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의 이야기부터 합시다. 저번에는 사람부터 이야기 했으니까 본격적으로 검의 이야기부터. 28회차의 결투를 끝마친 두 검은 태초의 대장간에서 벼려진 수천개의 검 중 하나였습니다.  


 저번에도 말 했지만 두발로 걷는 인간에겐 믿을만한 무구라고 할 게 없었어요. 손톱이 날카롭지도 이빨이 단단하지도 속도가 

빠르지도 못한게 인간인지라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치명적인 결핍을 단단한 쇠붙이를 세우고 이음으로서 극복해 내었습니다. 위

대한 네발짐승은 커녕  생태계에서도 그냥 그러던 인류는 그렇게 꽤 강해졌지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쇠붙이와 날붙이로서 인간을 무기로 벼려 낼 수 있는 대장장이는 인류에게 있어선 또 다른 아버지와 같다 할 수 있겠지요?


 그랬습니다. 요즘에는 뭐 그렇게 대단한 취급을 받지 못하는 그냥 그런 기술공 소리를 듣는 대장장이이지만, 이 당시에는 인류에

게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위치를 제공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부족 내에서의 위상은 실로 아버지와 같다 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 내에

서도 부족장 바로 옆자리쯔음. 있고 없고가, 있어도 누가 더 뛰어난지 아닌에 따라 부족의 순위가 정해 질 정도였으니까 말이지요.


 각설하고, 그런 대장장이들에게 있어서도 아버지의 아버지.  명공이라 부르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후대에 전해지는 이름이 하두 많아 분화된 여러 부족, 민족마다 조금씩 다르게 부르곤 했는데 가장 흔히 그를 부르는 이름으로는 불칸이라고 부르곤 했지요.  

 

 불칸. 그러니까 명공은 끝도없는 무저갱의 화염을 들고 와 만든 태초의 대장간 앞에서 작은 태양이 내뿜는 찬란한 빛과 돌덩이를

그 두꺼운 손으로 두들깁니다.  캉, 캉 하는 소리가 지천에 뒤덮히고 장인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줄줄 흘렀지요. 밤이며 낮이며, 한참을 두들기고 식히고 틀을 잡고 다시 열을 가해 두들기고, 식히고 틀을 잡는 과정을 반복하며 하나의 무구로 작은 태양을 빗어냅니다.


 그것이 바로, 아키타입. 더 퍼스트라고도 불리우고, 푸른별의 갖은 전설 신화에 등장하는  창세신화 무구의 원본이 되는 그 첫번째 검. 한참을 공들여 만든 그 첫번째 검이 내뿜는 빛 무더기에 칼을 바라보던 이들 모두 넋이 나간듯이 검신이 내뿜는 고고한 빛을 바라보곤 했지요.  


 혹자는 무릎을 꿇고 빌기도 숭배의 의미로 큰 절 하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던데. 그만큼이나 찬란하고 따스한 빛 무더기 그 자체로서 인류의 앞에 그 자태를 드러낸 것입니다. 하지만 명공은 첫번째 검이 썩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기간이, 엄청 오래 걸렸

거든요.  


 대장간을 짓는대도, 첫 칼을 뽑는데도 근 2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도망친 인류가 작은 태양과 접촉했다는 것이 위대한 네발 짐승들의 귓 속으로 들어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지요. 명공은 조급했습니다. 비록 이 칼 하나만큼은 그 누구와 붙어도 지지 않을 승리의

검임에는 분명했지만, 인류를 홀로 보전하기엔 부족할 따름인지라. 제빨리 대장간으로 들어간 명공은 조급히 두번째 칼을 빗어냅니다.   


 2년에 걸쳤던 첫번째 검과는 달리 이틀에 걸친 짧은 기간동안 명공이 빗어낸 검. 명공의 조바심이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나는 그 칼의

이름은 2번째 검, 프로토타입.  시험기, 초기형 미완성본 초안이라고 불리우는 이 검은 명백한 실패작이였지요. 거무튀튀한 세어나오는 미약한 빛 조차 한 점 없는 어둑어둑한 검. 금방이라도 부서질것만 같은 무른 강도에 사람들은 모두 탄식을 내 뱉었습니다. 


 명공은 다시 한번 거기서, 깨닫게 되지요. 조급한 마음이 오히려 사태를 더욱 망칠 수 있겠구나. 나의 조바심이 인류를 해치게 될 수도 있겠구나.  다시 대장간으로 들어간 명공은 첫검을 만들었던 것 처럼 몇날 몇일밤을 꼬박 세웠지만 어느정도 부족함 없이 지나고나자 거푸집을 내려 세번째와 네번째검을 만듭니다.    


 두달에 걸쳐서 만든 그 두 검. 그것이  28번을 더 붙고도 앞으로 한참을 더 싸울 두 무구. 데이 라이트과 나이트 쉐도우 입니다. 뭐 그 밑으론 이름이 꽤 많지만, 처음에 지어진 이름은  분명 저것이었죠.  


 첫번째 검 처럼 숭배 할 정도로 대단한 빛은 아니었지만, 두번째 검 처럼 무르고 거무튀튀해서 금방이라도 부숴져 버릴것 같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첫번째 검에 비하면 대단찮은 빛이지만 그만으로도 충분히 주변 사람들에게 총명한 영기를 불어 넣기엔 충분

했지요. 분명 첫번째 작품보다 완성도가 낮다고 볼 수 있었겠지만 그제서야 명공은 만족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아, 이것

이구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이후  명공은 짧게는 한 주, 길게는 한달에 하나 꼴로 작은 태양을 가공하여 검을 빗어냅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수천개의 무구들이 인류의 손에 쥐어지게 되지요.  그것으로 하여금 인류는 서서, 두 손으로. 작은 태양이 가진 신비와 존귀함을 그대로 자신의 것으로 하게 됩니다. 이를통해 천하를 자신의 발 아래 두게 되지요. 


 미하일 그리고 아이오나는 고귀한 혈통으로서 또 각 부족을 대표하는 최고의 전사로서 명공의 무구를 이어받게 됩니다. 따스한 

빛의 영성과 함께 영생의 축복을 품은 두 남녀는 몇 세기가 지나도록 오랜 세월동안 함께 전장을 누비며 싸워 나갑니다. 

가득 튄 적들의 피를 닦으내며 등을 맞대며 싸운 오랜 전투의 성과로 인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지요.  전쟁이 끝이나고, 

함께 아들 딸 낳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 나가기를 꿈꾸며, 최후의 최후까지 열의를 다하여 진심으로 싸웠습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종족간의 사투가 끝이나고 평화가 찾아오자 오히려 하나로 뭉쳤던 인류가 흩어지고 또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말씀 드렸죠? 운명의 장난인 것인지 아니면 뭐 필연적인 합국의 시발점이었는지 미하일의 부족은 제국의 편이었고,

아이오나의 부족은 연합국의 우두머리 중 하나였습니다.  통정한 사이로 함께 즐거히 남은 여생을 보내고자 마음먹은 두 사람에게

이것은 가슴이 무너져내릴 깊은 상처로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차라리, 맹약하지 않았더라면 자신들만의 힘으로서 어찌 어찌 이런 파국을 막아보려 힘 썻건만..... 명공에게 검을 이어받는 그 순간 

한무릎을 꿇고 마법의 실로 엮어 만든 맹약에 의해 두 사람은 자력으로 인세에 영향을 끼칠 수 없었습니다. 강대한 힘을 가졌지만, 

인류가 두 조각으로 나뉘어 나가는 꼴을 두 눈 뜨고 지켜 볼 수 밖에 없었지요.


 통곡의 절벽을 기점으로 나눠진 두 나라에 의해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 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손 맞잡고 등 기대며 

말을 주고 받고 숨결을 나누는것 만으로도 모든것을 가진 것 같았던 순간이었었는데.... 두 사람은 그럴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상대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한참을 울고 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치 두 사람이 텔레파시라도 통한듯, 두 사람의 뇌리를 스치고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맹약으로 자신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맹약으로 자신이 인류에 힘 쓰지 못한다면 자신의 의지를 이어받은이가  힘을 쓰면 되는 일이 아닌가?   

결심한 두 사람은 거짓 죽음으로 위장한채로 서로의 국경을 향해 걷고 뛰어갑니다. 


발걸음이 도착한 곳은 길의 중앙,  통곡의 절벽. 그곳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납니다.  


 생각한 바를 읊고 상대에게 전하는 두 사람.  


"......사람 생각이 다 똑같구나."


"그러게. 나도 너도 그렇게 생각 할 줄은 또 몰랐네."


"....."


"......"


 서로의 뜻을 전하고 한참을 말 없이 서 있던 두 사람의 눈동자에 맺어진것은 오랜 세월동안 보지 못한 안타까움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재회의 환희였지요.  사랑의 눈빛을 주고 받은 두 사람은 곧 입술을 포갭니다. 천천히 포갠 입 사이로 혓바닥과 혓바닥이 마주치고 옷가지는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지요.


 그날 밤의 일은, 이렇게 됐습니다. 물론 거짓 죽음으로 위장하는 기간이라던가, 상대편의 죽었다는 비보에 대해 탄식하고 눈물흘리던 시절. 통곡의 절벽에서 만나고자 전달받은 서편 등의 이야기는 꽤 길지만, 그냥 그렇다고 합시다. 그렇게 말 하면 이야기는 너무

길어지고 또 지루해질테니까요. 


 어찌되었건 두 사람의 정사로 10개월 뒤에, 아이가 태어납니다. 두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반반씩 섞어놓은듯한 비범한 풍체의 소년

,레온. 성장한 레온이 두 사람의 기술과 검을 이어 받아 대륙을 일통하는 초대 황제로 거듭나는  진짜 시작은 다음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