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스라크 클리어.

우물에 떨어진 강집 노인을 찾았다!
한데 소년이 자신의 손녀를 해쳤다고 오해하는 모양이다...





(댓글참여와 동점표였기 때문에 랜덤으로 골라서 진행)




"씨... 씨!"


오싹함을 뒤로 하고 소년이 소리 질렀다.

느닷없는 소년의 돌발행동에 노인이 멈칫했다.

소년은 아랑곳 않고 계속 외쳤다.


"쒸 톨드 미 헐 네임 워스 빌리 진."

"... 뭔가?"


어느새부턴가 느슨하고 유연한 춤을 추며 소년은 말을 이었다.

소년의 난데없는 문장 행진.

그것은 한가닥의 노래였다.


"애스 쉬 커스 어 씬."

"뭘 하고 있는 겐가?"


노인의 질문 따윈 소년의 춤을 멈출 수 없었다.


"덴 에브리 헤드 턴 윗 아이스."

"갑자기 뭘 하는 거냐 묻지 않았는가!"

"댓 드림드 오브 빙 더 원."

"에잉..."


노인은 혀를 크게 찼다.

소년에게 미련이 떨어진 얼굴이었다.


"야도란, 저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이에게 열-"

"후윌댄스, 온더플로, 인더라운!"

"-탕, 을..."


그러나 노인의 명령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바스라졌다.

어둑한 기억 저편에서 무언가가 떠올랐기에, 노인은 말을 멈추었다.


"... 더라이 비컴 더 트루"


노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언가를 떠올리려던 참에

소년은 노인에게 손가락을 겨누었다.

노인의 차례라는 뜻이었다.


"빌, 리...?"


노인은 더듬더듬 망각의 강 속에 파묻힌 악보를 재조합했다.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맞다. 계속하라.

노인에게 그 행동은 그렇게 읽혔다.


"빌리 진 이스, 낫 마이 러어버!"


이윽고

노인이 소년의 흥겨운 댄스배틀을 받아들였다.


"기억 났네. 이거 손녀가 좋아하던 곡이었네! 그럼 자네는..."


당연히

소년의 입장에선

아무 것도 모르고 댄스배틀 한번 걸어보려던 것 뿐이었지만

일은 잘 풀린 듯 했다.


그곳에 적의와 의심이란 것은 더 이상 없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epA734Abh0





"망할..."


소년이 동분서주하는 사이에

불길은 거칠 새 없이 제 몸을 키웠다.


체육관의 외벽을 타고 그을음만 조금 남길 크기였던 불꽃은

이제는 체육관 전체를 집어삼킬 크기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왜 아무도 오지 않는 거야..."

"관장님이 마을에 해준 게 얼마인데, 배은망덕한 녀석들."


분노와 공포를 섞어서

몇몇 트레이너들이 땅을 쳤다.


"아마 이 소동의 범인이 한 짓이겠지."

"범인이요? 관장님은 누군지 아시는 거에요?"


관장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 국가 공인 중요시설에 이런 짓을, 그것도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할 수 있는 조직은 많지 않아."

"계획적으로 이뤄진 거란 말씀이세요?"

"오이오이www 당연한 거 아니냐구www."


보다못한 금태양이 설명에 끼어들었다.


"불이 나고, 출구는 열리지 않고, 전기는 끊기고, 사 놓았던 소화기는 사라져있고... 이 기막힌 타이밍을 우연의 일치라고 보긴 힘들지."

"그런..."

"아마 일을 꾸민 건 개인이 아니라 특정 조직일 거야. 그중에서도 국가 공인을 습격할 정도의 힘을 가진 조직이라면-."

"로켓단이 아니겠냐구 쿠소www"


관동의 마피아라고 불러도 무방한 세력, 힘, 악행.

사람 한둘 정도는 간단히 묻어버릴 수 있다는 조직.

로켓단.


그들은 지금

포켓몬 배틀 계의 권위자로 칭송받는 체육관 관장을,

리그에서 공인하여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포켓몬 체육관을,

불살라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럼 설마 방금 왔던 그 마약상도...!"

"로켓단의 주 수입원은 마약 판매라고 들었어."

"우효www 그녀석들이 미약 없이는 삶을 살 수가 없다는 음란 갸루라는 건 '상식' 아니냐구www"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으나

불은 무심하게 그 핏빛 혓바닥을 날름거릴 뿐이었다.

인간들의 생사 따위는 자신의 알 바가 아니라는 듯.


"그런... 난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한낱 로켓 주식회사 때문에 죽어야 한다니..."

"다행, 히."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며 산소를 빼앗는 와중

관장, 호일이 가팔라진 숨을 붙들고 말을 토했다.


"로켓단이라면... 강집 할아버지만 도와주, 시면 방법이... 있어."


방금까지 로켓단의 만행인 듯 서술해놓고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체육관에 있던 트레이너들이 호일을 쳐다보았다.

도전자였던 금태양마저도.


"규모는 크고... 간부는 강해도, 조무래기 하나하나가 두려... 운 수준은 아니니까..."

"강집 노인께서 상황을 정리하고 도우러 오면 된다는 거에요?"

"하지만 어떻게?"

"강집 할아버지는... 방법,을 가지고 계셔..."


호일이 비틀거리더니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허덕이던 호흡도 더욱 불안정해졌다.

서 있을 기운도 말할 기운도 슬슬 한계인 모양이었다.

산소결핍의 증상이었다.


체육관의 몇몇 트레이너들도 기절하였다.

화재 발생 이후 열심히 뛰던 순서대로 쓰러져나갔다.


"문제는 로켓, 단이 아니라... 다른 조, 직이 끼어든 경... 우라면..."

"그 다른 조직이 어딘데요?"


왠지 들어야만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알아야만 할 것 같다는 느낌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머리를 스쳤다.


이름 없는 트레이너는 그 자신의 정신조차 희뿌얘져가는 와중에

관장의 희미해진 이성을 재촉했다.


"여기서 주무시면 안 돼요 관장님, 잘못하면... 죽어요."

"괜찮아... 반드, 시 강집 노인, 구하... 오실, 거..."

"망... 할 이름, 그 다른 조직 이름... 은 어떻게 되는,데요 관장님...!"

"공식 명, 칭은 모르... 만 세간, 에서... 부... 기를..."


이제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상황.

듣는 이들도, 말하는 이도 전부 의식의 끝자락을 헤메고 있기에

관장이 뱉은 이야기는 중간중간에 구멍이 난 헌책 같은 모양의 그것이 되었다.


"[흐응... 업ㅅ...]"

"관장님 정신... 차리셔야 해요..."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관장은 기어코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어딘가 야릇한 힌트만을 남긴 채로 그는 기절해버렸다.


관장만이 아니었다.

체육관의 트레이너들은 이미 대부분이 열기에 의식이 끊어져 있었다.


"마지카요 오이... 조금 괴롭힌 것만으로 이렇게 쉽게 가버리다니... 음란함 레벨이 도내최상위 S랭크 급이... 잖..."


건강한 신체가 자랑이던 금태양도 또한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기절만을 목전에 둘 뿐이었다.


'털썩'

'톡'


그리고 한방울.

참지 못하고 대자로 뻗어버린 금태양의 위로 차가운 한방울의 비가 떨어졌다.

장마철은 지났을 텐데 기이한 일이었다.


"여기! 여기에요!"


쓰러진 금태양의 등 뒤로는 소년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



"우효www 이 몸 부활wwwww"

"조용히 하세요 여기 병원이에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세운 금태양에게 소년이 면박을 주었다.


"끝났어요 다. 잘 버티셨어요."


금태양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병원용 침대, 환자복, 포켓몬 센터의 간호사들.


이곳은 병원. 포켓몬 센터 2층에 안치되어 있는 병원의 단체실.

쓰러졌던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누워있었다.

체육관에서 무사히 구출해온 것이었다.




"결국 해낸 거냐고 오마에www 역시 와타시... 보는 눈이 있달까? (쑻)"

"전 지원 요청한 밖에 안 했지만요."


하하-.

소년이 멋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어떻게 한 거냐구 어이ww"

"뭐를요?"

"어이어이 시치미 떼지 말라고www 벌써부터 떨어져나가다니 네 녀석의 시치미는 얼마나 허접한 거냐wwww"

"사실 별 거 아니긴 한데..."


소년이 창 밖을 가리켰다. 빗방울이 무리를 지어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처음에 할아버지랑 체육관을 봤을 때는 생각보다 불이 커져 있어서 좀 놀랐어요. 우물에서 길어오는 물 정도론 해소가 안될 크기였어서."

"www 그 녀석 흥분해서 마구 커져버린 거라고www"

"그래서 머리를 좀 굴렸죠. 야돈 우물 전승 말이에요."

"전승...?"

"'우물의 야돈 탓에 33번 도로는 사시사철 장마기간이다' 라는 전승요."


우물 안 야돈들의 힘을 빌려 비를 뿌렸다는 것이라.

아하- 하며 금태양은 탄식했다.


"마을에 남아있던 로켓단은-."

"? 진짜로 로켓단이 남아있던 거냐고 어이www 과연 와타시! 예측이 빗나가질 않는www"

"네. 한 서른 정도 있었는데 강집 할아버지가 다 쓰러뜨리셨어요. 한번 혼쭐났더니 다들 제 발로 물러가던데요?"

"... 그 할아버지 얼마나 강한거냐고..."

"관장이 그렇게 신임하던 이유가 있다는 거겠죠."


금태양이 뭐 그런 사람이 있냐며 고개를 저었다.

놀라서인지 말투도 원래대로 돌아온 채로.


"여하간, 수고했다."

"예?"

"고맙다고. 덕분에 살았으니까."


평상시와는 다르게 한결 누그러뜨린 얼굴이었다.

금태양의 영문 모를 칭찬에, 이외라는 듯이 소년은 눈동자를 크게 키웠다.


"많이 컸네. 처음 봤을 때랑 비교하면 엄청 늘은 거 아니냐?"

"뭐가요."

"실력이나... 숫기 같은 거?"


소년이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하던 일에 집중하려는 심산이었을까.


"그런가요."

"그보다, 그건 뭐냐?"

"그냥 사과인데요."

"나 주려고? 우효www 아픈 스승의 입에 이런 크고 두꺼운 걸 쑤셔넣으려고 하다니 얼마나 바람직한 제자냐고www"

"... '스승님' 은 말본새라는 단어 알아요?"


티격태격거리며 병동의 밤이 깊어갔다.


알 수 없는 의도를 지닌 채 우물에 진을 치던 로켓단도 물러갔고

체육관에 붙은 불도 꺼졌다.

다친 사람은 있어도 생명에 지장이 있는 사람은 없었고

금태양은 금태게가 되지 않았다.


다른 환자들이야 둘의 소란에 신음소리를 금치 못했으나

어쨌든 일은 해결된 모양새였다.




딱 하나,

로켓단의 일부 패잔병들이

그들 딴에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어 돌아갔다는

다소의 꺼림칙함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제1 목적이었던, 야돈우물의 확보는 실패했습니다."

'그런가. 어쩔 수 없지. 큰 기대를 한 것도 아니니.'

"심향과... 금선이라고 하더군요. 두 꼬맹이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2 목적은? 체육관은 파괴했나?'

"그쪽은 또다른 꼬맹이의 방해가 있었습니다. 강집 노인까지 회유해서 저지하더군요."

'하아... 얻은 게 없군.'

"다만."

'?'

"[1010] 작전에 대한... 치명적인 결점을 알아냈습니다."


빗방울이 사정 없이 흩날리는 고동마을 인근 풀숲에서

로켓단 패잔병은 무전기로 보고를 올렸다.

아직 금태양과 소년이 병원에서 옥신각신거릴 때였다.





개인사정과 스토리 상의 템포 문제로 인해

여기서 일단은 종료.


당연히 완결은 아님.

2부는 현재 준비 중인 단계. 겨울이나 가을 즈음에 시작할 거로 보임.

2부 소제목은 자두와 복숭아 정도로 예상 중.


아마 2부부터는 원작의 곁가지 스토리를 생략하는 부분이 많아질 듯.

킹치만 밍나... 관장전만 해봤자 좋아할 리가 없잖아...

지금까지의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