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적절하지 않다는 말을 들어가면서도 고집을 세운 덕분으로 우 국장은 우한시 인민위원회에 보건위원회를 소집하는 데 성공했다.


"시민들이-아니 적어도 의사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고 량 박사가 시인했다.


저우셴왕 시장의 말투는 친절했으나 신경질적이었다. 하루 내내 연말 인사를 하느라 질려버린 그는 이 질병이 우한 시민들 가운데서는 사실상 명이 길지 못하다고 판단하였고, 보건위원회도 그저 입방아를 찧어대는 것일 뿐이라고 굳게 믿었다.


"선생들이 이 병이 뭔지 밝혀내기만 한다면 서두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곤란해요. 그리고 말이 안나게 조용히 해야 됩니다. 암, 공연히 놀라서 법석을 떨어서는 안되지요." 시장이 모인 사람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사태를 요약해서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까요?" 하고 량 박사가 물었다. 의사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었지만 관리들은 사정을 다 알지 못했기에 노의사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유행성 폐렴 같은 성격의 열병이지만 심각한 호흡곤란과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불리는 세포 반응의 활성화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인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엄밀하게 말씀드리자면 환자의 어떤 특수한 증상들이 과거의 전통적인 질병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해야겠습니다.“


자리에 모인 다른 의사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적어도 여러 날 전부터 시작한 일련의 분석 실험의 통계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고 잠시 동안 가만히 있던 량 박사가 말했다. 


"사흘 동안에 호흡곤란과 격심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면 이건 그야말로 일말의 주저도 허락하지 않는 사태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사스라고 부르건 메르스라고 부르건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렇게 치명적인 질병이 전염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인 중요한 것입니다."


회의실 저편에 연구복을 입고 앉아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그는 ‘국가과학원 산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주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상황을 무엇이건 어두운 쪽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죠. 게다가 환자의 가족이 아직 무사한 걸 보면 사실 전염성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시민들의 불안을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이 사실을 철저히 숨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에 있어요.” 그는 잠시 씨근거리고는 량 박사를 보고 말했다.


“량치차오 박사님, 박사님은 사스부터 숱한 감염병을 겪으면서 방역의 신화가 되셨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과잉 대응하지 마시지요. 과학자의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량 박사는 자리에 앉았다.


의사들과 관리들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마침내 저우 시장이 일어섰다. “여러분의 의견은 잘 알겠습니다. 조치는 당국에서 가부간 취할 테니 오늘은 그만 돌아가 주시죠. 성 서기께서 와 계셔서 이만 들어가지요.” 량 박사는 물러나왔다. 폐렴 증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현기증이 점점 심해졌다. 그런 그에게 우 국장의 문자가 왔다.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집단감염입니다.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보고하라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입니다.’


이번 에피소드의 배경은 최초의 '유행성 폐렴' 집단감염이 발생한 2019년 12월 29일, 중국 우한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