애정의 증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서 도대체 남자든 여자든 혼자 뭘 못하게 하는 경향이 있음. 업무차 회식하는데 "거기 어디야?", "누구 있어?", "옆에 여자 있어?", "누구 아내인데?" 등등등 잠시만 떨어져있어도 이러니까 처음엔 관심받는다는 느낌 들고 좋은데 나중엔 갑갑함. 남자사람친구들이랑 같이 뭐 하려고 해도 못가게하고 혼자 삐지니까. 그거 싫어서 터키여자랑 연애 몇 번 했지만 모두 내가 차고 나왔음. (참고로 경험상 그리스 여자들도 비슷함) 개인적인 경향인지는 모르겠는데 난 집착하는거 극혐이다.


11. 취업?

이 나라 지금 경제위기다. 자국 실업자도 30%대인데 외국인이 일할거리가 있을리가... 시리아인들이나 중앙아시아인들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부려먹는건 봤는데, 터키 월급수준도 낮고 여기서 돈벌어먹고 살려면 관광업을 하든가 아니면 무역을 하든가 둘 중 하나밖에 없음. 여행하기는 참 좋은 나라인데, 살기는 좋은점도 있고 나쁜점도 있고.


P.S. 그 외에 질문있으면 댓글로 추가바람. 최대한 답해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