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대형병원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나무지팡이를 든 소년이 들어왔다.

 

그 소년은 밤색 눈에 길게 땋은 갈색머리가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에 적당하게 어울려 그곳에 있던 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년은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살짝 움츠린 채로 접수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혹시... 카즈리마는 아직 안 일어났나요?”


접수원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대답했다. 


“아, 네. 아직은 의식을 차리지 않았습니다. 그곳으로 가실 때엔 이 열쇠를 가져가시는 거 잊지 않으셨죠?”

 

“그럼요... 걔를 보기 위해서 매일 왔잖아요. 그걸 잊을 리가 없죠.”

 

소년은 접수원이 준 열쇠를 받고 복도 깊숙하게 들어갔다.

 

소년에게 열쇠를 준 접수원은 눈호강을 한 것처럼 생글생글 웃는데 옆에 있던 접수원이 물었다.

 

“팀장님 저 아이가 얼마나 와서 그러는 거예요?”

 

“응? 나도 5년차라 다른 사람들이 말하길 저 아이가 5살 때인가 6살 때 광인어 집단 폭동 이후로 왔다고 하더라고.”

 

“아니 그럼 저기 안에 광인어 피해자가 있는 거예요? 정말요?”

 

“조용히 해. 어차피 10년에서 11년 정도 의식을 잃은 채로 누워있어서 가도 별 도움 안 될 거야.”

 

“아잉 그래도~ 한번 정도는 볼 수 있잖아요~ 광인어들한테 당한 사람들은 전부 죽었는데 아직 멀쩡하다니 이건 대박사건이잖아요!”

 

“조용히 해! 괜히 그러다 소문이 괴상하게 퍼져서 난처해지는 건 우리들밖에 없다고. 조용히 일이나 해!”


"아~ 팀장님~"

 

.

.

.

 

소년은 가장 구석진 곳을 열쇠로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장발의 갈색 생머리를 가진 소녀가 새근새근 잠을 자는 것처럼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그 소녀의 옆에는 소녀의 몸만큼 큰 방패가 세워져 있었고 소년은 그 방패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방패를 들고 방패가 있는 곳에는 자신의 지팡이를 두었다.

 

소년은 익숙한 듯이 그 방패를 무릎에 두고 자신의 왼쪽 주머니 가방에서 기름병을 꺼내어 손질하면서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인어들이 미쳐서 날뛴 건 아마 우리가 5살 때였지....”

 

소년은 하얀 수건으로 방패를 살살 문지르며 듣지 않는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날 네가 날 안 구해줬다면 나는 최연소로 연금술사 자격을 얻지 못해서 ‘바레스’라는 이름을 가질 수 없었을 거야.”

 

소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말... 고마워... 이걸 지금 11년째 말하는 거 같은데 매번 고마워. 아, 맞다 오늘은 자랑을 좀 하려고 왔어.”

 

소년은 방패를 두고 일어났다.

그리고 소년은 소녀가 누운 침대 맞은편에 있는 테이블로 가 가방을 열었다.

 

방패는 버드나무로 만들어져 소년의 손과 옷에 버드나무의 향이 났었고

소년은 버드나무의 향이 나는 손으로 자신의 가방에서 어느 문양이 그려져 있는 종이를 꺼냈고 푸른색의 병도 같이 꺼냈다.

 

“그날 이후로 사로잡은 인어의 몸속에서 ‘바알의 낙인’이 찍힌 흔적이 많이 보였어. 예전에 모험가였던 커스트 아저씨가 나에게 말했는데 그 낙인이 찍히면 질투를 하게 된데 그래서 우리를 공격했을 거라고 하셨어.”

 

소년은 종이를 들고 뒤돌아 눈을 감고 있는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그 ‘바알의 낙인’이야. 물론 내가 만든 모조품이라 효력은 없지만 대충 이렇게 생겼어. 내가 이걸 왜 만들었냐면...”

 

소년은 테이블에 같이 뒀던 병을 들고 흔들며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그 병은 사파이어가 녹은 듯한 영롱한 푸른빛을 띠었으며 아름답게 비춰졌다.

 

“이 ‘퍼즈라의 눈물샘’이 낙인을 지우는데 특효약이더라고. 그래 너도 알거야. 우리가 어릴 때 뭐... 4살,5살때였으니까 너한텐 어릴 때가 아니겠네. 아무튼 어릴 때 커스트 아저씨네에 있던 음료잖아. 아저씨가 몰래 만들어서 판다고 자주 마시지 말라고 했던 거. 이게... 올해 1년 동안 이것저것 시도를 하면서도 안 풀린 저주가 이 단순한 음료 하나로 풀리는 거 있지?”

 

소년은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참... 미안해... 네가 인어를 좋아하는데 내가 더 빨리 알았다면... 적어도 북쪽의 인어들을 지킬지도 몰랐는데 말이야. 그래도 다행인건 내가 찾은 거 때문에 서쪽의 인어를 토벌하려고 한건 막았어.”

 

소년은 다시 소녀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그때 창가에서 후두둑 소리가 들리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창밖의 모습이 자신을 비추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소녀를 좋아하기에 일이 없는 날마다 매일 찾아오는데 언제까지 찾아올 수 있을지 몰라서

소녀가 일어나길 바라지만 11년 동안 미동도 없는 소녀가 오늘 갑자기 일어난다는 건

기적이나 다름없다는 걸 잘 아는 소년은 오늘도 묵묵히 소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소년의 그러한 마음을 하늘이 이해하듯이 비가 내리는 것 같아서 

시리고 가슴이 비는 듯이 허하며 이름 모를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하늘은... 내 마음을 아는 걸까. 아니면 너의 감정이 하늘로 오른 걸까.”

 

소년은 두 손으로 소녀의 왼손을 잡고 자신의 이마에 갔다대었다.

 

“제발... 오늘은 네가 눈을 떴으면 좋겠어...”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손을 놓으려는데 소녀의 손이 소년의 손을 꽉 잡았다.

 

소년은 놀라 소녀를 쳐다보는데 소녀가 눈을 깜빡이며 소년을 보고 있었다.

 

“너... 너 눈을 뜬 거야?”

 

“누...구..?”

 

조금씩 입을 벌리며 말하는 소녀의 모습은 소년에게 기적이라고 느끼며 소녀를 끌어안았다. 

 

소녀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자신의 친구인 알베르토인 것 같아서 떨리는 연약한 팔로 소년을 안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마...이... 컸....네... 아르...베르...토....”

 

“너도... 너도 많이 컸어... 카즈리마... 정말... 올해가 가장 좋은 날이구나...”

 

소녀는 팔을 풀고 소년이 흘린 눈물을 떨리는 팔로 닦아주며 조금 더 나아진 발음으로 말했다.

 

“울...보...야... 너는....”

 

소년은 미소를 지으며 소녀를 보고 말했다.

 

“오늘은 너 때문에 우는 거야... 그래,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가서 의사선생님을 불러올게.”

 

소년은 팔을 풀고 의사를 부르러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 소녀는 소년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가를 봤다.

창문엔 비가 온 흔적이 창을 타고 흐르고 있었고 창밖에는 무지개가 약하게 피어났다.

 

소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그 무지개를 보며 전보다 더 선명한 발음으로 혼잣말을 했다.

 

“무지개... 예쁘다...”


===================================================================================


다시 시작하는 우로보로스

또 버리고 다른 걸 쓸 가능성도 있으나 그건 저도 몰?루


피드백 언제나 환영합니다.

오타, 설정오류, 문장의 어색함, 이해되지 않는 내용 등 지적 사항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은 제 서술 실력 부족임으로 별수 없겠지만 다른 경우에는 검토를 하고 수정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