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발단 : https://arca.live/b/writingnovel/267874?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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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도쿄. 아침 햇살이 밝았다. 작일의 광란을 뒤로하고,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신주쿠 거리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전철들은 다시 기동하기 시작했다. 신주쿠 뒷골목의 한 탐정 사무소도 오래간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프로듀서 타케우치 슌스케의 눈앞에서 유괴당한 아이돌 시부야 린의 행방을 찾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사립탐정 나부랭이 쿠로모리와 프로듀서 타케우치는 밤을 지새워 삿포로시의 수없이 많은 방범 카메라 영상들을 보았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보고 있다.

아침 9시 경, 지칠 대로 지친 타케우치가 와이셔츠 차림으로 모니터 앞 키보드에서 엎드려 자고 있다. 타케우치가 꿈속을 헤메고 있을 때, 밤새 마시던 커피가 내려앉은 듯, 눈에 다크서클이 자옥한 쿠로모리가 문밖의 어두운 아공간에서 넘어오며 물건으로 가득 찬 세븐일레븐 봉지를 들고 와서는, 벽난로 앞의 책상에 놓고는 타케우치에게 다가가 그를 깨우며 말했다.

“이봐, 타케우치. 아침밥 사왔다. 먹자.”

“크하암… 어라… 아, 아! 네.”

타케우치가 책상에서 일어나 의자에 걸친 양복 재킷을 입는 동시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하품을 하며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

“일단, 사건을 다시 되짚어 보자. 사건 당시, 너와 린이 삿포로시 히가시구에 위치한 모에레누마 공원에서 어딘가로 걸어가던 중,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습격당해, 린은 유괴되고, 너는 중상을 입었다. 추가로 당시 린은 푸른 가디건과 푸른색의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직후, 겨우 일어나서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러 달려간 결과 오코다마 우체국의 약 100미터 동쪽 정도의 위치에서 우체부에게 의식불명인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 말은 즉슨, 모에레누마 공원과 오코다마 우체국 사이의 구간에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확인 가능한 것 중,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찍힌 시각이 약 21시 45분, 삿포로 사토랜드 앞 모에레누마 공원 남쪽 출입문을 지나가는 도중에 찍힌 것이다. 그 직후, 무얼 했는지 기억해 봐라. 오우, 이 도시락 괜찮네.”

쿠로모리가 사온 편의점 도시락 안에 있는 연어초밥을 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며 물었다.

“네… 현재로써 그 당시 기억나는 것은 제가 다음 날 경찰에 진술한 것 외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타케우치가 책상에 있는 녹차병을 열며 말했다.

“잠깐… 아! 습격당하기 한 10분 전에 도로변 사이에 있는 공원과 학교를 보았습니다.”

문득 생각난 듯, 타케우치가 흥문하며 급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내 쿠로모리가 책상 밑 서랍에서 삼성 노트북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하였다.

“대충 이렇게 생긴 장소인가?”

쿠로모리가 때 묻은 손가락으로 구글 지도 스트리트뷰를 화면에 띄우고는 타케우치에게 보여주었다.

“네. 비슷… 아니, 거의 똑같습니다.”

타케우치가 노트북 화면을 빤히 쳐다보더니, 확신한 듯 답했다.

“후다나에히가시공원. 삿포로시 히가시구 히가시나에보14조 4쵸메 후다나에히가시공원. 좋아. 수색 범위를 공원 근처 반경 500미터로 줄인다. 물론 식사부터 하고.”

쿠로모리가 노트북을 닫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 다가가서는 냉커피를 꺼내 마시며 말했다. 이내 타케우치가 먹던 도시락을 내팽개치고 물 한 병을 가지고 컴퓨터로 돌아가서는 다시 영상들을 보기 시작했다.

“오오… 드디어 찾았다. 보아라. 22시 30분. 삿포로시 히가시구 히가시나에보14조 4쵸메. 한 남성과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자세히 보아라.”

쿠로모리가 어둠이 깔린 주택가 길거리를 보여주는 모니터 화면에 잡힌 두 명을 가르키며 물었다.

“네! 분명 저희들입니다!”

타케우치가 기쁜 내색을 보이며 소리쳤다.

“좋다. 중요한 단서를 찾았어. 여기서부터 내 계획이 맞다면 탄탄대로이다. 이 카메라의 반경 250미터로 수색 범위를 줄일 수 있다.”

쿠로모리가 쓴 미소를 지으며 타케우치에게 말하고는, 바지주머니에서 말보로를 꺼내고 웃으며 불을 붙혔다. 그리고는 자신과 타케우치가 먹던 거의 다 먹은 도시락과 물통들을 봉지 안에 넣어 쓰레기통에 던져넣고는, 모니터 앞에 다시 앉았다. 한참 동안 수많은 영상들을 돌려 보고 다시 본 후, 쿠로모리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왼쪽 아래의 모니터에서 나오던 영상을 일시정지했다.

“오호라. 2015년 7월 12일 22시 52분, 홋카이도 삿포로시 히가시구 히가시카리키12조 2쵸메. 타케우치!”
모니터의 한 귀퉁이를 유심히 바라보던 쿠로모리가 무언가 찾은 듯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타케우치를 불렀다.

“여기. 6명의 신원 불명의 사람들이 의식을 잃은 듯한 한 여성을 들어서 데려가고 있다.” 그리고는... 큰길가로 간 이후로... 오케이. 타케우치. 보여줄 것이 있다. 여기를 유심히 봐라. 시간은 22시 55분이다.”

쿠로모리가 중앙의 모니터에 영상을 틀었다. 영상에는 대로변에 주차된 한 차량이 있다.

“이 차의 주변을 자세히 보아라.”

쿠로모리가 화면에 보이는 차량을 왼손 검지로 가르켰다.

“흐음. 22시 57분 1초, 괴한들이 차의 트렁크를 열고 무언가를 실고 있다. 나는 저것이 린이라 생각한다. 해상도를 높이겠다... 옳거니. 확실히 린이군.”

쿠로모리가 화면의 해상도를 높이니, 괴한들이 둘러싸고 있는 자동차 안으로 몸이 결박된 채 던져지는 푸른색 옷차림의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면, 근처의 다른 카메라들을 확인하면...”

“좋았어. 이거다. 해상도를 높이면... 좋다. 선명하게 보인다. 홋카이도 38 세 8072. 토요타 하이에이스, 햐얀색. 저런. 하이에이스라... 조금 더 창의적일 순 없나?”

쿠로모리가 괴한들의 허술함을 비웃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봐. 쿠로모리다. 2015년 7월 12일 당시 홋카이도 38 세 8072 번호판을 달은 흰색 토요타 하이에이스. 무조건 찾아야 한다.”

어딘가에 전화를 건 후, 쿠로모리가 모니터로 등록된 차량 번호판들의 기록들을 열람했다.

“흐음… 일단 말하기는 했지만... 치밀하군. 홋카이도 38 세 8072는 도난된 차량인데다, 원래는 마쯔다 파밀리아였군... 도난차량과 번호판 갈아끼우기의 쌍타라... 의외다.”

쿠로모리가 머리를 긁으며 조용히 독백했다. 그리고 재털이에 담배를 끄고는 노트북을 열어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에 외장하드를 꽂고 컴퓨터를 만지작거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타케우치, 아무래도 우리가 직접 삿포로로 가야 할 듯 하다. 먼저 가 있거라. 나는 준비를 해야 하니. 지금이 11시 15분 22초. 2시까지 필요한 것만 들고 하네다 공항 국내선 터미널 케이큐 개촬구 앞으로 와라. 아, 저기 저 커피 하나 챙겨가고.”

옆에 있던 보기 좋게 개인 타월을 집고서는, 화장실 문고리를 잡고 쿠로모리가 타케우치를 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타케우치가 자리에서 일어난 후, 옷걸이에 걸린 외투를 밤새 흘린 땀으로 더러워진 정장 위로 걸치었다.

“그런데... 역이 어디었죠?”

문을 열던 타케우치가 문듯 그 자리에 멈추며 화장실로 들어가던

“그걸 내 어떻게 알아? 신주쿠역을 찾아봐라.”

쿠로모리가 비웃듯 핀잔을 주고는, 화장실 문을 닫았다. 타케우치도 이내 문을 닫고 사무실을 나왔다.

“아! 계단 조심하고!”

쿠로모리가 문듯 생각난 듯, 화장실에서 나와 소리를 치는 순간, 타케우치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었다. 겨우 다시 중심을 잡고서는 오른팔을 앞으로 뻗고 조심스레 앞으로 가니, 문이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 다시 밖에 나온 타케우치. 어느 정도의 해답을 얻어 어제 밤보다는 가뿐한 표정이지만, 아직 구해내지 못했다는 무거운 심정과 모든 힘을 불사른 후의 엄청난 피로도에 의해 지친 기색을 보였다. 피로와의 싸움에 밀리는 듯, 휘청거리며 신주쿠의 거리를 활보해, 신주쿠역에 도착해 시부야행 야먀노테선 전철을 탑승한 후, 빈 자리에 앉고는 바로 잠에 빠졌다.

8월 3일 오후 2시경, 하네다 공항 국내선 터미널. 어떻게 된 영문일가, 타케우치보다 늦게 출발한 쿠로모리가 깔끔한 검은색 정장 차림에 작은 슈트케이스를 들고 이미 도착해 있다. 얼마 전까지의 관리 안 한 듯 한 외관과 누추한 차림의, 노숙자와 별로 다를 것이 없던 쿠로모리와는 달리, 수염을 깎고 몸을 씻고 나와 전보다 훨씬 젊고 멋져 보이는 쿠로모리가 도착해 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케이큐역에서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서류가방을 들은, 똑같은 정장 차림이지만 전보다는 말끔한 인색의 타케우치가 나왔다.

“오오, 타케우치. 왔군. 전보다 기색이 좋구나.”

핸드폰을 보고 있던 쿠로모리가 핸드폰을 끄고 타케우치에게 다가가며 인사했다.

“쿠로모리… 선생님?”

전과는 완전히 다른 쿠로모리의 외관에 잠시 착각한 듯, 타케우치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다. 내 쿠로모리다. 자, 3시 출발 삿포로행 전일본공수 69편. 빨리 타자. 시간이 없다.”

쿠로모리가 양복 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내 타케우치에게 건네주었다. 이내, 탑승 수속 창구에 줄을 섰다.

그리하여 단 하나의 진실을 갈구하는 두 사내는 실날같은 희망을 가지고 삿포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쿠로모리 선생님. 시부야 씨는 괜찮을까요?”

이륙한 순간부터 고민으로 가득찬 표정으로 그저 창밖만을 바라보던 타케우치가 문득 생각난 듯, 이어폰을 낀 채 테트리스에 몰입하는 쿠로모리에게 물었다.

“미안하지만, 지금 시간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약 살아있다면, 큰 확률로 당했을 것이다. 일단 아무런 협박 편지나 영상도 없는 상황에, 몸값을 노린 유괴가 아닌 이상, 굳이 인기 아이돌을 유괴하려면, 생각나는 이유가 그것밖에 없다...”

쿠로모리가 이어폰을 빼고 게임보이를 끄고는, 한탄의 한숨을 내쉬우며 착잡한 표정으로 타케우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럴 수가... 그 때... 제가 산책도 할 겸, 걸어서 가자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으면...”

타케우치가 머리를 싸매며 내면의 고통을 내뱉듯 독백했다. 다시 자책감에 휘말리는 타케우치의 눈시울에 물방울이 맻혔다.

“걱정 마라. 반드시 린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쿠로모리가 타케우치에게 아직 마시지 않은 녹차를 권하면서 원래의 그답지 않게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타케우치가 웃으며 녹차를 마시자, 안전벨트 표시등이 켜졌다.

“잠시 후, 이 비행기는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현재시각 16시 23분, 삿포로시의 지상 기온 약 20도이며, 16호 태풍의 영향으로 약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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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늘 하루를 불살라 2편을 썼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편은 추리 위주로 글을 써서 감정 표현이라던가 작을 깊게 쓰기 힘드네요.
아직 서술해야 할 건 많고, 쓰면 쓸수록 해명해야 할 맥거핀들이 산더미같이 싸입니다.
일단 3편은 개봉박두이다만, 오늘처럼 하루 안에 작밀레하기는 불가능하네요. 이르면 금요일쯤나에야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