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빙방이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갓 튀겨낸 감자튀김을 들고 있었다. "너, 만나고 싶으면 연락을 하지 그랬어. 여전히 낯이 두껍네." 대청소를 하느라 현관문을 열어둔 것을 잊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방문에 방금까지 하던 생각을 들킨 듯 쓸데없이 심장이 바르게 뛰기시작했다. "널 만나러 온 게 아냐."  ?  그 녀석이 라이터를 꺼내며 말한다.

"그 사진첩에는 네가 알아서는 안 될 정보가 있거든." 꼭 불을 붙이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정보가 불의 개수나 생명공학 관련 정보라도 되냐고 빈정거리고 싶었지만, 행동이 더 빨라야 했다.

나는 벌처럼 날아서 나비처럼 쏘듯이 라이터를 빼앗았다. 그 녀석이 내게 주먹을 날리는 순간, 옆으로 피할 뻔 했다. 어? 주먹이 아닌가? "악수야." "웬 악수?" 하면서도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다.

동시에 라이터를 다시 보니, 텅 빈 그것이었다. "브라질에서는 악수를 이렇게 해." 하면서 그는 내 손을 쥔 손을 높이 들었다가 수직으로 내려꽂으며 놓았다.

머리에 통증을 느끼고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잊고 있었다. 빙방은 밥먹듯이 장난을 쳤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하루라도 장난을 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장난광이었다.

"뭐야? 이건 A초등학교 앨범이잖아? 짜식, 이 때 너 귀여웠지 아 여기 대소변 못 가리던 친구도 있네. 지금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교사도 꽤 극한직업인 걸 큭큭."

그런데 뜯어진 벽지와 그 안에 씌인 낙서, 심지어 주변에서 기웃거리는 쥐를 보더니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헛기침을 하며) "야, 살기 힘들면 말을 하지그랬어. 엉아가 용돈이라도 좀 줄까?"

나는 그의 방정맞은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브라운관 TV를 켰다. 아니 켜려고 했다. 그제야 바닥 위에 놓인 잡다한 세금 연체 고지서, 독촉서가 눈에 띄었다. 요즘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하다보니 정신이 오락가락하나보다. 자세히 보니 빙방이 들고있었던 것은 감자튀김이 아니라 펜이었고, 물은 천장에서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