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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식입니다. 경찰은 인기 아이돌 시부야 린 씨의 실종 사건에 대하여 아직까지도 어느 해답도 주지 못했습니다. 실종 후 약 한달이 경과되었습니다만, 7월 12일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라이브 후 휴식 중,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일방적으로 유괴된 후의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습니다. 사건 당시 시부야 씨와 동행 중이던 시부야 씨의 프로듀서 타케우치 씨는 괴한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시부야 씨를 지키지 못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시부야 씨의 신변이 확보될 때 까지 사퇴 후 잠적한다 밝혔습니다.”

“특보입니다. 역대급으로 강력한 이번 16호 태풍은 오늘 심야 간토를 관통하여, 내일 하루 종일 도호쿠 전역을 남북으로 지나가며 강타하고, 이틀 후 아침 무로란의 앞바다에서 소멸될 예정입니다. 타카기 기자. 현재 도쿄 치요다구 시내 소식 전해주십시오.”

“네. 도... 도쿄 시내는 현재... 눈을 뜨고 서있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비바람이 내리치고 있습니다... 대... 대중교통은 그야말로 마비되었으며... JR, 케이큐, 토부, 세이부, 케이세이, 오다큐의 전 노선들이 운... 운행을 잠정 중단하였으며... 수... 수많은 사람들이 자정... 가까이까지도 아직... 운행이 중... 중단되지 않은 일부 버... 버스 노선 및... 도... 쿄메트로와 도영 지하철... 로 모이고 있습니다... 도... 도쿄역에서 타카기 마테루 기자입니다...”

8월 3일 자정의 도쿄에는 폭풍우가 내리치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만명이 모이고, 지나가고, 도착하는 신주쿠가 오늘은 태풍의 비바람에 기세가 꺾여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매일 밤 보이던 뒷골목의 술에 취한 샐러리맨도, 그런 샐러리맨들을 유혹하는 매춘부들도, 그런 매춘부들을 감시하는 야쿠자들도 오늘은 비바람을 피해 전부 다 자취를 감추었다. 오직 한 명, 세상의 모든 슬픔을 지닌 듯 처량하게 비바람을 뚫고 지나가는 한 사내뿐이 칠흑의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한때 경찰마저도 두려움을 표시할 정도로 강렬한 사내에 눈매에 힘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을 잃은 듯 한 무기력함과 자책만이 담겨 있다. 얼굴에 내려앉은 팔자주름에는 세상을 전부 잃은 슬픔이 잠겨있다. 그 흔한 우산 한 개도 지니지 않은 채, 강렬한 비바람으로부터 흩날리는 머리도 지켜주지 못하는 시커먼 외투 한 벌에 의존하여 정처 없이 신주쿠의 뒷골목을 걸었다. 얼마나 지났을가, 사내가 쓰러져 가는 듯한 한 초라한 건물의 앞에 섰다. 약간 겁을 먹은 듯 떨리는 손가락으로 초인종을 누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한 몰골의 한 남자가 담배를 물고 나타났다.

“자네는 누구인가?”

남자가 잠긴 목소리로 담배를 입에서 떼며 물었다. 훤찰한 키, 비쩍 마른 몸매와 자세히 보면 예술품인 얼굴을 가진 미남이지만, 관리의 부재로 대충 어림잡아 3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이 남자의 며칠 동안 안 감은 듯 떡이 진 검은 (비듬 탓에 희어보이기도 하는) 머리, 깎은 지 한참 된 듯한 수염, 말라 까지는 때낀 새하얀 피부, 반쯤 감긴 눈이 그의 귀찮음을 표현하기도 귀찮은 그 대신 표현해주였다.

“새... 샐러리맨, 타카모리 슌고입니다... 여… 여기가 그 쿠로모리 탐정 사무소입니까?”

겁을 먹은 타카모리가 경직된 표정을 지으며 두려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만은...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쿠로모리가 비바람에 꺼진 담배를 길가로 내던지고, 낡아서 곧 조각날 듯한 흑색 코트 안의 주머니에서 말보로를 꺼내며, 내심 귀찮은 듯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다… 다름이 아니라... 제... 제 애인을 구해주십시오!”

타카모리가 얼굴을 붉히며 힘을 쥐어짜내 소리쳤다. 그의 두려우면서도 부끄러운 목소리가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신주쿠의 뒷골목에 울려퍼졌다.

“호오? 애인? 구해달라고? 알겠다. 일단 너의 사정을 들어야겠다. 들어와라.”

큰 목소리에 내심 놀란 쿠로모리가 쓴웃음을 짓는 얼굴로 웃으며 답하고는, 양팔로 삐걱되는 문을 힘겹게 열고 어두움이 내린 계단 속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타카모리가 한팔로 삐걱되는 문을 손쉽게 닫으며 어두움이 내린 계단을 올라갔다. 빛 한 줄기 안 보이는 계단에서는 빗물이 새어 흐르는 소리와 함께 물이 썩어 곰팡이가 피는 악취가 났다. 이 곳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인가, 타카모리가 내심 생각했다.

계단을 꼭대기까지 올라가 도쿄국립박물관에 전시해도 될 듯해 보이는 낡은 나무문을 여니, 선선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화려한 샹들리에, 큰 키의 타카모리도 손을 뻗어서 겨우 꼭대기에 닿을 수 있을 것 처럼 보이는 높은 책장을 빼곡히 채운 서적들, 긴자의 백화점에서 공수해 온 듯한 고급 가구들과 여섯 대의 거대한 모니터들이 타카모리를 반겼다. 쓰러져 가는 건물 안에 19세기 영국의 고급 주택을 연상시키는 은은한 불빛과 고급진 벽지와 카펫으로 장단된 방의 모퉁이에 자리잡은 벽난로를 바라보는 소파에서 쿠로모리가 담배를 피며 앉아있고, 이내 은색 재털이에 중간쯤밖에 피지 못한 담배를 끄고서는 소파에서 일어나 타카모리를 바라보았다.

“거기 서서 뭐 하고 있나. 어서 들어와라. 오늘은 청소도 못 했고, 조촐한 사무소라 손님을 반기기에는 조금 부족하니 양해를 부탁한다. 외투는 저기 있는 옷걸이에 걸어놓으면 된다.”

쿠로모리가 타카모리를 아까보다 약간 깨인 눈으로 바라보며 불렀다. 타카모리가 외투를 벗은 후, 무개성한 검은색 넥타이에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소파를 향해 조심스레 걸어가며 방을 둘러보니, 먼지 한 톨 보이지 않는 깨끗한 방 안에는 태풍 특보를 전하는 NHK 뉴스가 나오는 파나소닉 TV와 그 밑에 자리잡은 플레이스테이션 4, 빼곡히 정리되어 있는 신문들, 타카모리 본인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냉장고 등 수많은 고급 가구들이 자리를 잡았다. 타카모리가 조심스레 방을 걸어가 소파에 앉자, 쿠로모리가 또다시 불을 붙힌 담배를 입에 물고 털썩 주저앉았다.

“자. 무슨 일인지 설명하거라. ‘타카모리’.”

쿠로모리가 담배를 물고 냉소를 지으며, 긴장한 타카모리의 얼굴을 떡진 머리카락 사이로 째려보며 그에게 물었다

“2015년 7월 12일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제 연인과 함께 삿포로시에 사업차 갔습니다. 당시 저와...”

“그녀의 이름은?”

쿠로모리가 타카모리의 설명을 중간에 끊으며 말했다.

“시… 시로야마 레이코. 현재 25세입니다. 직업은 배...”

“사진.”

다시 쿠로모리가 타카모리의 설명을 중간에 끊으며 손을 타카모리를 향해 뻗으며 말했다.

“아. 네. 몇년 전, 고등학교에서 처음 사귀기 시작할 때 그녀가 준 명함용 사진을 간직하고는 있습니다... 찍은 지 상당히 되었다만, 아직도 그때와 똑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는 합니다.”

타카모리가 그의 양복 안 주머니에서 시로야마의 사진을 꺼네 쿠로모리에게 조심스레 건넸다. 쿠로모리가 코트의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네 손에 끼고는 오른손으로 조심스레 사진을 받고는, 유심히 보았다.

푸른색과 초록색의 줄무늬의 넥타이를 매고, 흰색 셔츠의 위 헐렁하지만 몸의 굴곡을 표현하는 검은색 가디건 차림의, 정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차가운 인색의, 새하얀 피부와 빛나는 긴 갈색빛 흑발의 소녀를 묘사하였다. 사파이어색이 감도는 그녀의 아름다운 푸른 눈은 사진을 보는 자를 멸시하듯, 정면을 뚫어지게 째려보고 있다.

“흐음... ‘시로야마’라... 예쁜 애인을 두었구나, 타카모리. 잠시 무언가 생각난 것을 찾아야 하니, 계속해서 사정을 설명해라.”

말라 찢어져 가는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며 쿠로모리가 타카모리에게 사진을 도로 건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구석의 종이 더미로 걸어가 종이더미를 뒤졌다.

“당시 저와 레이코는 여가시간 후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골목길을 지나는데, 갑자기 야쿠자들이 복면을 쓰고 저희 둘을 에워쌌습니다. 제가 대응할 틈도 없이, 그들이 레이코를 덮쳐 그녀를 결박하고, 제가 그녀를 구하려 하자, 저를 재기불능 직전의 상태까지 몰아넣었습니다. 제가 쓰러지자...”

“거기까지.”

방구석의 신문들을 뒤척거리던 쿠로모리가 무언가를 찾아낸 듯 신문지를 꺼내고는 뒤돌아 타카모리에게 다가갔다.

“더 이상의 설명은 지금 시점으로는 필요 없다. 기꺼이 도와주겠다. ‘타케우치’.”

쿠로모리가 타케우치의 앞에 다가가 타케우치를 내려보며,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타… 타케우치?”

갑자기 깜짝 놀란 타케우치가 식은땀을 흘리는 채로 쿠로모리를 보며 당황한 말투로 급하게 말했다.

“얼마 전 한 유괴 사건 관련으로 신문에서 본 분과 동일인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닮은 네가 이곳에 나타난 때부터 의심했고, 네가 건네준 사진을 보고 알아챘다. 이 나라에서 웬만큼 커다란 돌덩이 밑에 살지 않는 한은, 아이돌 시부야 린은 아는 법이지. 그렇지 않나? 헤이세이 27년 7월 12일, 삿포로에서 라이브 후 휴식 중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일방적으로 유괴된 20세 아이돌, 시부야 린의 프로듀서, 타케우치 슌스케?”

린의 유괴 사건을 보도한 7월 13일자의 요미우리 신문의 표지를 들며 쿠로모리가 큰 목소리로 빠르게 말하며 타케우치를 추궁했다.

“네... 네. 이 건을 사립탐정에게 별도적으로 의뢰하는 것이 새어나가지 않기 위해, 의도치 않게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타케우치가 양복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조용히 해명했다.

“상관 없다. 이런 사건의 의뢰인들은 대부분 개인정보를 공유하기 꺼려한다. 이제, 사건 설명의 문맥을 린의 건에 맞게 바꾸어서 다시 설명하도록 해라.”

쿠로모리가 다시 돌아선 후, 부얶에 있는 네스프레소 머신에서 카페 아메리카노 두 잔을 뽑아 도자기 잔에 넣고서는, 자리로 돌아와 타케우치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네. 7월 12일 심야, 13일의 자정 근처 시각이었습니다. 삿포로에서 라이브 후, 시부야 씨는 경호원 명목으로 동행하던 저와 함께 여가시간 후 숙소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당시 시부야 씨가 저와 함께 있고 싶다고 일부러 약간 돌아갔는데, 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가서 잃고 말았습니다. 돌아다니던 중, 괴한들이 복면을 쓰고 시부야 씨를 덮쳤습니다. 그들은 저를 뿌리치고 시부야 씨를 잡은 후 테이프로 결박하였습니다. 제가 시부야 씨를 구하려 하니, 그들이 저에게 폭력을 가하였습니다. 제가 쓰러지자, 그들은 온 몸이 묶인 시부야 씨를 끌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는 결국 시부야 씨가 격렬히 몸부림치는며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그녀가 테이프로 막힌 입으로 어떻게던 저를 부르려 하던 그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직도… 크흑…”

지켜내지 못한 자신의 무능력함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는 듯, 전신을 분노로 떠는 타케우치가 떨리는 손으로 컵을 있는 힘껏 강하게 쥐었다. 아픈 기억을 되살리는 타케우치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젖어간다.

“이봐. 너무 본인한테만 책임을 떠넘기지 마라. 상대는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괴한들이다. 그 상황에서는 아무리 죠셉 죠스타였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분노로 몸을 떠는 타케우치에게 쿠로모리가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조용한 목소리로 위로했다.

“네… 감사합니다…”

위로로 조금 진정한 타케우치가 눈가를 닦으며 답했다.

“자, 이제 중요한 건 린을 구하는 것이다. 아까의 소극적인 반응은 무시하라. 내 모든 능력과 재력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도와주마.”

갑자기 기분이 전환되었다는 듯, 쿠로모리가 환하게 웃으며 냉장고에서 녹차를 찾아 마시며 타케우치에게 말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혹시 원하시는 대가라도...”

“필요 없다. 단지 1일당 기린 병맥주 1병이면 충분하다. 내 장비들에서 볼 수 있듯, 나는 돈 하나는 차고 넘친다. 단지 추리에서 얻는 쾌락과 남을 도운다는 기쁨으로 이 일을 하는 것이다. 다만, 네가 추리 도중 나를 도울 수 있으면 좋고, 만약 우리의 협동으로 린을 구출하는데 성공한다면, 그녀의 1집 앨범에 사인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 듯 하다.”

무심한 듯, 쿠로모리가 대형 진열장에서 린의 1집 앨범을 꺼내어 쳐다보며 말했다.

“네.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타케우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답했다.

“그렇다면 컴퓨터에서 7월 12일 20시 이후 삿포로시 히가시구에 있는 모든 방범 카메라의 영상을 저기 있는 컴퓨터에서 찾아 달라. 자동으로 날짜, 시간에 따라 정리하게 되어 있으니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여섯 대의 모니터 앞에 앉은 쿠로모리가 방 한 켠에 자리잡은 커다란 데이터베이스 옆의 컴퓨터를 가르키며 말했다. 그리고, 앞에 있는 모니터들을 켜서 당시 언론들의 보도들을 마구잡이로 조회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진정으로 해결하고 싶은 사건에 개입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반드시 해결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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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탐정물로 시작하긴 했지만... 아이돌 마스터 2차 창작이라고 할 수 있네요.
고증오류라던가 오타 등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쿠로모리 탐정이 어떻게 방범 카메라 영상을 구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는 일단 맥거핀입니다. (참고로 자작캐입니다)
속편은 제 필력과 시간이 허락하는 하에... 암튼 최대한 빨리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