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5년 2월 13일 오전 11시, 미국 테네시 주, 리와인더 기지

 

 

"으앗, 깜짝이야."

"혜림아, 넌 그것 가지고 뭘 또 그렇게 놀라냐."

고작 문자메시지 알림음에 놀라는 한혜림에게 제니퍼가 말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시국이 시국이잖아. 경계는 중요하다고."

"그냥 겁이 많은 거겠지. 너도 그 겁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도 그렇고, 문자나 좀 보지?"

혜림이 그 말을 듣고 스마트워치를 켰다. 문자 칸을 누르니 홀로그램으로 글씨가 떴다. 오늘 오후 4시 헬리콥터 조종훈련 취소. 또다시 살짝 불안해하는 듯한 눈치를 보이는 한혜림에게 제니퍼가 다시 말했다.

"거 봐, 별 거 아니잖아. 그니까 그렇게 계속 무서워하는 건 고치는 게 좋아."

"그치만 안드로이드를 생각하면 소름돋잖아. 어제도 안드로이드가 헝가리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 습격해서 폭파시켰잖아."

"너도 참. 가끔씩이라도 리와인더의 일은 즐기는 게 좋아. 리와인더에서의 기쁨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면 좋을텐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는 거, 뭔가 재밌지 않아?"

"별로. 나는 그냥 두려운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무슨 생각으로 리와인더에 든 건가 싶기도 하네. 아무튼, 오늘은 또 뭘 할까나?"

제니퍼의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에도 한혜림이 살짝 놀랐다. 제니퍼가 은근히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냥 전화벨이니까 그렇게 안 놀라도 돼."

 

제니퍼가 통화버튼을 눌러 통화를 시작했다.

"아, 세르게이냐? 근데 뭔 일이냐?"

"며칠 전에 의뢰 들어온 보안 시스템 강화 있잖아. 그거 얼마나 됐나 해서."

"아, 중국 신호등 체계? 그건 거의 다 끝나가."

제니퍼가 회상을 하며 피식 웃었다. 마침 이번 거는 중국 쪽 의뢰라서 유별난 애국자인 팡 씬이가 이 말을 듣고 엄청 흥미를 보였던 게 생각났다. 심지어 자기는 의사라서 해킹 쪽으로는 무자하다는 거를 불평하기도 했으니 뭐.

"나도 다 끝나가. 근데 걔네들은 왜 상하이 쪽 신호등을 박살내가지고. 게다가 신호등이 일일이 IoT가 연결되어 있어서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다 에러났잖아."

"그러게 말이다. 걔네들 가치관을 좀 뜯어고쳤으면 좋겠다."

제니퍼가 슬며시 한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그 때 비상벨의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한혜림이 무서워해하며 주위를 경계했다. 제니퍼가 전화 너머로 세르게이에게 말했다.

"근데 이건 뭔 소리냐?"

"모르겠는데."

"그럼 끊는다."

제니퍼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두려움에 절어있는 한혜림을 진정시키려 말했다.

"그렇게까지 무서워할 필요 없다니까. 그냥 메뉴얼대로 대피하면 된다니까......."

탕.

창문을 뚫고 넘어온 총알이 제니퍼의 복부를 꿰뚫었다. 제니퍼가 힘을 잃고 쓰러졌다. 급작스런 상황에 한혜림의 다리도 풀려버렸다. 그리고 제니퍼의 의식을 처절하게 확인했다.

"제니퍼, 제니퍼!"

"그러지 말고 의사나 부르지 그래? 요즘은 이런 건 치료하기 쉽잖아."

제니퍼가 혜림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프지만 태연하게 말했다. 한혜림이 손을 떨며 긴급의료를 호출했다. 그러나 또다시 탕소리가 나며 이번에는 제니퍼의 전두엽이 꿰뚫렸다. 제니퍼가 의식을 잃자 한혜림이 그 자리에서 울면서 쓰러졌다.

"구급, 구급!"

저 멀리서 의료용 로봇이 오기 시작했다. 한혜림이 그것을 보고 치료할 수 있겠다며 안심했지만 그 뒤에는 안드로이드들이 침투해오고 있었다.

안드로이드가 의료용 로봇을 발로 차서 창밖으로 내팽겨쳤다. 한혜림이 희망을 잃고 절망했다.

안드로이드들 대부분이 제니퍼를 지나가 남자 기숙사 부근으로 향했다. 그러나 한 대는 제니퍼 앞에 남았다. 그리고 검을 뽑아들고 확인사살을 했다. 의식을 잃은 제니퍼의 몸이 두동강이 났다. 제니퍼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안드로이드가 뒤이어 기관총을 들고 두 여자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다행히 어디선가 날아온 폭탄을 맞고 쓰러졌지만 한혜림의 절망과 극심한 공포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다.

 

한혜림이 제니퍼의 사망을 인정하지 못하고 제발 살아있으라고 울부짖었다. 그러나 제니퍼는 총알 2개가 박힌 채 2등분으로 나뉘어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