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채널

그냥 24년 살면서 모은 성소수자로서의 삶에 자잘한 팁들입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써 봅니다.

1. 정보 검색이 아니면 인터넷은 멀리하는 편이 좋다.

 물론 자만추가 더럽게 힘듭니다만, 그렇다고 온라인 상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성공 확률과 동시에 지뢰를 밟을 확률도 늘어납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커뮤니티에는 남초여초 가릴 것 없이 혐오발언이 자주 사용되므로, 내성이 없다면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습니다. 이 방면의 꿈을 가지고 계시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저는 내성을 기르는데 13년이 걸렸습니다. 인터넷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2. 그럼에도 인터넷을 해야 한다면,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할 것.

 저는 통신사가 KT인데, 듀얼심이라는 서비스가 있더군요. 휴대전화번호를 하나 더 주는 것입니다. 아웃팅 방지를 위해 이런 서비스들을 자주 이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를 물으신다면 상상 이상의 또라이를 마주치는 경우가 드물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메일도 여러 개 파시고 같은 사이트더라도 아이디는 한 개만 사용하지 마세요. 물론 대부분의 사이트가 다중계정을 허용하지 않지만 그 사이트에서 밴 당하는 것이 여러분 신상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3. 같은 성소수자라고 다 믿지 마라

 데여본 사람은 압니다. 근데 데이고 나면 늦습니다. 항상 경계하세요. 이 건 별다른 설명을 쓰기가 어렵군요.

4. 트준생을 위한 최고의 운동은 걷기.

 이건 몸매관리를 위한 팁인데요, 걷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습니다. 근육은 늘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체지방만 빼 줍니다. 유튜브 보면 걷기 자세 교정에 대한 영상이 수두룩빽빽한데, 여러 개 보시고 공통점만 추려서 정리, 그것에 신경쓰면서 걷기 운동을 하시다 보면 원하는 체형까지 감량하시는 데에 도움이 될 겁니다. 특히 종아리 근육으로 걷는 분들은 속히 자세 교정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망할 종아리 근육은 휠체어 생활 할 거 아니면 잘 빠지지도 않거든요.

5. 술담배 하지 말자.

 일전에는 호르몬 치료를 오래 하고 싶으면 술담배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 친구를 술로 떠나보내고 나니 그냥 둘 다 하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현재 호르몬 치료 진행중이시거나 준비중이시라면 더더욱 하면 안 됩니다. 몸이 얼마나 호르몬 치료를 버텨주는지는 랜덤이긴 합니다만, 굳이 술담배 해서 그 확률을 사서 줄여버리는 건 바보짓입니다.

6. 문화생활이 몇 안되는 확실한 성장의 길.

  사람으로 태어나면 필연적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남들은 하지 않는 종류의 고민이 더해지는 게 성소수자로서의 삶의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성소수자로서의 고민을 하는 동안 남들은 미래를 향해 전진한다는 겁니다. 물론 성소수자로서의 고민은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걸을 길을 만드는데 거기 구멍을 냅둘 수는 없잖아요. 냅뒀다간 언젠가는 빠집니다. 그래서 결국 남들의 고민+@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 고민의 시간당 효율을 늘리는 방법이 바로 내면적 성장입니다.

 이 내면적 성장을 혼자서 해내는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문화생활입니다. 책, 영화, 강연 뭐든 좋습니다. 라노벨, 애니, 웹소설도 괜찮습니다.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마다하지 마세요. 혹시 '나는 그런 과정에서 혐오를 마주할까봐 두렵다'는 분들은 성소수자에 우호적이었던 시절, 내지는 담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기의 것을 읽으시거나 혹은 문화생활을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검증을 부탁하세요. 제가 추천드리는 건 고대 그리스 철학서나 현시대의 서양 영화입니다. 그리고 혐오성 매체가 아니면 가리지 마세요.

7. 내 기준은 생각보다 별것 아니다.

 (1번과 연계됩니다) 자신만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서 세상을 잘라내다 보면, 남는 것이 한 줌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면서 세상을 등진 인터넷 찐따들의 극단적인 면을 온라인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언급하면 챈 규정 위반이기에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 왜, 있잖아요. 특정 기준을 가지고 행하는 반사회적인 갈라치기 말입니다.

 그런 종류로 빠지지 않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내가 꺼리는 걸 보는데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관심이 없다고 해서, 혹은 마치 '난 코가 큰 사람이 싫어' 처럼 정말 말도 안 되는 기준으로 세상을 잘라나가다 보면 남는 것은 내 입맛에 맞는 한 줌 짜리 공간입니다. 그 곳은 분명 안락하고 편안하겠지만, 바깥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독방일 뿐입니다.




 0. 내일 죽는다고 해서 오늘 목을 매는 사람이 되지 말자.



이상입니다. 문화생활과 내면적 성장의 중요성을 언급했으니 추천작을 적고 가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서 글의 마지막을 이렇게 끝내겠습니다. 분야별로 추천작이 중복될 수 있습니다. 반 쯤 웃자고 적은 거니 너무 진지하게 바라봐 주지는 마세요. 앨라이 작품은 *표를 해 두겠습니다.

사랑: 독일인의 사랑(도서), 클라우드 아틀라스(영화*)

이외의 감정: 멕베스(도서, 파멸에 이르는 길), 오셀로(도서, 질투), 바이올렛 에버가든(애니, 슬픔, 행복), 죽음에 관하여(웹툰, 후회), 호밀밭의 파수꾼(도서, 후회)

도덕: 데스노트(애니, 반면교사)

인생사: 3일간의 행복(도서), 삼국지(전체를 읽지는 마시고 위키나 사설 등으로 각 인물의 인생을 보시길), Chasing Light(게임), Va-11 HALL-A(게임*), Life is Strange(게임*)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TED 강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