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있는 것 같아 겹침 없는 외지에 몸을 웅크리고 있자면, 윙윙거리는 형광등 소리와 맞지 않는 시계소리에도 마음을 주게 된다 빛에도 소리가 있었구나 뒤틀렸어도 열심히 달리는구나 하고

   

거죽 얇은 이불을 싸매고 마룻바닥을 모로 보며 누우면 땅에 얕게 모인 물웅덩이에도 생활소음이 있다는 걸 안다 사그락거리고 참방대고 풀을 흔들며 흙을 고른다 제 쓸모는 누구도 생각조차 않는데도 소리를 만드는 게 기특하기도 하다

   

가장 커다랗고 무거운 것은 조용하다 이불을 바스락거리고 마른 침을 요란하게 삼킨다 째각이고 위잉거림에 몸을 접는다 무서워 나는 어디서든 필요없어 나의 시간은 몇 년이나 느린 것 같아 스위치를 아무리 옆으로 저어도 밝아지지 않아 사는 소리는 요란한데 들리지 않아 나의 세계는 우주 속 찍은 한 점의 잉크일까 아니면 밀물 직전 백사장에 적힌 이야기일까 하다가

   

꿈은 흑백으로 떠들고

나는 기억나지 않는 시를 쓴다

   

잠도 쓸모없다 달은 발광하지 않는데 왜 밝은 것이냐

창문에 천을 드리고 베게로 눈을 막고 꿈에 빠진다

생은 버둥거리고 숨은 천둥소리를 내고 누런 백등도 쓸모없는 시계도 숨을 죽인다

   

잠들지 않고 내 눈치를 본다

밤은, 커다란 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