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면 언제나 당신의 무덤 앞입니다.


손으로 훑어보면 언제나 매만지던 당신의 얼굴. 풀과 흙으로 가득한 말 많은 얼굴.

숨 쉬는 무덤은 당신의 고백인지요.수풀을 헤집는 산꿩의 다리는 당신의 발자국인지요.

말 없는 바람은 당신의 바램인가요.

 

세상에 없는 노래를 중얼거리는 노래의 가사는 무엇인지요.

다람쥐귀가시배선인장, 껍질눈, 여인의 수염, 구름의 씨앗, 산맥의 뿌리.

세상에 없는 노래에 담을 의미는 무엇인가요.

 

어디에도 없는 것에 담기는 낱말들에 의미를

비어있는 빈칸들을 채워갈 고백들

목젖에서 울음으로 나오는 긴 추억을

당신의 푸른 얼굴에 토해냅니다.

 

나는 당신같은 사랑을 처음보았습니다. 

제 몸을 으깨는 벌레들의 아가리에 기꺼이 침묵으로 몸을 던지는

그런 막무가내의 사랑을 처음보았습니다.

 

내 손을 대신해 파닥이는 나뭇잎

나뭇잎 아래 덮일 나의 몸이 당신같이 사랑하기를

당신이 볼 내 얼굴이 할 말 많은 얼굴이기를

당신에게 남을 첫 마디이기를

 

사랑한다는 말이 끝나지 않는 고해이기를



ps. 지인이 껍질눈, 산꿩의다리, 다람쥐귀가시배선인장을 가지고 서정시를 지어달라길래 지어준 글.
인물 묘사의 깊이가 부족해서 좋은 시는 아닌듯. 인물 묘사는 언제나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