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의 어깨 두드림으로 눈을 떴다. 
"피터, 너 서서 졸고 있니?"

고개를 돌려 내 어깨를 두드린 사람을 쳐다 보았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내가 건장한 남성을 올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상당히 키가 작은 편인가 보다. 실망했다. 

"피터, 뭘 멍하니 처다보고 있니? 네 엄마가 너를 찾으시더구나,  저쪽으로 가봐."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사내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 보았다.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었고 농부들이 밀밭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일부는 낫을 들고 밀을 베고있었고, 일부는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황급히 밀밭쪽으로 뛰어갔다. 자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어떤 중년 여성이 나를 부른다. 
"피터, 어디에 있었니? 너도 일을 도와야겠지?" 

그 중년 여성은 비교적 나이가 많이 먹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또 말투로 보아하니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아들에게 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이 여성이 나의 엄마일 것이다. 
"예, 엄마.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죠?" 

엄마는 건장한 남성들이 모여 밀을 베고 있는 모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엄마가 주는 낫을 들고 그쪽으로 가서는 일손을 거들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아주 뜨겁지는 않았다. 솔솔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밀 베기를 1시간 정도 하자 내 얼굴에서는 자연스럽게 땀이 흘러내렸다. 소매를 들어 이마의 땅방울을 닦으며 뒤쪽을 돌아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보인다. 나도 밀 베기를 멈추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호밀빵과 간단한 스프가 식사의 전부였다. 

배가 고팠던지 빵과 스프는 아주 맛있었다. 사람들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눈다. 
"혹시 프리자 마을 소식 들으셨어요? 괴물이 침입을 해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을 죽였다고 하네요. 추수한 곡식도 다 약탈해 갔다고 해요." 
"아, 악한 용이 나타나 수많은 마물을 만들어냈다고 하더군요. 가을 걷이를 하는 때라서 마물도 먹을 것을 확보하기 위해 마을들을 습격하는 것이겠지요." 

"혹시 우리 마을은 괜찮을까요?"
"프리자 마을이 당했다면, 우리 마을도 당할 수 있겠지요." 

"영주님께서 알아서 마을을 지켜주시지 않을까요?"
"우리도 스스로 마을을 지켜야겠지요. 영주님께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 좋은 생각이군요. 일단 우리도 괴물들과 싸우려면 무기가 있어야 하니까요." 

점심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오후에도 열심히 일을 해서 추수를 했다. 괴물의 침략 소식은 사람들의 손을 더욱 바쁘게 했다. 곡식을 쌓아 놓아 적군의 침입에 대비하려는 것이리라. 

저녁 나절에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나는 엄마를 따라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세 시대는 5분 정도만 자면 꿈에서 깰 것이라고 들었는데, 오늘은 하루가 지났다. 5분이 상당히 길게 느껴진 것은 아무래도 꿈속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순간 손을 꼬집어 보았다. 아무런 감각이 없기를 기대하면서 하지만 꼬집히는 통증이 느껴졌다. 특이하다. 꿈속에서도 고통을 느낄 수 있다니.

혹시 내가 꿈속에서 감각을 지니는 것은 꿈 패키지의 부작용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찾아왔다. 이미 5분 이상의 시간이 지났는데, 내가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나무로 기둥과 벽을 세우고 밀짚으로 지붕을 이은 허름한 집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마을로 갔다. 엄마를 따라 하나의 집으로 들어갔다. 저녁으로는 작은 호밀빵이 전부였다.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잠을 자기 위한 것이었다. 내 머릿속으로는 하나의 문장이 보였다.

(당신은 중세 시대에 왔습니다. 꿈속의 시간이 조금 길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중세 시대를 구현한 꿈 패키지는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꿈이 깨어지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위대한 용사가 되어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내일 당신은 위대한 용사가 되는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능력)
- 레벨: 1
- 힘: 1000, 민첩: 1000, 체력: 1000
- 기술: 없음


이것은 뭔가? 꿈 조작업자는 중세 시대의 경험을 마치 게임으로 구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 와 상당한 실력인데. 과거에 했던 RPG의 추억이 갑자기 몰려왔다. 나는 바로 눈을 떴다. 벌써 아침이다. 이곳에서는 잠이란 단순히 눈을 감았다가 뜨는 것에 불과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