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윽!”


나는 그 목소리와 함께 아픈 고통이 뒷머리에서 부터 울려 퍼졌다. 일어나보니 벌써 수업은 다 끝난 상태였고 나 혼자만 교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내머리를 때리신 분은 매일 보는 상담 선생님이셨다.


“자 밑으로 내려와 상담실에서 마저 상담해야지. 너땜에 퇴근도 못하잖아.”


“네...알겠습...”


내 말도 다 듣기도 전에 어디론가 홀연듯이 사라졌다. 나는 당장 가방부터 맨 다음에 상담실로 향했다. 상담실에 가서 하는건 사실 딱히 없다. 무슨 종이 설문지 같은거나 그림이나 그리라는둥 하는거라곤 심심풀이 시간 때우기에 불과했다. 그래도 엄마가 시킨거니 아무 말없이 다 해낸다.


그리고 상담 선생님은 자신의 할일이 끝났는지, 서둘러 차를 타고 갔다. 전에 말해준 태워다주겠다는 권유를 단칼에 거절했다. 왜냐하면 뒤에 언제나 긴 머리에 여성이 선생님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나는 같은 차에 타기 꺼려했다. 그나저나 선생님의 여자친구일려나. 


하지만 나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가 미리 시킨, 그러니까 엄마가 매번 나에게 부탁한 계획대로 오늘도 어김없이 움직인다. 그렇게 걷다보면 색색깔 동그라미가 끼워져있는 신호등을 발견하게된다. 빨강은 멈추고 파랑은 걷는다. 이런 단순한 색깔놀이에 우리는 그에 부응하며 살아간다. 나 또한 그게 편하고 좋아 매일 같이 빨간색 동그라미가 빛나는 검은기둥 앞에 하염없이 서있는다.


그러던중, 한 꼬마가 신호등의 빨간불을 무시한채 곧장 자기가 갈길을 간다. 


삐익 삐익—— 경적 소리가 하늘을 메꾸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제 갈길을 가는 어린 아이. 내 옆에 서있던 할아버지가 저 아이를 보며


“꼬마야. 아직 건너지마라. 건너지마.”


하염없는 쉰 소리로 어린 코흘리개를 애타게 불러낸다. 하지만 그 아이의 귓속에 전해지지 못했는지 계속 걷기만 하는 작은 발. 이후엔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빨간불이 아무리 기다려도 안 바뀌길래, 그냥 딴 길로 샌다. 우리에게 여러 길이 있을테니까. 그후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중요하지 않다.


••

나는 여러 색깔을 보며 도착한 곳은 바로 헬스장이라는곳. 난 여기가 맘에 들지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시키니 그저 들어갈뿐이다. 들어가면 언제나 기다려주는 헬스보이 아저씨들. 항상 팔로 나를 보며 자랑이라고 하느듯 세차게 뻗어 인사를 건낸다. 난 저런 근육보다 안에 들어있는 저 꾸릿한 마음을 한번정도 들춰 보고싶다. 


하지만 난 허약한 몸이기에, 그들의 몸짓에 따라 몸을 세차게 움직인다. 힘들긴 하지만 재미는 있다. 근데 이게 오래가지 않을뿐. 나는 열심히 몸에 들어있던 반증물을 빼낸후. 헬스보이에 얄팍한 웃음을 보며 


오늘도 가볍게 퇴장한다. 늘 그랬듯이.


•••

난 이제 엄마의 심부름을 끝내면 집에 돌아갈 수 있다. 거기엔 내 인생의 마지막 전철역 같은곳. 오늘도 열심히 걸어 하루를 마감해본다.


나는 널찍히 들어서있는 인도길보단 풀과 꽃들이 엉성히 나있는 이 길목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 길을 쭉 걷다보면 작은 샛길이 나오는데, 거기는 나의 비밀통로이다. 모두가 알고는 있는 길이지만 잘 안가는 이길.


특히 여기는 고양이들이 잘 다니는 골목이다. 난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먹이를 줄려고 한밤중에 나가 고양이를 찾느라 발을 바삐 움직였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때 지쳤지만 즐거웠다. 헤헷.


난 이 샛길을 『고양이의 작은 샛길』 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이 샛길 주변이나 이외에 장소에 죽은 쥐들을 여러 발견한적이 있다. 고양이는 좋아할지 몰라도 난 싫었다. 하지만 이 샛길을 들어서면 죽은 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오직 풀내음과 고양이들로만 가득하다. 나에게 있어 무척 아늑한 장소다. 너무 자랑했나. 어쨌든 난 이 길을 따라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사뿐히 또 사뿐히.


하지만 이 즐거움도 잠시 나는 거대한 봉착에 도다른다. 풀 따윈 밟히기 위해 존재하는 억센 잔디와 검은색 아스팔트, 그리고 시끄로운 차소리와 냄새나는 매연가스. 이렇게 나의 즐거움은 여기서 끝.


하지만 난 내 갈길을 가야만 했다. 헤헷.


••••

나는 어떤 할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마트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나는 그 할머니께 주머니에 꾸깃해진 작은 메모를 보여줬다. 그러자 할머니는 나에게 검은 봉다리를 싼 물건들을 건네며 나에게 뭔가를 요구했다. 뭘까? 아하.


나는 주머니에서 또 꾸깃해진 종이를 줬다. 하지만 이번 종이는 색깔이 있는 일명 ‘색지’다. 할머니는 이것만 고집하신다. 할머니는 편식쟁이.


나는 그렇게 물건을 받아들며, 또 할머니는 나에게 작은 초콜릿 봉지를 내게 건넨다. 맛있는 초콜릿. 하지만 할머니는 이를 건네주며 찡그리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냥 주면 되지 왜 굳이 찡그릴까? 이상한 할머니.


그렇게 난 마트 주변에 벤치에 앉아 초콜릿 하나를 급히 뜯고 한입 베었다. 무척 달고 한편으론 쓰다. 

나는 문뜩 생각한다.


(고양이들도 좋아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언제나 똑같이 벤치 밑에다 반쯤 베어문 초콜릿을 놨두고 자리를 떠난다. 이러고 있으면 고양이들도 초콜릿의 단맛을 조금이나마 알아주겠지? 나는 그러면서 오늘도 벤치에는 퀴퀴한 냄새가 감돈다.

고양이들이 피하면 어쩔려고. 


하지만 난 상관없이 오늘에 일도 마무리를 짓고

꿈에 그리던 집으로 향한다.


•••••


나는 집에 도착했다. 엄마에 말대로 그리고 거기에 엄마가 있다. 나는 유일하게 기억하는 비밀번호 8자리를 누르고 도어락을 딴다. 


삐리릭.


그리고 또 시작이다.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과 움찔 거릴거 같은 거샌 소리과 문과 부딪힌다. 난 엄마 입속에서 나온걸 눈치챈다. 


난 엄마에게 비닐봉다리를 건넨다.

달갑지 않은 눈치였다.

그리고 헬스장 카드를 건넸다.

그저 소리만 잠잠하게 할뿐이다.

......


나는 오늘도 그네에 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엄마가 시켰다. 말은 안해줬지만. 예전에 저 달이 나만 따라온다 생각했다. 그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그 꿈마저 인정해주지 않는다. 달은 크고 우린 작아서 그렇게 보이는거 뿐이다. 그것만 알고 곱씹는다.


하지만 알면서도 헛된 망상에 빠진다. 모두가 그럴거다. 하지만 난 더더욱 그렇다. 어차피 쟤도 내가 있어야만 그 의미를 알아줄테니까. 끔벅끔벅 아무런 생각이 없어졌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하루를 한 단어로 말했다.


“좋아요.”


그리고 갑작스레 속에서는 


XXX


이건 욕도 아니고 비속어도 아니고 h한것도 아니고 좋은 의미도 아니다. 이런건 누군가 파악하지 못할거다. 오직 나만의 단어.


그냥 입속에 나오다만 지나가는 단어에 불과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