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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6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너같은 천하의 공돌이가 왜 굳이 다롄까지 가서 그 모양이 된 거냐. 지진 때문에 중국에서 병원에 실려갔잖아. 언론에서 얼마나 떠들어댔는데."

"그러게 말이다. 거기를 내가 왜 갔을까?"

하현수가 대답하면서 김주안을 놀리는 듯이 은근슬쩍 쳐다보았다. 주안이 눈치를 채고 하현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 날렸다.

"아, 미안하다니까. 그때는 네가 계속 연구실에 쳐박혀 있는 것 같아서 어디 여행이라도 보내주려고 했어. 네가 공항 구조물에 머리를 맞아서 한 달 반 동안 혼수상태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냐."

"흐흐, 농담이야. 그건 이미 다 용서했어. 네 말대로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냐?"

 

하현수의 퇴원 기념 여행을 떠나는 자동차에서 수다소리가 요란했다. 하현수의 친구인 김주안과 직장 동료인 연구원들이 타고 있는 자동차가 경부고속도로에서 송파대로로 방향을 틀었다.

 

"차 되게 막히네."

"당연하지. 크리스마스 다음날의 토요일이까 당연히 많을 거 아니야."

주안의 질문에 현수가 답했다. 그 때 운전하고 있던 현수의 동료 연구원이 앞을 가리키며 흥분했다.

"야, 저기 저거 롯데타워 맞지?"

"응, 그렇네! 실물로 보니까 진짜 크구나."

모두가 그 말에 동조했다.

 

"그래서 호텔 예약한 거 확실하지?"

"응. 여길 봐봐. 다 돼있어."

동료 연구원이 핸드폰 앱을 켜서 확인시켜보였다. 모두 안심했다.

"오늘은 살짝 늦었으니까 호텔 먼저 들어갈까?"

"아니면 롯데월드 가는 건 어때?"

"오, 괜찮은데?"

"그래서 호텔 갈 거야 안 갈 거야?"

"잠깐만 우리끼리 상의 좀 하고."

"근데 롯데월드 개장 시간이 언제더라?"

"11시 아니었던가?"

"아, 몰라. 그냥 핸드폰으로 보면 돼지."

동료 연구원 중 한 명이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를 켰다. 그러나 그러는 찰나, 무언가가 갑자기 화면에 떴다.

 

긴급 재난 문자.

 

수도권의 땅이 갑자기 흔들렸고, 내진설계가 되지 않았던 오래된 건물들이 요동쳤다. 간판이 내려앉아 보도블럭을 내리쳤고 쇼윈도는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졌다. 그리고 송파대로 앞으로 보이는 거대한 먼지구름. 토양액상화 현상으로 인한 롯데월드타워의 붕괴. 그 붕괴의 바람이 잠실 일대와 평화로운 토요일을 집어삼켰다.

 

진동이 끝나자 현수가 이 사실을 믿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동차 문을 열어 나왔다. 그리고 송파대로 너머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대로 넋을 잃었다. 다롄에서 있었던 대지진이 반복되었다. '저곳에서도 나와 같은 수천명의 사망자가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며 혼란에 빠져들었다.

 

 

하현수는 그 날 생각했다. 이 자연재해에서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자연이 내리는 재앙에서 생명을 구원할 수 있을까. 나같은, 그리고 저들같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까. 그리고 마침내 다짐했다. 지금까지는 나의 흥미와 재능을 위한 안드로이드 개발이었다면, 지금은 온전히 사람의 구원을 위해 안드로이드를 만들겠다고.

 

이것이 서울 한복판을 둘러싼 잔혹한 먼지구름 속에서 태어난 한국의 로봇 기술연합체, 세나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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