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도시의 허름한 아파트.

 국가에서 집세의 일부를 부담하는 아파트 단지의 한 동의 201호실.

 목을 매달았던 그, 이제 겨우 스무살인 청년이 거기에 있었다.

 

 “아, 죽은건가?”

 

 “네, 축하합니다, 호갱님! 아차, 실수! 고객님! 운 좋게 천만번째로 죽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원 한가지 들어드릴게요! 뭐든 말씀만 하세요! 다시 되살려달라? 아니면 다음엔 금수저로? 아니면—“

 

 흔히 말하는 저승사자 역할인 듯한 괴이한 녀석이 말을 늘어놓는 도중에 청년이 입을 열었다.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나 보고 싶어”

 

 “어라? 그게 소원인가요?”

 

 청년이 끄덕이자 저승사자가 활짝 웃으며, 좋아요! 라고 말하고는 그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한다.

 

 청년의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근처의 빌딩 4층.

 한때 청년의 일터였던 그곳에선 청년의 죽음따위는 알지도 못하는 듯이 오늘도 어김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일을 부탁할 때마다 당신 밖에 없다고 말하던 당신의 상사로군요!”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사원이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일을 부탁하는 것이 보인다.

 

 “역시 너 밖에 없다니까. 오늘도 부탁할게”

 

 부하직원은 상사의 서류를 받고 자리로 돌아간다.

 

 “놀라워라! 매번 당신 밖에 없다고 했던 말은 누구에게나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청년을 바라본 저승사자였지만, 청년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회사에서 멀어져 근처의 술집으로 향한다.

 거기엔 네 명의 젊은이들이 웃으며 떠들고 있다.

 

 “오! 이번엔 고등학생때부터 알고 지내던 당신의 친구로군요!”

 

 네 명 중 한 명인 청년의 친구가 웃으며 말한다.

 

 “이번에 아는 녀석이 죽었는데 말야. 아쉽게 됐어. 좋은 장난감이었는데 말이야, 하하하!”

 

 그리고는 별 것 아닌 화제였다는 듯 다른 화제로 이어나간다.

 

 “어라라. 친구라고 생각했던건 당신만이었나 봐요!”

 

 그렇게 말하고 청년을 바라본 저승사자였지만, 여전히 청년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술집에서 멀어져 이번엔 좀 더 먼 곳으로 향한다.

 청년이 살던 곳과는 다른 부자 동네.

 

 “가난한 당신이 이런데 사는 사람 중에도 아는 사이가 있었나 보죠?”

 

 화려한 집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 죽어? 몰라요, 그런거! 좋아서 낳은게 아니니까!”

 

 여자는 화를 내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빌어먹을 인간이라더니 진짜네요!”

 

 그렇게 말하고 청년을 바라본 저승사자였지만, 여전히 청년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목적을 마친 저승사자가 청년을 향해 말한다.

 

 “정말 이런 소원으로 괜찮은건가요? 지금이라도 다른 소원을 말해도 된다고요? 그래! 방금 그 녀석들한테 복수를 하는건 어때요? 당신을 평생 기억하도록 만들어주는거에요!”

 

 저승사자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떠들어댔지만 청년이 고개를 든다.

 

 “계속 죽고 싶었어요. 그래도 제가 죽어서 곤란해하는 사람이 생기는건 싫다고 생각해서… 그래도 그런 일은 없어서—”

 

 청년은 웃고 있었다.

 

 “저 죽어서 다행이네요“

 

 그렇게 소원을 이룬 청년은 저승사자와 함께 황천으로 향한다.

 

 “자, 도착했어요. 여기서 쭉 가면 내세입니다. 담당자의 지시에 따라주세요.”

 

 “감사했습니다.”

 

 꾸벅 인사하는 청년에게 저승사자는 손을 흔든다.

 

 “아뇨 아뇨. 다음에 만나자는건 먼 얘기네요“

 

 “그러네요”

 

 저승사자는 마지막으로 청년을 향해 작별의 의미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좋은 내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