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면하나를 새로 썼다. 

아무래도 이번에도 틀린 것같았다.


세상 사람들은 언제나 가면 한두개씩은 가지고 산다. 

그걸 휙휙 바꿔쓰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도 신기해 

나도 해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삐뚤게 써지거나 끈을 놓치기도하고 

미묘한 불쾌감만을 일으키는 모습에 

떠나버린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그때 가면을 만들어서 썼다.

 그 때의 얼굴에 잘 들어맞는 것으로, 

때문에 항상 속내가 조금씩,

조금씩 새어나오는 형태가 되었지만 

계속 덮어쓰다보니 해결되었다.

어느정도 능숙해졌을 때에는 

무수히 많은 가면이 겹쳐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분명 예전에 썼던 가면인것 같은데, 

찾을 수가 없어서, 


비슷하게 새로 만들어 쓴 가면은 

예전과는 미세하게 뒤틀린 데가 있어 

재회는 언제나 불쾌한 것이 되었다. 


그렇게 비슷하고 비슷한 가면들에 휩쓸려 

나 자신이 어떤 형태였는지도 잊고 말았다. 


가면 뒤에 가면, 

가면 뒤에 가면, 

가면 뒤에 또 가면,

속마음도 사실 가면. 


이제 나라고 할만 한 것은 

무수히 많은 가면을 두들겨 만든, 

무미건조하게 조소하는 

얇은 판 하나가 아닐까. 


가끔 그렇게 진심이 되어 다가가면 

그로부터 돌출되는 유쾌한 끈적거림에 


내가 가장 가지고싶던 것들은 

모두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다시 가면하나를 올려썼다. 

그 안의 나는 좀더 평평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짓눌린 가면사이 더럽고 끈적이는 것이 새어나왔다. 

이것이 모두 흘러나가면 

나는 좀 더,


다른사람들 같이 될 수 있을 것같았다. 

그리 생각하며 가면을 하나 더 눌러썼다. 


바람이 불었다.

무엇인가는 한층 더 말라갔고,


오늘도 날씨는 유난히도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