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경종이 울렸다, 습격을 알리는 경비대의 신호였다.

 나는 잠에서 일어났다, 10시간 가량의 장거리 수색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몸을 뉘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것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젠장할..."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칠대로 지친 몸은 쇳덩이를 달아놓은듯 무거웠고 경보는 신경쓰지 말라고, 어서 다시 누워 피로를 달래라고 내게 속삭이는듯 했다. 하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나는 창과 보호대를 챙겨 서둘러 경계 부근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그럴법하게 차려둔 야전 사령부에서는 '그 사건' 이전부터 함께한 친구 이진성이 상황을 지휘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또 그것들이야?"

 "아니, 사람이야"

 "오 이런 님ㅣ..."

 사람들이라니, 사람들은 상대하기 굉장히 어렵다, 그것들과는 다르게 먼술도 구사하고 무기도 사용한다. 사실 그것들보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동료들의 목숨을 더 많이 빼앗아갔다.

 "인원은?"

 "대략 30명 정도"

 30명, 결코 적지않은 수다, 그 사건 이후 생존자 집단들은 대부분 두자릿수 정도의 규모이다. 30명이나 우리를 공격한다면 저 집단은 규모가 크거나 이번 공세에 모든것을 건 것이리라.

 "어떻게 할까?"

 진성의 질문이 나를 현실로 끌어냈다, 고민을 마치고 나는 대답한다.

 "어떻게 하긴, 늘 하던대로 다 쓸어버려야지"

 "역시 너답다"

 

 비릿하다, 피 냄새가 콧속을 파고든다.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같은 사람을 벤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이번 전투의 결과는 승리, 나는 이로써 '백전백승의 무신'이라는 내 별명을 지키게 되었다. 적군 31명 중 23명을 죽이고 8명을 포로로 잡았다. 포로들을 '심문'하니 역시 예상대로 이번 공격에 상대집단 대부분의 남성들이 동원되었다 한다.

 "진성"

 "왜?"

 "병력을 모아, 놈들 본진을 친다. 우리를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야지."

 "알았어."

 갈수록 인간다움을 잊어버리는것 같다, 이제 점점 살육과 약탈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단은 물자가 풍족하다, 인구수도 많고. 따라서 약탈이나 노예가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노예를 부리고 약탈을 명한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