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을 떴다. 여전히 중세 시대에 와 있다. 지금이 정확하게 몇 년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시대는 역사적인 현실이 아니었다. 꿈 조작업자가 임의대로 중세 시대 정보를 기반으로 구성한 가상의 시대인 것이다. 


눈을 뜨니 옆집 아저씨가 찾아와 말했다. 

"영주님께서 마물들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서 무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철광석이 필요하시다고 하는구나. 네가 조금 어린 편이기는 하지만 이제 16세가 되었으니 너도 슬슬 철광산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니?" 

"괴물들의 공격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저라도 조그만 힘을 보태야겠죠. 철광석을 캐낼 수 있는 광산은 어디에 있나요?" 

"그래, 그럼 나와 함께 가자꾸나 내가 작업에 대해 설명해주고 도와둘 테니까."


나는 옆집 아저씨를 따라 철광산으로 향했다. 그래 나도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조그만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겠지. 철광산은 예상했던 대로 상당히 노후되어 있었다. 오랫 동안 광석을 캐내지 않은 탓에 모든 것이 낡았고, 그곳에 있는 연장마저 상당히 녹슬어 있었다. 굉도까지 내려가기 위해서는 간이 승강기를 사용해야 했다. 승강기는 사람이 올라탈 수는 있지만 바로 추락할 것이 분명했다. 승강기를 지탱할 수 있는 말이나 노새를 끌고 오는 일꾼을 기다렸다. 20분 정도 지나자 어떤 사내가 노새를 끌고왔다. 


노새가 승강기와 연결된 밧줄을 등에 짊어지자 옆집 아저씨는 나한테 승강기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나와 아저씨는 승강기에 타 한참을 내려갔다. 


한참 내려간 끝에 탄광의 굉도에 도착했다. 어두침침했기에 아저씨는 횃불을 들었고 나는 곡괭이 두 개를 들었다. 그 때 찍찍거리는 소리와 함께 박쥐가 내 얼굴 옆을 스쳤다. 피부에 솜털이 곤두섰다. 비명을 지르려다가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참았다. 조금 걸어가니 끽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는 안색이 변했다. 

"새끼 고블린이다. 이 녀석들은 우리가 상대할 수는 있겠지만 조심해야겠구나."


아저씨는 나한테 횃불을 들라고 하고는 자신이 곡괭이를 들었다. 저 멀리서 고블린이 뛰어오는 기척이 느껴진다. 나는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아저씨는 아주 익숙하게 고불린의 얼굴을 강타했다. 곡괭이의 끝에 고블린의 머리뼈가 으스러져 곡괭이 끝이 얼굴 앞으로 돌출되었다. 아저씨는 긴급하게 소리쳤다. 

"다른 곡괭이를 나한테 주고 고블린에 박힌 곡괭이를 빼내." 


아저씨는 성큼 앞으로 전진했다. 나는 그 뒤를 좇으면서 고블린 머리에 박힌 곡괭이를 빼냄과 동시에 혹시나 남아있을 숨통을 끊었다. 아저씨는 다른 고블린을 처리했고, 나는 그 뒤를 계속 따라갔다. 나는 고블린 머리통에서 곡괭이를 빼내서 아저씨에게 전달하는 일도 익숙해졌다. 


이러는 가운데 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체력이 1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했습니다>

<힘이 1 상승했습니다>


원래 갖고 있던 힘, 체력이나 민첩이 모두 1000이었으니까 아주 경미한 상승에 불과했다. 


조금 더 나아가니 이제는 아까보다 더 많은 고블린이 당도하는 것이 보인다. 나는 아저씨에게 곡괭이를 전달하지 않고 우선 급한 김에 아저씨 옆에 섰다. 


아저씨가 곡괭이로 고블린의 머리를 찍으면 나는 같은 방향으로 곡괭이의 넓은 면으로 고블린의 머리를 두드려서 곡괭이가 빠지게 했다. 그러다가 내가 곡괭이를 빼내기 전에 고블린이 아저씨를 노리고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나는 순간 곡괭이로 그 고블린 이마를 찍었다. 아저씨는 곡괭이를 흔들어 빼내더니 다른 고블린을 유린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굉도에 있는 모든 고블린을 소탕할 수 있었다. 


겨우 굉도의 끄트머리에 도착한 후 한숨을 돌리고 있자니 굴의 이곳저곳에 검은 암석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이 철광석인가요?" 

"맞다 이것은 철광석인데, 이것을 파내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지." 

"그럼, 이 작업을 하면 인내를 올릴 수 있나요?"

"채광 작업은 힘과 인내를 올리는 데에는 아주 좋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힘은 근력을 높여서 적과 싸울 때 공격력을 높여주고, 인내는 적의 공격을 약화시키는 힘이 있지." 


우리는 곡괭이를 들고 힘들여 작업을 진행했다. 1시간 정도 힘을 쓰고 있자니 허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참았다. 참고 또 한 동안 곡괭이질을 계속 하니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띵 소리가 들린다. 

<힘이 2 상승했습니다>

<인내가 1 상승했습니다>


힘이 상승했다는 소리가 들리니 약간 더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인내심이 생긴다. 하지만 뭔가를 먹지 않으면 떨어지는 스테미너를 보충할 수 없을 것이다.


아저씨는 쉬자고 했고 주머니에서 호밀빵을 꺼냈다. 상당히 큼지막한 것이었다. 

"이 빵은 영주님께서 공급해주신 것이란다. 우리한테 철광석을 캐내는 임금을 지급하시는 대신 빵울 주신 것이지." 

"어차피 철광석을 캐서 우리 마을을 지키는 무기를 만들 것이니까 빵을 주신 것만도 고맙겠네요."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지. 다른 영주는 빵조차 공급하지 않고 일꾼이 자비로 조달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거든." 


이렇게 날이 저물 시간까지 열심히 일을 했다. 나의 힘도 상당히 올라 아마도 1040쯤은 되었을 것이다. 4%의 공격력이 상승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또 인내도 상당히 올랐을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채굴한 철광석을 망태기에 지고 광산을 빠져나왔다. 아저씨는 채굴한 철광석은 이웃 마을에 있는 대장장이에게 가져다 주어야 한다고 하시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이웃 마을의 대장장이는 이미 많은 무기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가져온 철광석은 커다란 고로에 던져졌다. 한 망태기에서 나온 철은 고작 조그만 검을 만들 수 있는 분량에 불과했다. 아저씨가 가져온 철광석에서도 내 것보다는 조금 더 큰 검을 만들 분량이 나왔다. 아저씨가 말했다. 

"두 망태기에서 나온 철을 합쳐 하나의 검을 만들어주세요. 그래도 적당한 크기의 검이 되어야 할 테니까요."

나는 아저씨의 말을 멍하니 들었다. 그럼 나는 무기를 가질 수 없게 되나?

"피터, 대장장이가 만든 검은 네가 가지도록 하려무나. 나는 이미 더 좋은 검이 있거든."

"아저씨, 감사해요. 검으로 적군을 물리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