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돌로 그의 머리를 내려쳤다.

손바닥이 찢어져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다만 손에 남은 것은 소름돋도록 시린 온기뿐이였다.



십이번로의 갓길을 따라 걸어내려가던 중 그를 만났다.

그가 내게 말하길,


'아니, 옆으로 차가 이리 쌩쌩 지나다니는데 위험하게 왜 여기로 다니십니까?'


내가 어찌 대답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타당한 이유를 설명했었겠지.

다만 그는 내 말을 듣고서도 그의 의견을 꾸준히도 설파했다.

그가 다시 말하길,


'여기서 사번통로를 지나 밖으로 나가면 안전한 길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시지요.'


이리 말하고는 내게 그곳으로 안내해주겠다며 손을 붙잡았다.

역겨운 불쾌감이 나의 오장육부를 관통하고 지나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마음을 가다듬고 정중히 거절했다.

그럼에도 그가 다시 말하길,


'아유 거절하실거 없습니다, 이게 제 일인걸요.'


미식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다시 십이번로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순간 벙찌더니 다시 나를 쫄래쫄래 따라와,

다시 한번 내 손을 붙잡았다.


반사적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짧은 정적을 지난 나의 입에서는 구토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동안 그에게 욕설을 배설하던 나는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십이번로를 비틀거리며 내려가는 그였다.


연거푸 욕을 얻어먹고도 나는 그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를 제지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자, 숙명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저 사번통로를 지나 삼분만 걸어나간다면

언제라도 차에 치여 죽을 상황을 피할 수 있을텐데..


계속해서 따라오는 나를 눈치챈 그는 나를 째려보더니 지치기라도 한듯 다시 발길을 옮길 뿐이었다.

문득 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격분이 밀려올라왔다.

보행자들, 특히 이 십이번로를 지나는 보행자들이란,

그 빌어먹은 씹년들은 단 한번도 나의 말을 듣는 법이 없다.

내가 좆으로 보인다 생각하니 다시 한번 날카로운 감정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갑자기 멈춰선 그는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씨발새끼가 내게 볼일이라도 있나, 그리 욕을 들어먹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새였다.

나는 저런 놈들과 단한번도 생각이 맞아본 적이 없다만,

지금 이 순간 십이번로에 멈춰선 그와 나는 단 한가지의 생각을 공유하고있었다.

저 좆같은 새끼의 사지를 찢어죽여야하겠구나.


그 또한 나의 감정을 눈치챈것인지 십이번로를 타고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러날 생각이 없던 나는 그를 향해 내려갔다.

십미터즈음의 거리를 남겨둔 그때, 나는 미친듯이 발길을 옮겨 그새끼를 향해 올라갔다.


나는 주변에 떨어진 돌을 집어들고 그의 면상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십분가량 나의 두부를 내려친 그는 그러고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고는

다시 나를 찌르기 시작했다.


몸을 타고 연직방향으로 흐르는 피를 느끼며 나는 나의 사지를 도려내었다.


십이번로의 중앙펜스에 잠시 내 몸을 기대었다.

그 또한 그렇다.

두겹으로 들리던 숨소리가 하나로 겹쳐 들리기 시작한다.


깊은 한숨을 내쉰 나는 공허한 시야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언제나처럼, 나뿐만이 이곳 십이번로에 있다.

자각,

나는 나를 찔렀는가.

참을수없는 고통은 철로를 내지르는 전철처럼 나를 지나서

나의 영을 잡아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