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눈을 뜨자 꿈 조작업자는 좋은 꿈을 꾸었느냐고 물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꿈속 세상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일일이 모든 것을 상상하기가 참 힘들더군요." 

"그래요? 저도 조금 힘들기는 했어요." 


꿈 조작이란 악몽을 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기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꿈을 꾸기 위해 소비하는 에너지가 상당하다는 것, 모든 것을 일일히 상상하는 힘이나 안목,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큰 상상력이 없어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꿈을 꾸었으면 좋겠어요." 


꿈 조작업자는 자신도 이해된다면서 그래서 최근에는 꿈에 들어갈 내용을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혹시 어떤 종류의 꿈을 꾸고 싶으시나요? 이를 테면, 과거 로마 시대로 갈 수도 있고, 중세 시대도 괜찮지 않나요? 아니면 미래는요?"


"그게 무슨 말씀이죠. 자기가 원하는 시대를 패키지로 만들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인가요?"


"그렇지요. 일반적인 게임처럼 어떤 시대적인 배경에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특정한 캐릭터의 인물이 되어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나는 과거에 디아블로나 리니지와 같은 RPG 게임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글쎄, 그러한 게임속의 세상을 꿈으로 체험하는 것도 아주 나쁘지는 않은 경험일 것 같았다. 물론 5분 동안만 느끼는 것이니 크게 문제는 없겠지. 


"그런데, 그렇게 어떤 특정한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패키지로 만든 꿈이 있나요? 저는 남성이니까 중세 시대의 기사가 되고 싶기도 하네요." 


꿈 조작업자는 아주 자랑스럽게 컴퓨터 화면을 바라 보며 말을 했다. 

"마침 저희가 아주 간단하게 만든 것이 있어요.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중세 시대에 관한 자료를 배경으로 해서 만들었어요. 또 배경만 있고 각 캐릭터의 움직임이 없으면 심심하잖아요. 그래서 중세 시대의 배경과 스토리를 넣어보았지요. 간단하게 체험할 수 있을 거에요." 


"스토리까지 있다고요? 스토리에서 제가 주인공이 되는 건가요?" 


"그래요. 중세를 대상으로 하는 배경과 스토리 자료는 컴퓨터로 결합해서 이어폰을 통해 뇌에 전달될 거에요. 그러면 꿈을 꾸는 사람은 그 배경속의 한 인물이 되어 마음껏 스토리를 진행하면 되겠지요. 그리 어렵지 않고, 꽤 재미 있을 겁니다." 


"혹시 중세 시대 말고도 제작하신 것이 있나요?"


"예, 시험적으로 현대 시대에 관한 것도 만들어보기는 했어요."


"그렇다면 저는 중세 시대와 현대 시대를 한꺼번에 경험하고 싶어요. 각각 5분씩 경험을 하려면 10분이 걸리겠군요."


"그것도 괜찮겠네요. 사실 저는 개발자로서 꿈 패키지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어요. 자료를 모으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으니까요. 패키지는 오늘 아침에서야 완성되었거든요." 


"그럼 제가 최초로 경험하는 것이 되겠군요? 열심히 개발하셨는데.. 죄송하게도 제가 먼저 체험을 하네요. 그럼, 빨리 다시 꿈을 꿔볼까요?


나는 다시 눈을 감았고, 컴퓨터와 연결된 이어폰에서는 은은한 음악이 흘러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