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워스터 레나 채널

아주 오래전, 마계는 수백개의 작은 왕국들이 본인들을 마왕이라고 주장하며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러한 지속적인 내분과 분쟁은 마계 시민들의 삶을 황폐화시켰으며 인간계에게 좋은 사냥감이 되어 용사들에 의해 멸망당하는 왕국들 수도 수두룩하였다.

 

이러한 난세 속에 헬드레이크 왕국은 태초부터 이 행성의 주인이었던 우리 마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하여 칼을 빼들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을 가진 소녀 드워스터 레나를 필두로하여 주변 왕국들을 서서히 복속시켜 나가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마계의 모든 영역을 통일하는데 성공하였다.

 

뒤이어 우리는 여세를 몰아 인간계까지 진출하여 인간계 최강국인 루시아 왕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그 공주를 납치해 인간계와 마계간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이후 인간계에서는 루시아 왕국의 주도하에 용사 길드가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공주를 구하기 위해 마계 국경을 넘어 진입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모두 패배하여 독수리밥이 될 뿐이었다. 앞으로도 마계의 영광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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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마계를 통일한 헬드레이크 왕국의 수도인 벤타스톰의 왕궁이다. 이곳의 왕좌에는 마계를 통일한 위대한 대마왕이신 '킹 데런' 페하께서 앉아계신다. 그리고 대마왕님과 그 주변에 마주보며 서 있는 대신들 사이로 파란 머리의 마검사가 오고있으니 그녀가 바로 마계 최고의 용사라고 불리는 소녀인 바로 나, '드위스터 레나'이다. 나는 왕좌의 앞으로 이동하여 대마왕님을 향해 무릎을 꿇어 대마왕에 대한 영원 충성과 경의를 표하였다.

"드위스터 레나 양, 이렇게 뵈니 반갑군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저도 페하를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페하.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는지요?"

"크흥... 요즘 마계 안의 내정에 대해서만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바깥 사정에 대해 관심을 소홀히 했던 것 같더군요. 그러니 간만에 장군님 얼굴도 좀 볼겸 지난 주에 있었던 인간계의 침입이나 내란 등에 대해 알고싶어서 불렀습니다. 보고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항상 그래왔지만 지난 주에도 인간계에서 용사들을 많이 보냈습니다. 하루에 수십명 정도 되는 용사들이 인간계의 국경을 넘겨 마계로 진입하였지만 저희 측에서 이를 미리 파악하여 진압에 성공하였습니다."

"역시 마계 최강의 용사이신 드위스터 장군님 다운 활약입니다. 혹시 주변에 왕국 잔당세력이 내란을 일으키진 않았습니까?"

"최근에 내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만 요즘들어 잔당 세력들이 이상하게도 너무 조용하여 꾸준히 예의주시하고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주의를 가져야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국경을 잘 방어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대장군님을 많이 믿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요?"

". 잘 알고 있습니다 페하. 이만 전 다시 기지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아까 말했다시피 우리 헬드레이크 왕국은 마계를 통일한 행성 최대의 왕국이다. 하지만 아직 마계 전체를 통일한지 10년 밖에 안 된데다 인간계의 반항이 거세고 마족들의 성격상 누구에게 복속당한다 쳐도 속으로는 쉽게 굴복할 놈들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내부적으로 불안한 모습들이 좀 남아있다. 페하께서도 이런 점을 많이 염려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나는 성에서 나온 뒤 텔레포트를 발동하여 본인의 관할구역인 국경 서쪽에 위치한 서부기지로 이동하였다. 서부기지는 인간계와 국경을 맞대는 곳으로 용사들이 인간계로 침입할 때 많이 이용하는 루트이다. 때문에 매일 하루에 한번 이상은 전투가 벌어지기 때문에 매우 빡세고 힘든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위치의 특성상 국가에서 최정예 부대와 무기들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내가 대장인 구역인 만큼 방어력은 최상급을 자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전투가 재밌으므로 일이 많아도 딱히 불만있지는 않다. 거리의 경우 서부 기지는 벤타스톰과 상당히 떨어져있어 다른 마족들이라면 보통 수일이 걸리지만 나의 경우에는 텔레포트를 쓰기 때문에 단 몇 초면 도달할 수 있다.

 

나는 페하를 본 뒤 기지와 관련하여 업무를 보기 위해 다시 대장실로 들어가려하였다. 이때 한 병사가 갑자기 내게 급하게 달려오더니 차분한 ㅁㄹ투로 말하였다.

"장군님. 지금 용사 5명이 마계의 국경을 넘겼습니다. 빠른 대응을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용사 5명이면 나 혼자 나가도 될 것 같으니 기다리게."

나는 부하에게 상황을 보고받은 뒤 업무실에 들어가 페하께서 직접 하사한 무기인 심판의 창을 들고 텔레포트를 사용해 용사들이 있는 곳 근처로 이동을 하였다. 내가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 마계 국경으로 진입한 인간계 멍청이 5명이 기습에 대비해 주의를 살피고 있었다. 이때 이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나를 발견하고는 말하였다.

"저기 드위스터 레나가 나타났다! 모두 여기로 집합하여 대비를 하도록!"

그러자 명을 받은 또 다른 인간계의 용사놈들이 두려움에 떨며 말하였다.

"아니... 왜 하필이면 드워스터 레나가...“

 

그러자 대장놈이 정신승리를 하며 말하였다.

"이보게나! 드워스터 레나는 신이 아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뒤이어 용사들이 모두 모여 나의 공격에 대비하여 나타나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그래봤자 내 눈에는 잔챙이들의 폼잡기로 밖에 보이진 않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나갈 때가 된 것 같은데 한번 놀아볼까? 나는 그들 앞에 나타나 슬슬 쪼개면서 말하였다.

"하하 하찮은 인간계 주제에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내 명성이 인간계까지 미친 것인가?"

그러자 용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잔챙이가 외쳤다.

"드워스터 레나는 잘 들어라! 니가 아무리 유명하다 한들 전투에서 지고 쓰러지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 뿐이다. 네놈은 오늘로써 우리에게 끝날것이다! 다들 돌격하라!"

그리고 잔챙이들은 한번에 달려들어 나를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승부는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잔챙이들이 공격하려는 것을 파악한 나는 내 주무기인 심판의 창을 휘둘러 공격에 나섰고 동시에 잔챙이들은 창에 맞아 나뭇가지처럼 쓰러져버렸다.

"한심한 것들... 분수를 좀 알고 싸워야지."

잔챙이들을 모두 처리한 뒤 나는 이들의 시체를 직접 들고는 기지 근처의 '죽음의 언덕'으로 이동해 버려두었다. 그리고 내가 시체를 버려놓고 얼마 되지않아 검은 독수리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와 용사들의 시신을 뜯어먹기 시작하였다. 이때 대장 용사가 막 의식이 상황을 살피려 하였지만 곧바로 독수리들이 덮치기 시작하였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산채로 독수리에게 살점을 뜯어먹히게 되었다.

"너무 시끄럽군... 다음부터는 용사들은 버리기 전에 확인사살부터 해야겠다."

이렇게 잔탱이들의 시신을 처리한 뒤 나는 다시 기지로 돌아와 평상시처럼 자리에 앉아 기지 내부와 관련하여 업무를 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정확히 오후 10시가 되자 나는 퇴근준비를 함과 동시에 나의 광팬이자 남편인 '베니 힐테른'에게 마법으로 연락을 하였다.

"베니. 이제 니 차레가 되었으니 얼른 기지로 이동하도록."

"알았어 자기 ^^"

"이건 상관의 공식적인 명령이다. 상관에게 함부로 반말을 쓰지 않게 조심하도록."

"아니... 어차피 부부사이인데 참나..."

"그래도 공적인 관계에서는 상하관계는 지켜야하지않는가? 아무리 부부관계라 하더라도 공적인 상황에서는 규율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데?"

". 알겠습니다... 대장님.“

 

그리고 베니는 약간 불쾌하다는 듯한 말투로 전화를 끊었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마을에서 살았던 소꿉친구였는데 이후 군사사관학교에 들어가 헬드레이크 왕국의 장군으로써 여러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으며 왕국의 통일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원래 통일 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을 때 녀석이 내게 고백하였는데 뭐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녀석이 믿을 구석은 좀 있어서 바로 허락하지 않고 대신 통일에 크게 공헌하면 결혼하겠다고 약속을 맺었다. 이후 녀석은 더 용감하게 싸우다가 한쪽 눈을 잃었지만 대신 내 마음을 얻었고 통일 직후 결혼을 하여 두 딸을 얻었다.

 

이 녀석은 성격이 활발하고 유쾌한 편이며 친화력이 좋아 어디서든지 인기는 꽤 많은 친구이다. 그리고 녀석이 워낙 착한 편이라 규율을 쎄게 잡기는 커넝 그런걸 별로 좋아하지 않은 친구인데 이런 공적인 상황에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좀 불쾌해한다. 하지만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어쩔 수 없고 이런 점에 대해선 좀 이해는 해준다.

통화을 마친 뒤 녀석이 올때까지 기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뒤이어 녀석이 오고

"드디어 왔네. 오늘도 기지를 잘 부탁하네."

"네 장군님."

그리고 베니는 바로 기지로 이동하였고 나는 텔레포트를 활용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애들이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샤워를 한 뒤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였다.

다음날 아침, 막 눈을 뜨자마자 베니가 군복을 입은 채 누워서 내 얼굴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익 깜짝이야!"

"대장님. 잘 주무셨습니까? 오늘도 꽃처럼 아름다우십니다."

"그래 고마워... 닌 빨리 옷이나 갈아입어. 난 일하러 갈게."

그리고 나는 다시 일어나 잠옷을 군복으로 갈아입은 뒤 텔레포트를 타고 기지로 돌아갔다. 이렇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