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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카즈하 레미



 2년전..



선배애애애애애애애~~”


 레미냐!”


 일본 최북단의 도시에도 벚꽃이 피는 계절은 온다공기는 아직 차갑고  정상에는 아직 눈이 쌓여있지만 하늘은높고 푸르다햇살마저 환하게 내리쬐고 있어 완연한 봄날씨를 보여준다.


선배선배이제 3이네요?!”


그렇지이제 일년밖에 안남았네


그러게요진로는 정했어여역시 취업?”


....진학할까..


오오정말소헤이 선배가 진학이라니!! 사진학과 갈거에요?”


 해보려고안되면 어쩔  없고일년동안 죽어라 해봐야지.”


헤헤그래도 사진학과는 포트폴리오랑 그런 실기같은것도 보잖아요선배 실력이면 충분히 붙을거에요!”


말이라도 고맙다 


모델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주세요선배의 부탁이라면 누드모델도   ..아야!!”


소헤이가 레미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요게 어디서 까불어  헛소리 하지말고 공부나 


씨잉..”


아픈 이마를 손바닥으로 잡고 문질러보지만  아픔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소헤이와 레미는 항상 이런식이다마치 톰과 제리처럼 툭탁툭탁 거리지만 사이가 좋은 남매같은 존재실제로 이들을 남매로 보는 사람도 있고연인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소헤이가 지내온 고교생활동안 레미랑 사귀는거 아니냐는 소리를 수도없이 들어왔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은 레미 역시다르지 않았다인기가 많은 레미였기에  많은 의심을 받아왔다단지 다른것이 있다면 소헤이는  소문들을 신경썼다는것이고레미는 개의치 않았다는것그뿐이었다.


나두 선배 가는 대학 갈거에요!”


니가 ?”


여기 어차피 대학 하나밖에 없구저도 진학반이니까?”


 도쿄로 가는거 아녔어?”


왜요?”


..아니당연히   알았지..”


제가 갔음 좋겠어요?”


아니그게 아니라아니그건 니가 정할일이지만  당연히  좋은곳으로 갈줄 알았지 공부는  하잖냐.”


흐음..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나저나 선배는  여기에 있을거죠?”


아아..…”


그럼 1년동안  부탁드려요 선배!”


그랴..열심히 해라좋은 남자친구도 사귀고


메롱


그녀는 혀를 삐죽 내밀고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건물로 들어가버린다소헤이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3학년 교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헤이는 지나  2년동안의 고등학생 시절동안 카메라만 쥐고 살아왔다처음엔 그저 자신이 태어난 곳을 담아보려 했을 뿐이다이곳은 이곳 주민들에게도  아름다운 곳이었으니..


지금은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가 대부분이지만 소헤이는 필름카메라를 고집했다점점 사라져 가는 기계에 대한 로망은 남자라면 누구라도 하나씩 가지고 있을 터였다그리고 고등학교 생활동안 사진부에서 활동을 하며  많은 종적을 남긴 그였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들 새학기라고 너무 들뜨지말고 반은 올해 입시반이니까공부 열심히 해야한다 이상!”


종례가 끝나고소헤이는 습관처럼 버릇처럼 사진부실로 향한다


 부장오셨어요!”


어어별일은 없지?”


별일 있음 안되죠.”


그렇지 다들 오늘은 정리만 하고 일찍 들어가자내일부터 신입부원 엄청 모아야 한다!”


!”


특히 여자부원 모셔오는 사람에겐 특별한 상을 주겠다!”


오오오오


사진부라곤 해도 크지 않은 동아리다여자 부원은 3학년이  소헤이의 동기호리에 유이뿐이었다호리에 유이는 왜인지 1학년때부터 함께 지낸 부원인데유일한 여자 신입이었다보니 이쁨을 많이 받았다소헤이와는 동기여서 그런지 꽤많은 일들을 함께 했고 어느새  친한 사이가 되었다그렇게 여자부원 1, 2학년들은 모두 남자그러다보니 소헤이는여자 부원들을 모집하고 싶었을 것이다뜻대로 되는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마무리를 하기위해 혼자 남은 소헤이는 부실을 정리하고 카메라를 가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소헤이는  학교의 옥상에서 바라보는 전경을 좋아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수영장도 옥상에 있었다


소헤이가 수영부를 보러 간건지옥상에서 마을의 전경을 보러간건지는 알수 없다하지만 수영부의 연습이 끝날 무렵 가는것을 보면 그는 그닥 수영부에는 관심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선배!”


소헤이가 옥상 난간에 기대어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뭐야집에 아직 안간거야?”


..아까 끝났는데 가위바위보 져서 정리하느라..그러는 선배는요 여기 있어요?”


 여기 자주 오잖냐..”


으흠 보러?”


 까분다그나저나 너희도 신입 받을거 아냐?”


그렇죠선배네도?”


어어혹시 1학년 중에 수영부 짤린 여자애들 사진부 관심없나 물어봐봐


 여자만?”


남자는 많아


치이..뵨태..”


ㅋㅋ


수영부실 정리를 마치고 나온 레미가 교복에 스포츠백을 메고 소헤이  난간에 함께 기대 운동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하얀 블라우스의 푸른색 치마그리고 슬리퍼를 신은 뽀얀 맨발을 땅에 톡톡 찍으며  날씬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소헤이는 한발 뒤로 물러서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석양과 함께 카메라에 담아냈다그녀는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기분좋은 표정을 지어 보였고소헤이가 사진을 찍는것을 눈치챘는지 살짝 그를 향해 뒤돌아보고는 생긋 아름다운미소를 지었다소헤이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놓칠새라 얼른 카메라에 여러장 담는다.


헤헤..이쁘게 찍었어요?”


..석양에 반사돼서  그림자 뿐이야.”


에에..그게 뭐야..”


ㅋㅋ그나저나 안갈거야?”


가야죠같이가요 선배.”


그러던지.”


어렸을때는 옆집에 살며 왕래도 잦았던 소헤이와 레미였지만 레미네 부모가 둘다 사업에 엄청난 성공을 하고 마을 중심으로 이사를 갔다결국은 이혼을 해서 아버지는 도쿄에어머니는 이곳에 남아 레미와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재산은그대로 남아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소헤이는 평범한 가정평범한 가족의 울타리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왔지만 그의 성격은 가족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어려서부터 친구는 많았지만 마음을  놓는 친구는 없었으며 겉으로 보기엔 인싸 같은 그였지만 자세히 보면 아웃사이더의기질이 다분한 소헤이였다.


무슨 생각해요?”


별로..”


 맞다우리 이번 주말에 거기 가볼래요새로생긴 파르페집 있는데엄청 맛있대여!”


그런데는 여자들이나 가는데자나나는..”


그런곳을 알아둬야 나중에 여자친구 생기면 데려가는거죠같이가요.”


..그런가근데  그렇게 나랑 붙어다니다가 남친 못만든다안그래도 소문 많이 나는데너랑 나랑.”


에에 상관 없는뎁..선배는 싫어요?”


..?”


후훗 선배 소심해  무슨 상관이에여그렇다고  안볼거에요?”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깡총깡총  앞으로 달려나와 나를 바라본다저물어 가는 햇살에 반사된 그녀의 얼굴이 더욱 해맑게 빛나는  했다.


소헤이에게 있어서 레미는 이런 존재였다어딜가든 빛이나고 아름다운 존재소헤이는 레미의 감정이 궁금했다아니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하지만 섣불리 다가갈  없었다이런 관계에 변화가 온다는것을 생각할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그리고  생각에 쐐기를 박는 일이 레미와 약속을  주말에 일어났다.


선배 여기요!”


마침 해는 따사로웠고 선선한 바람이 머리를 스쳐가는 기분좋은 주말소헤이는 레미와 만나기로  장소로 서둘러 나갔다그리고 그곳엔 이미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던 레미가 소헤이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녀는 짧은 플레어 스커트에 귀여운 후드티를 입고 있었고생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려 허리를 덮고 있었다


미안 오래 기다렸어?”


아뇨~”


그러고보니 머리 많이 길었네수영할때 안불편해?”


어차피 수영모 쓰는데요 그보다 얼른 가요!”


그녀가 재촉하듯 소헤이를 이끌고 팔짱을  온다처음엔  모든 행동들이 어색하고 불편했다하지만 레미는 그런 아이라고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는 소헤이였다.


점심부터 먹어요선배 어차피 점심 안먹었죠?”


..”


그럼 점심은 제가 살게요파르페는 선배가 사주세요!”


 그래라.”


그녀가 소헤이를 이끌고 들어간 곳은 라멘집이었다대단한것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그녀답다 싶었다뜨거운 라멘을 먹기시작한 레미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오는 땀을 분주하게 닦으며 소헤이와 나란히 라멘 한그릇을 뚝딱 비운다.


선배오늘 저랑 놀아도 되는거죠?”


 갑자기?”


아니 선배 맨날 주말에 바쁘구 여자 만나러 다니구 그러니까..”


아닌데사진찍으러 다니는거지 여자라니!”


에에 거짓말 안다구요것보다 아무데서나 사진찍고 그러면 도촬범으로 잡혀가요


내가 바보냐.”


 바보 맞자나여.”


레미는 해맑게 웃으며 라면집을 나서는 소헤이의 팔짱을 다시 껴온다.


니가 자꾸 이러니까 우리가 사귄다는 소문이 도는거야


왜요그게 신경쓰여요?”


아니  괜찮냐?”


 상관없는뎁..아니면 소문을 사실로 만들래여?”


ㅋㅋ머라는거야..얼른 안내나  파르페라는데


레미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했지만 소헤이는 애써 시선을 피해 그녀를 부추긴다


파르페집은 정말 여자들이 좋아할만하게 생겼다알록달록한 인테리어며엄청난 크기의 파르페며레미는 신이나서 주문을 했지만 소헤이는 주변을 둘러보기에 바빴다그도그럴것이 주변에 남자라고는 커플   빼고는 자신이 전부였기때문이다.


이런건 달기만 하고 맛이있나?”


우선 드셔보시라니까여 


잠시  엄청난 높이의 파르페가 그들의 눈앞에 서빙이 되었고 어디서 부터 건드려야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던 소헤이와는다르게레미는 능숙하게 위에 얹혀져 있는 과자부터 처리한다


원래 다른데는 1 1메뉴 자나여근데 여긴 사이즈가 커서 2 1메뉴도 되거든여혼자 못먹어서 선배 데리고 온거에여!”


그래..마니 먹어라 


선배도 먹어요.”


소헤이는 그녀를 따라 파르페를 먹기 시작했다의외로 맛이 나쁘지 않아 먹을만하다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분주하게 숟가락을 움직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오다 ?”


…? ..호리에...”


소헤이가 바라보는 그곳엔 같은 사진부 동기 호리에 유이가 서있었다소헤이는 왠지 부끄러운 모습을 들킨것 마냥 얼굴이 달아오르는것을 느꼈고 그와는 다르게 호리에는 반갑게 소헤이에게 인사를 했다.


우와..오다군 이런데 다니는거야?”


아아..어쩌다보니..“


..여자친구분이랑안녕우리학교 카즈하 레미지?”


 안녕하세요.”


여자친구 아냐이녀석은 그냥 후배


흐음..정말그냥 후배랑 보통 이런데 안오는데?”


헤헤 여자친구 아니에여..소헤이 선배랑 어렸을때부터 친해서 헤헤..”


레미가 대신 변호를 해주고 있었지만 어딘지 표정이 서글프다호리에는 싱긋 웃으며 놀리는 표정을 지었고 그녀는 친구들과 왔는지 세명의 일행과 함께 다들 어색한 인사만 나누곤 각자 자리로 이동했다.


으아..엄청 놀림 받겠네..”


이게 놀림 받을 일이에요?”


모르것다그나저나 거봐다들 너랑 나랑 커플 안냐고 그러자나 그러다가 시집못간다 ㅋㅋ


선배한테 가면 되지?”


뭐래  먹기나 


치이..“


레미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남은 파르페를 먹는다그녀를 따라 소헤이도 몇번 숟가락을 뒤적이고는 그녀가 먹는 모습을바라보기도 한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레미는 찍지 말라며 말렸지만 싫어하진 않는 눈치였다소헤이는 몇장의 사진을 찍은 그녀가  먹을때까지 기다렸다.


가요!”


 먹었어?”


배불러요 오늘 저랑 놀아주는거 맞죠?”


어디  가게?”


쇼핑!!”


소헤이는 다시 레미에게 이끌려 쇼핑몰로 향했다그녀가 팔짱을  올줄 알았지만 왠일인지 그러지 않았다소헤이는 궁금함과 서운함을 느끼며 그녀에게 곧이곧대로 물었다.


 팔짱 안껴?”


“…껴도 돼요?”


언젠 물어보고 꼈냐?”


그래두 선배저랑 소문나는거 싫잖아요.”


누가 싫댔냐..그냥  동생이니까…”


소문을 사실로 만들 생각은요?”


?”


레미는 항상 이런식이다소헤이에게 감정을 자주 드러내지만 소헤이는 그런 그녀의 감정을 그때그때마다 잘라냈다.


옆에서 걷던 레미가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걸음을 멈춰서서 소헤이를 불렀다.


선배..”


?”


 자꾸 모른척 해요..?”


“…하아..”


부담 스러운거에요아니면..내가 싫어요?”


아냐.. 이쁘고 착하고.. 어디가서도 이쁨받는 아이고..”


근데 ..안받아주세요..?”


오늘따라 레미의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듯 했다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소헤이로선 그녀의 표정을 살필  없었지만왠지 울상이 되었으리라 짐작을 했다.


하아우선 일루  앉아..”


나는   도로변의 밴치에 그녀를 앉히고나도  옆에 앉았다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후드티 목덜미에 얼굴을반쯤 파묻고 바닥만 응시하고 있었다.


레미야.”


“….


니말대로 만약 우리 사귀다가 헤어지면..오빠 동생으로도 못있어..”


헤어질거 생각하고 만나면 누가 사겨요..”


그것도 그렇지만..”


모르겠어요..내가  맘에 안드는지만 알려주세요..”


레미가 고개를 들어 소헤이를 바라본다  눈망울엔 눈물이 그렁거렸고 슬픈 모습이 오히려 소헤이의 눈에는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했다그는 카메라를 꺼내려던것을 몇번이고 참았다.


레미야..솔직히  나한테 과분해그리고 너네 어머님이 너한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데..공부도 하고.. 좋은 사람도만나고 그래야지..”


“….아아..핑계최악이야…”


“….미안..”


갈래요..파르페.. 먹었어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헤이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왔던 길을 돌아 종종걸음으로 발을 옮겼다소헤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밖에 없었다.


레미는  소헤이의 시야에서 사라졌고소헤이는 잠시  밴치에  머물러 차가운 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소헤이로서는 최선이었다 생각했다물론 핑계아닌 핑계는 자신이 생각해도 최악의 변명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소헤이에게 과분한사람이란것은 진심이었고그녀의 어머님 역시 몇번 만날때마다 레미의 학업이나 진로그리고 친구관계를 중요시 하는듯한 말을 했었다


 레미가 소헤이를 좋아하는지 정작 소헤이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엔 그다지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는것도 알고있기에 레미를 탓할 수도 없다


소헤이가 레미를 싫어하는것은 아니었다소헤이는 그가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녀의 곁에 있길 원했다모두가행복해지는 방향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했다그리고 레미가 소헤이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할때마다 소헤이의 가슴은그만큼 아파오기도 했다.


오늘 자주 보네?”


누군가 아는체를 하기에 고개를 들어보니 호리에가 소헤이의 눈앞에 서있었다.


아아..”


앉아도 ?”


…”


그녀는 소헤이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털썩 앉아버린다. 1학년때부터 사진부를 이끌어온 동기이기에  친하다고할  있는 사이였고그녀 역시 그런것에 스스럼이 없었기에 그녀와 말하는것은 편하게 느껴졌기에  상관없나 싶었다적어도 호리에는 누구를 귀찮게 하거나 부담주는 녀석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싸운거야?”


뭐야 보고있었냐?”


..보고있었다기보다 보였달까여기  한가운데거든?”


그렇네..”


무슨일인데?”


그냥 별거 아냐.”


흐음…”


그녀가 못믿겠다는 듯한 눈으로 소헤이를 흘겨봤고 소헤이는 그런 그녀를 보고 마음을 들킬까 시선을 피한다.


커피나 한잔 할래추운데..”


“…그러자..앉아만 있으니 춥네..하아..”


커피숍에서 대충 따뜻한 것을 시키고 그녀와 마주 앉은 소헤이는 잠시 아무말 없이 커피만 홀짝이다가 천천히 이야기를꺼낸다그리고 오늘 레미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최악


알아임마..


아는데  그랬어


알기땜에 그런거지…”


 소리야..”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는걸지도 몰라.”


?”


너무 장애물이 많아.. 사귀다 헤어지면 지금같이 좋은 관계도 어떻게 될지 모르게 되지 장래도 없고 아이를 어떻게 행복하게 해줘야 할지도 모르지걔네 어머님은 걔한테 거는 기대가 크지아마  같은게 계속 옆에 있으면 싫어하실거야.. 그리고  녀석은 훨씬 좋은 사람 만날  있고  아직 우린 너무 어리고..”


아까의 핑계를 장황하게 늘여놨을 뿐이야


알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착하고 이쁘고 재밌는 아이지


아니 여자로 어떻냐고..”


..여자로서도 매력있고 좋은 아이가 아닐까


이해가 안돼


나도 그래.”


ㅋㅋㅋ  힘들다 너도..”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이런것도 그래 누군가를 만나는데 있어서  자유롭고 싶어편하고..”


 스스로를 속이는거 아냐 멋지고 매력적인 아이가  좋다고 쫓아다니니까착각하는거라구그아이가  좋아하는게  구속하거나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잖아다른 사람이랑 편하게 사귄다는게 뭔데?”


“….그야…”


그럼나랑 편하게 사겨볼래?”


.?  헛소리야 


  좋은데잘생겼지 날티나지만 재밌지정도 들었지싫을 이유가 없는데 싫어?”


호리에는 딱봐도 건강한 미인상의 아이다운동을 좋아하고 체격이나 탄탄한 피부가 그녀의 매력을 한껏 발산 하고 있는그러면서도 볼륨감 있는 몸매를 소유한 말그대로 글래머의 체육계 여자다.


아니 싫고 좋고가 아니라갑자기 뭔데ㅋ


니가 추구하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만남 해보자고.”


장난치지마라


장난아닌데?”


그녀가 정말 진심같은 눈으로 소헤이를 똘망똘망 쳐다보며 눈을 꿈뻑인다.


지금  말대로라면  레미라는 아이랑은 앞으로도 안사귈거 아냐.”


“….”


그럼 나랑 사귀자고 고백하는거야 너한테니가 바라는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을 줄게


 갑자기그리고 이러는게 뭐가 자연스럽냐ㅋㅋ


갑자기 아니라니까 맨날  아이랑 다니니까  당연히 사귀는 사이인줄 알았고 부정해도 누가봐도 사귀는 사이였는데 아니라고 하니까그럼 나도 기회 있는거잖아그리고 그렇게  아이랑 사귀는게 싫으면 나랑 사귀면 알아서 정리 되는거 아냐?”


너까지 왜이러냐 머리 복잡하게.”


복잡할게  있어오다 


..?”


  좋아.. 나랑 사겨.”


호리에는 그렇게 이쁜 목소리로 소헤이에게 달콤한 고백을 하고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힌다하지만 고개를 숙이거나시선을 피하지 않는게 그녀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에게 이런 표정이 있다는것을 처음 깨닫는 소헤이였다


미안하지만..지금 대답할  아닌거 같애아직  아무것도 정리 안됐다구..”


“…거봐..  모든것에서 도망치고 있는거야..너는 자유로움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다가오는 여자에게 두려움부터 느끼잖아..  좋아하는 여자만 불쌍해지는거야..”


소헤이는 아무말도   없었다호리에는 테이블로 바짝 다가왔던 몸을 뒤로 젖혀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한심한 눈으로소헤이를 바라본다.


 농담인거지..?”


농담아니라니까생각정리되면 대답 들려줘기다릴게.”


“…..”


 간다내일 학교에서 


어어..“


호리에는 그렇게 말하며 카페를 나갔다소헤이는 남은 커피를 들이키고는 무언가 결심을 한듯 빠르게 카페를 나갔다그리고 그가 향한곳은 도심의 으리으리한 멘션바로 레미의  앞이다전화나 문자는 아까부터 받지를 않는다그녀를 만나 무슨 말을 해아할지도 몰랐지만 이대로는 안될것 같다고 느낀 소헤이였다.


1 현관에서 그녀의  번호와 호출을 누른다.


철컥..?”


 저기..오다..오다 소헤이 입니다어머님 지내셨..”


저기..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더이상 우리 레미 힘들게 하지 말아요내가 전에 주의 줬을텐데요.”


용기를 냈던 소헤이였지만 그녀의 말에 온몸이 하얗게 질리며 힘이 빠졌다


레미당장 방으로 들어가오다군그럼 이만


아마 레미가 인터폰 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왔었나보다소헤이는 끊겨진 인터폰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발걸음을 옮겼다전에도 이와같은 상황이 있었다그녀의 어머님은 소헤이와 그녀의 딸이 엮이는것을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기는듯 했다어려서부터 함께 지낸 친한 사이이기에 그동안 아무말은 없었지만 레미가 소헤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부모라면 눈치 채고도 남았을 터였다.


레미를 보고 싶었지만 그럴  없었다학교에서 보면 되겠지 싶었지만 답답함이  컸다그렇게 소헤이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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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작. 


또 다른 이야기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