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후우...이젠 어쩌지...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는데...


하늘은 어두운 푸른색이고 주변은 아직도 검고 칙칙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나마 처음 여기 떨어졌을 때보단 낫지만.


내 이성이 그 착한 거인이 너에게 한 나쁜 짓과 반인륜적인 행위들을 읊어보라며 따져대는데; 이미 늦은 걸 내가 어찌 하겠냐고! 뭐 돌아가? 길도 모르는데?


나는 지치고 심란해져서  눈덕에 털석 주저 앉았다.


이야 이세계라 그런지 눈이 쌓인 곳도 따뜻하네. 참 신기한 곳이야.


"크르르르르르르"


눈덕이 시시시시시시발 방금 그거 누눈덕에서 난 소리야?!!??!?


그 눈덕은 솟아올랐고 나는 날아올랐다.


눈밭에 굴러 떨어지자, 목을 삐끗했는지 목이 잘 돌아가지도 않고 뻣뻣하게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내 눈앞에 당당히 네발로 서 있는 그녀석을 보니 내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본적이 있는가? tv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꿈틀거리는 생동감과 그 큰 덩치를 느껴본적이 있나? 


그놈은 내가 어릴적 사파리에서 본 어느 호랑이 보다도 컸다고 장담할 수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곳에 온몸이 흰색털로 뒤덮인, 거대한 근육질의 늑대? 호랑이?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근데 시간은 나만 멈췄나보다. 그 호랑이와 늑대 사이의 맹수가 앞발을 나를 향해 조금씩,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게 보였다.


나야 당연하게도 피하겠답시고 있는 힘껏 몸을 옆으로 던졌지만!!!


...던져지진 않고 그자리에 멈춰 있는거 보니까 저 늑대가 시간조종사인지 시간을 달리는 늑대 뭐시기 인가 보네. 시발.


아니면 이게 주마등이란 건가.


그 순간 원래도 어두웠던 숲속이 더 어두워졌다.









털옷을 입은 구세주가 내 눈앞을 전부 가렸으니까.




놈이 생각보다 크다. 가죽옷으로 앞발을 온전히 막을 수 없어.


괴수는 발톱이 거인의 두꺼운 옷에 걸리자 앞발을 확 잡아 끌었는데 낡은 헝겊이 찢기듯 거인의 옷이 부우욱 하고 딸려갔다. 내탓인가? 어쩌지? 왜 온거지?


젠장! 헝겊조각보다 쉽게 갈리는군!


그의 가슴에 끔찍한 붉은 줄들이 생겨 피가 흘렀다. 내 다리야 지금 도우러 가야해!! 좀 움직여라!!!


나는 꼼작도 하지 못했다. 나를 구하러 온 거인이 열심히 구석기 시대 도끼를 휘두르며 싸워주고 있었는데도...


놈이 어느쪽이 쉬울지 깨달았나.

다행이도 늑대는 거인이 무서운지 으르렁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어? 저거 나 본 기억이 있어. 고양이들이 저렇게 움직이지 않던가?


늑대가 나를 향해 화살처럼 튕겨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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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은 나를 죽이지 못할 걸 알고 나를 노려보며 물러섰다. 하지만 난 그게 뭔지 잘 알지.


그 흰색 화살이 작은 친구를 꿰뚫어 죽이기 전에 난 놈의 허리에 돌도끼를 내려칠 수 있었다. 놈은 죽었다.


젠장 나도 확실히 나이가 들긴 했나. 숲지기가 맹수같은거에 이리 빌빌대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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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노인은 괴력을 발산하며 돌도끼를 옆으로 후려쳤고 그 하얀 늑대는 우지끈 소리와 함께 축 느러졌다.


늑대의 허리는 괴상하게 틀려 있었다.


그 거인은 나를 보고 아까전에 보여줬던 미소를 지으며 내게 잡고 일어서라는 듯이 손을 뻗었다. 


여전히 고기가 끼어있는, 무시무시한 치열과 함께.


나는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