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당신이 리군입니까?"

 

 신수열이 이 세계에서 사라진 직후에 횡단보도에 서있는 노이설 리에게 말을 거는 남자가 있었다.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이미 집에 가있어야 할 안경을 쓴 남자가 서있었다.

 

 "놀랐는 걸, 탐정씨가 여긴 무슨 일로?"

 

 처음이자 마지막의 만남.
 본래라면 만날 일 없이 끝나는 것이 정상인 두 사람이다.

 

 "아무래도 오늘이 끝이 아닐까, 란 생각에 말이죠"

 

 오컬트부의 부장이 존댓말을 쓰는 상대는 이 학교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
 그는 벌써 5년째 이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까,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전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이설 리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그를 처음 만났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뭐, 그렇지. 용케도 알아챘는걸, 수열이가 꽤나 자세히 설명한 모양이네"

 

 "네, 전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세계의 비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을만큼 설명해주었죠"

 

 거기에, 틀렸던 것 같지만 말이죠, 라고 덧붙이는 남자.
 그는 이 세계가 신수열의 심상 세계가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것은 틀린 답이었다고 깨달은 것이겠지.

 

 "어차피 마지막이고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일루젼(illusion)씨"

 

 남자의 말에 노이설 리라고 자신을 칭했던 자가 미소짓는다.

 

 "에신이라는 이름에서 깨달았나?"

 

 "네, 그 에신(esin)이라는 이름도 니세(nise)를 뒤집었던 거니까요. 몇 번 해봤는데 답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면 이미 알텐데? 이 세계가 환상이란 것 쯤은 말이야"

 

 리의 말에 부장이 고개를 젓는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그에 리는,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나간다.

 

 "마지막 날이니 특별 보너스다. 설명해주도록 하지. 이 세계는 환상이다. 오직 신수열이라는 인간을 살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환상의 세계지. 현실세계는 멈춰있어. 신수열이 깨어나는 시각, 6시 직전까지만 진행한 채로. 그가 깨어나는 순간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덤으로 설명해주자면 여기의 기억은 꿈처럼 남아있겠지. 꿈이란건 곧 잊혀지는 법이고 말야"

 

 "어째서죠? 그가 다른 사람과 달리 특별한 인간이라도?"

 

 부장의 말에 노이설 리는 잠시 생각에 빠져있다가, 어차피 기억 못 하려나, 하고 중얼거리고는 대답했다.

 

 "특별, 이라기보다는 녀석은 원래 죽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때?"

 

 "아아, 인간이라는 건 죽을 시간이 어느 정도 정해진 법이지. 근데 내가 심심했던 탓에 장난 좀 쳤거든. 거기에 휘말려서 죽은 게 불쌍해서 말야"

 

 "...신입니까?"

 

 "아-, 신이라기보다는 그냥 여러 세계를 구경하면서 시간이나 때우는 괴짜다. 가끔 세계에 잠입해서 놀기도 한다만"

 

 저번의 용사는 꽤나 재밌는 녀석이었는데 말야, 라고 중얼거리는 노이설 리.
 그런 모습을 어이 없다는 듯이 부장이 바라본다.

 

 "흠흠, 어쨌든 이게 이 세계의 전말? 이라는거다. 그럼 슬슬 녀석도 사라졌겠다. 오늘도 끝내도록 하지"

 

 "잠깐만요, 수열군은 깨어난겁니까?"

 

 "글쎄? 그건 가서 확인해보라고, 탐정친구"

 

 그 말에 오컬트부의 부장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소리는 말이 되지 않고, 그대로 세계는 사라졌다. 


 ◇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방금까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는데, 여긴...

 

 "......"

 

 적막한 방.
 새하얀 천장과 그와 같이 새하얀 침대와 왼팔에 연결된 링겔.
 TV에서나 보던 병실이 거기에 있었다.
 평상시와 같은 신체에 단 하나 이상이 있다면.

 

 "깁스..."

 

 감각이 희미한 오른팔에 감긴 깁스 뿐이었다.
 드르륵.
 자신의 신체를 확인하고 있자, 병실의 문이 열린다.

 

 "리군?"

 

 어째서였을까, 자동으로 입에서 빠져나온 말은 누군가의 이름이었다.

 

 "깨어나셨네요, 환자분"

 

 그러나 당연히 리군일 리가 없었다.


 ◇


 그 후에 나타난 의사에 말에 의하면 기적이라는 모양이다.
 덤프트럭에 치이고 팔 하나만 부러지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거라고.
 어찌됐든 그런 기적으로 나는 오른팔에 깁스를 한채로 고작 12시간 동안 병실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병원을 나가면서 스마트폰을 보자 날짜는 11월 12일.
 ......

 

 "11월 12일..."

 

 고등학교 3학년인 나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날이다.
 그야 깨어난건 좋지만, 오른손잡이인 나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사태였다.

 

 "으악! 하필 수능 전 날 사고라니!!!"

 

 1년 더 고생을 할 생각을 하면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을까.

 

 "아니아니아니, 그건 아니지. 하아, 집에 가서 잠이나 잘까"

 

 투덜대며 길을 걸어나간다.
 어느새 횡단보도에 다다른다.
 빨간불.
 방금 막 꺼진 횡단보도에 서있자, 한 두명씩 사람들이 늘어난다.
 3분도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멍하니 기다리기엔 꽤나 지루한 시간.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 뉴스를 본다.
 사고사, 시체유기, 화재 등의 나와는 연관없는 뉴스 기사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신호등의 불이 변한다.
 초록불.
 건너라는 신호.
 그것에 아무런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걸어나간다.

 끼이이이익------

 

 "------"

 

 이제 막 해가 떠오른 아침.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언젠가 F1 경기장에서 들어본,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오른편.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그 속도를 줄이지 못하는지 빨간불로 바뀐 지금에서도 나를 향해 달려든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기사와는 달리, 차체는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핸들을 돌리기에는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건너는 사람은 단 한명.
 자신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 생각나는건 엉뚱하게도,

 

 '아아, 스마트폰 보면서 걷지말라고 했는데, 말 들을걸'

 

 자주 듣던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그러고보면 엄마 말 좀 잘 듣고 다니라고 누군가가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리가 없지만, 덤프트럭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끼이이이익------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