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한국 여자배구도 '외국인 감독 시대'가 열렸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스테파노 라바리니(40) 감독이 한국에 입국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1일 서울 청담동 호텔리베라 샤모니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맡은 소감과 향후 목표 등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라바리니 감독은 이날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GS칼텍스-현대건설전을 비롯해 V리그 경기들을 관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 기량 파악에 나선다.

이탈리아 출신인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 청소년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면서 2003년과 2007년 유럽청소년선수권대회 금메달, 2005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2017년부터 브라질 벨로호리존테의 미나스테니스 클럽에서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의 임기는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전까지이며 출전권을 확보할 경우 2020 도쿄올림픽까지로 연장된다.

세계랭킹 9위인 한국은 오는 8월 러시아(5위), 캐나다(18위), 멕시코(21위)와 세계예선전을 치른다. 조 1위를 해야 올림픽 출전권을 얻는다. 탈락하더라도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해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다음은 라바리니 감독과의 일문일답.

-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맡은 소감은.
"만감이 교차한다. 협회에서 막중한 임무를 주셔서 감사하다. 굉장히 큰 기회이고 막중한 책임감을 절실히 느낀다. 중요한 성과를 내야 하는 팀에 감독이 된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크다. 이런 감사와 더불어 흥분이 된다. 도쿄올림픽 예선 통과가 나에게 많이 기대하시는 바라 알고 있다. 스포츠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올림픽에 출전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성취인데 위대한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서 흥분된다. 우려 아닌 우려라면 주로 내가 유럽 무대에서 활동해서 나의 문화와 가치관이 한국, 그리고 아시아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문화 차이를 깨닫고 조율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좋은 성과를 가져다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한국 선수들의 기량을 평가한다면.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다. 비디오를 통해 공부를 하는 단계다. V리그에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파악하는 단계다. 평균적으로 기술적인 역량이 높다고 파악했다. 이런 기술적인 토대 위에 철학을 더하겠다. 이런 점들을 잘 결합해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는데 주력하겠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선수들이 해온 스타일이 있을 것이고 내가 잘 하는 지도 스타일이 있다. 잘 합쳐서 좋은 성과를 내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기량이 굉장히 탄탄한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 본인의 배구 스타일을 설명한다면.
"내 배구의 스타일은 공격적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서브부터 공격 전략을 시작하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에서도 서브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것을 잘 하는 선수들이 보인다. 나의 스타일과 잘 매칭될 것이다. 공격수 4명이 공격 과정에 적극 가담하는 것과 네트를 넓게 쓰는 공격 방식을 선호한다. 상대 팀의 실수로 기회를 잡는 것보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서 공격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공격적인 배구, 속공, 균형이 잘 맞는 배구를 한국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복잡한 전략으로 하는 것보다 심플하고 강한 배구에 지향점을 두고 있다. 수비에서는 디그를 잘 해야 한다. 아무리 잘 해도 점수로 연결되지 않지만 좋은 공격을 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이다. 공격과 수비를 유기적으로 잘 조합하고 싶다"

- 올림픽 예선이 브라질리그 일정과 겹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조율할 계획인지.
"나와 협회가 모두 인지가 된 상태에서 계약을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브라질리그 클럽에 있지만 다음 시즌에 어떤 리그의 어떤 팀에 갈지 모른다. 에이전트와 이야기하고 있으며 에이전트도 내가 올림픽 예선으로 바쁜 시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머지 일정을 짤 것이다.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세계예선전에서는 러시아는 다른 수준의 팀이고 나머지 팀들도 강하다. 세계예선전에서 해결이 되면 좋겠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반드시 출전권을 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16세부터 지도자 생활을 했다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좋은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호철 감독님은 선수로서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에 지도자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이탈리아의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만 해도 어린 여학생들이 배구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유소년 팀이 배구를 연습하는 것을 많이 봤고 관심을 갖게 됐고 거의 매일 구경하러 다녔다. 유소년 팀의 감독이 '와서 보지만 말고 도와달라'는 가벼운 부탁이 배구계에 들어온 시작이었다. 배구라는 운동에 대한 관심보다는 감독과 코치 직종에 관심이 커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선수들을 관리하고 더 큰 꿈을 향해 키워가는 감독직의 매력에 매료돼 있다. 유소년 팀에서 목표를 이루니 좀 더 시야가 넓어지고 야망이 커져서 나중에는 해외로 시야를 넓히기도 했다"

- 눈에 띄는 선수는 있나.
"브라질리그가 시즌 중인데 3박 4일 일정이지만 엄청난 공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 왔다. 영상으로 볼 수 없는,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런 부분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장에 가서 직접 보려고 한다. 물론 비디오만 봐도 감이 잡히기는 한다. 4번, 11번, 13번, 20번의 선수가 눈에 띈다. 선수들이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여러 번호를 쓰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다"

- 트레이너를 보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의 테크닉은 경쟁력이 있고 국제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매년 배구가 변하고 있다. 선수들의 신체 상태도 변하고 전술도 변한다. 테크닉, 신체 역량, 전술 3가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트레이너 보강이 필요하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 스타일의 배구를 잘 실현할 수 있는 분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여자배구의 흐름이 남자배구보다 10년 정도 뒤처져 있지만 이를 잘 따라가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팀이 이뤄져야 한다"

[라바리니 감독. 사진 = 윤욱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