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도시 우한에서 언젠가부터 쿨룩대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새벽부터 먼지로 가득 찬 날씨였지만 량 박사는 그날도 의사로서 사명을 다하려는 듯 진료소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십 년째 공립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량 박사는 환자들의 기침 생각을 할 때마다 매번 일어나는 가벼운 현기증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느 날은 변두리 진료소 문 앞까지 걸어온 여자가 옷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기침을 하더니 푹 고꾸라지며 량 박사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죽음은 영문 모를 징조들만 난무하던 한 시기에 종지부를 찍고, 차츰차츰 뚜렷한 낭패감이 고개를 드는, 더 어려운 시기의 시작을 점찍어 놓았다.


'처음으로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는 말이 이제 막 동료들의 입 밖에 나왔다. 이 순간에도 재앙이 희생자 한두 명을 후려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무시무시한 사스인지 무언지도 나는 잘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더욱 두려운 것은...'


의사의 생각이 거기에 이르렀을 무렵, 인민위원회에서 근무하는 우 국장이 찾아왔다. 


관리가 속삭였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사망자가 둘인데 하나는 마흔여덟 시간 만에, 다른 하나는 사흘만에 죽었어요. 비슷한 사례도 늘어가고 있고요.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듣겠지만... 보건위원회를 내일이라도 열어야 하겠습니다."


"또 다른 사례가 생기거든 알려 주세요." 하고 량 박사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