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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린다. 향수로 에워싸진 기억. 그 기억은 매우 미약하지만, 망가진 기억과도 같은 실패작이어야 하는데

과거와 현재가 반응해 만들어진 키메라처럼 이는 분명 나에게 살아있다고 보여주는 괴상한 응괴, 엄청난 위화감

이곳에 존재해선 안 될 존재가 갑자기 침범한 것처럼, 이종(異種)이란 접목의 이질감과 새로운 시작과 희망이란

양가감정에 이끌러 내 상상에 만든 자체가 아닌 그저 상상 안에 갇혀버린 모종을 보는 듯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저것은 이 공간에서 실체하는 기억으로부터 탄생된 우연적 집합체의 결과물. 아니면

내가 미쳐버림에 정신이 자각하는 가상세계 속 내 정신의 또 다른 가상. 현실과 환상의 꼬리물림

"뭘 망설이고 있어? , 너가 원한거잖아. 기뻐하라고"

그는 나를 위해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있다. 사실이다, 난 그토록 생을 원했다

자아가 저런 말을 하는 이유도 내 본심에 교화되어서 그러는 것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내 자아도 인정하고 있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색다름은 있었다. 분명 있는데 전혀 기쁘지 않아

조금 더 가까이서 보는 그 육편. 내 기억상 존재하지 않는 살색. 혐오스러운 기형의 피조

어째서, 움직이는 것만으로 내 기억을 찬양하고 기뻐해야 할 터인데

그 누구도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괴물을 보자 시간이 지난 만큼 실망과 자괴감이 커진다

저게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았다. 나는 애써 외면했다. 가뜩이나 멀찍이 떨어져있는걸 역병마냥 빗겨간다

"..?,  기쁘지 않은거야?

몇 십년간 환상을 쥐어짜낸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 안 궁금해?"

"..아니야. 저건 내가 만든게 아니야"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저건 너가 만들지 않는 한 존재할 수가 없는데.

..그보다 왜 무시하는거야..?"

"...."

"야 저거 니가 만든거라고! 내 말 안들려?!"

"듣고 있어! 그래.. 나도 알아. 아는데.."

점점 더 꿈틀대다 못해 갈라질 것만 같은 불길한 불연속 속 코를 찌를 것 같은 불결하고 역겨운 잡다함. 배출감만 진득해진다

"저걸 내가 만들었을리가 없잖아.."

실체를 회피한다

"어디 아파?"

"...."

현실같으면 토사물로 범벅될 자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

...역시 환상인가봐"

"...."

"내가 생각해봐도 나 혼자 대화하는 이 공간에 생전 보지 못한 괴물이 주위에 돌아다니고 있고

형체는 보이지 않는 너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들리는 것은..

..착각일거야, 그럴거야"

"...두려워?"

"뭐가?.."

"너가 보이는게 전부 받아들이기 힘드니 스스로를 두려워 하고 있는거야?

저걸 만들었다는 너 자신을?"

"...그래 니 말이 맞다

아무리 생각해도 줄곧 저리 역겨운게 내 기억에서 나올리가 없거든

여기도 아닌 현실에서도 본 기억도 없고 ..그리고 계속 보면 볼수록 기억하면 안 될게 생각날 것만 같고"

"니가 현실에선 어땠는데?

너.. 너 자신이 현실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는 기억은 나냐?"

"..."

"현실기억이 저것과 별개의 형성이란걸 확신할 수가 있냐고?

..너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게 뭘 의미하는지는 알아?"

"하.. 그만해"

"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아냐고?"

계속 의문만 내뱉는다. 머리가 복잡하다

"그만하자.. 좀 그만하고 쉬고싶.."

"말을 말긴 씨발 내가 말하고 있는데!!!"

"!!.."


"내 말 아직 안 끝났다고..

너의 선택이 잘 못 되었다는 목소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런게 뭔 대수야.. 지금 여기 있는 내가 원하지 않고 있는데"

"너는 쟤한테 구원을 주고 싶지 않은거야?"

내 양 볼을 부여잡고 있는 거짓 손은 사시나무 떨듯이 자아를 조롱하고 있다

이것이 분노의 감정이란 것인가? 난 도대체 분노를 어떻게 알고 이렇게까지..


"실망이야"

"?"

"생은 아름답다. 그것 자체로 어떤 하찮은 것일지라도 본연의 가치는 미를 웃도는 삶의 모방이다

라고 넌 생각했을텐데?"

내가 그랬었나. 불현듯 뇌리에 나와 같은 자국을 비추었다

"너는 한마디로, 저런 거 밖에 만들지 못하는 자신을

머리 속에 일어나는 이상현상이라며 없던 셈 치자 이거잖아"

"그건 아니지.."

"그렇게나 자신을 속이고 싶은거냐?

너가 원한 생이면서, 그토록 너가 원했던 생명이면서 주는 답례가 이거냐고?"

"아니라고 시발놈아!!

좀 이럴땐 내 생각대로 조용히해주면 안돼?"


억눌렀던 감정의 비수는 무심결 나 자신에게 꽂혀버린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의 역량에 인한 부작용이 재발한 것인가

통제되지 않는 자아. 이 분노는 나에게 돌아온 결과가 단지 저거밖에 되지 않았던 배신당한 희망으로부터 온 것이었고

저런게 나를 위로할리가 없었다. 내가 그림으로 배열한 생은 저런게 아니었기에 나에게선 잉여물, 기억 속의 퇴비. 그 뿐이다


자아는 내 기준에서인 첫 피조물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었다


"너 정말..


...."



체감상 44년


오락가락한 나의 정신은 다시금 내가 원했던 생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한 작업에 열중하였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생명체는 나오지 않고 만들어지는건 토할 것 같이 역겨운 오물덩어리들

내 정신은 아직도 그 과거 생명체의 초두를 가라않히지 못 해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수북히 싾여가는 꿈의 형체. 그에 반면, 지금 널려있는 결과물은 처참했다

"..저런 색도 없는, 생전 알지도 못한게 왜 내 기억 속에서.."


"너가 창조했잖아"

말 없이 지켜보던 자아가 말을 꺼낸다


"아무리 이게 거짓된 기억이라도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생명을 그저 원하던 형상이 아니란 이유로 부정해선 안되는거잖아

만약 그러고 싶다면 너의 기억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거라고"

"...아 진짜 나 머리 속이 엄청 복잡한데 왜 또 지랄이야.."


"난 너니까.."

"제발 작작 좀 해!!"


그와 본 뜬 분노로 가득찬 내 자아에 들려오는 무의식에 심취한다. 이내 허무함이 몰려온다

'참나.. 상상 속에서 난 뭐하고 있는거냐.. 비우자 잠시 비워버리면 괜찮아질거야'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면을 건다. 그래도 정신은 답답했다. 금방이라도 머리가 붕괴될 것 같다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반복한다


"이제 넌 나마저 받아들일 수 없는거구나"

"....?.."


잠시 생각을 멈추게 하는 한마디. 이어지는 청각의 불응. 자아는 어느새 미친듯이 웃어대었다

이는 내가 정신이 나갔기 때문에? 아니면, 무의식이 정신을 나가게 할 정도로 정신이 나가서?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나도 미쳐버렸나..

웃음소리는 형을 넘어 그대로 전신에 울러퍼졌다. 정체성에서 분열된 자아는 이가 곧 공포로 받아들였는지 웃음을 그친다


"나마저 지겹다. 넌 자아가 만든 존재마저도 이젠 감흠이 없다

...

이럴거면 나를 만들지 말았어야지"


만든게 아니었다. 단지 외로워서 자연스리 무의식 중에 만들어졌을 뿐

이를 알았는지 자아는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언가의 의미를 알고 싶어도

애써 스스로를 거부하 듯이 의문이란 결과값만 보이고 있다. 그는 말을 꺼낸다


"나도 너에게 만들어진 의식이야. 만약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넌 앞으로 여기서 버틸 수 있을것 같에?

니 정신이 온전해지라고 나를 만든건데 사라지게 만들면 어쩌자는거야?"


이제 한계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미친 것 같다. 어떻게든 입을 막지 않으면



"친구가 나를 버린 이유를 알겠다"


"...!

버려? 버리다니!!?"


싫었다. 그가 내 자신을 비난한다. 스스로가 저 입에서 스스로를 버림당했다 시인한 것이다

버렸다는걸 은연 중에 정신마저 합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거겠지. 만족을 해도 지겨워질테니까

생명의 존재도, 친구가 옆에 있었던 고마움도 스스로 실증내고 버티지 못 하면서

그 역시 친구도 날 버리고 없어진.."

"버리지 않았어!!

친구는 날 버리지 않았단 말이야!!"


"너가 스스로 버린거잖아"

"!!!"

"지겨워져서 새로운 재미를 물색하려다

이리 꼬인 거 아냐?"


"......재미라고? 나는 나에게 있을지 모를 가족과 친구와 함께 즐겁게 지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러는 넌 단지 그것을 재미로 빗대어서 나에게 잘못이 있다 말하시겠다?

나도 한번 물어보자. 니 말대로라면 넌 예전 그 때의 나사풀린 행동을 몇날 며칠 계속계속 보고 있으라는게 말이 돼?

어떻게 만족을 하고 살라는거야?? 인간은 그런거에 익숙해지질 않는 존재야!

나도 인간이기에 당연히 궁금한게 있고 또 그걸 풀리게 하게끔 노력하는것도 친구의 책임도 있을 터인데

왜 내가 버렸다는 거야? 넌 자신이 맡장구치며 농담따먹기한게 좋았다 이거냐?

그리고 말했지. 이제 친구에 대해 꺼내지 말라고. 제발 좀 잊고 내가 원하는거 하겠다고

..부탁이니 제발 날 그냥.."


"니가 인간이라는걸 어떻게 확신하지?"


"?

....이 시발놈이 장난하나.."

"미안하지만 이건 너 잘못이야. 그리고 똑바로 말해.

니가 아직까지 미련이 있으니깐 못 잊는거잖아. 진정 잊을 자신 없으면 그런거 다짐하지마"

"이 새끼가..!!"


난 그의 보이지 않는 형체를 붙잡았다


"..그래서..

넌 저런 형상에는 만족을 할 수가 없다?"

"..갑자기 그 얘기로 왜 넘어가!?..

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순간 내가 자아를 설득해봤자 헛수고란 사실을 깨닫는다

여긴 아무도 없는 나만 존재하는 공허인데 이게 뭐하는 짓거린지 모르겠다


"친구에 대해 반복하는건. 자아가 잊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계속 생각이 나는거야

그렇게 기억이 순환되는ㄱ.."


"야"


"ㅓ.. ?"


"그냥 잠깐만 없어져주라. 못 들어주겠다"


"....."



이제야 조용해졌네

자 그럼 다시 이상향을 만들기 위해 힘 좀 써 볼까나

그럼 어디서부터 다듬지. 어떻게 다듬어야 살덩이가 애벌레처럼 찢어지지 않는ㄱㅓ..


...


눈 앞에 그가 서있다

없어지지 않는다.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너 참 이기적이구나

영원히 내가 곁에 없어지지 않기를 바란게 엊그제 같은데...

원래 알고 있던거라도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도 일그러지지 않는건데 관계는 왜 이리 쉽게 틀어지는걸까..

왜 감정은 시간에 익숙해지지 않는걸까?...."

"......"

"그래 너 알아서 해라. 너가 저 현실을 받아들일지 말지

니 자유니"


이 말을 끝으로 자아는 사라졌다

방금 뭔 일이 있었냐는 듯 정신은 잔잔해지며 이 공간에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공존의 체계인

나와 내가 만든 괴이한 형체들만이 존재한다는걸 깨달기를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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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란 의미는 정열적이며 그 스스로 거부하면 안되는 것으로서 더욱이 창조자이면 그에 따른 섭리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모든 생은 외관상만 보고선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없듯이 그것은

과거사가 인정한걸 떠나서 자신도 생이므로 차별을 해선 안되는 것이 그 정론

그러나 내 앞에 있는건 괴물을 떠나서 이 공간에나 있어야 될 법한, 내 기억상에도 존재해선 안 될 타락의 모습

순수하게 흉측하기만 한. 단순히 바퀴벌레, 구더기 같은게 아니었다. 저것은 정신마저도 붕괴시킬 정도로 매우 끔찍한 형상이었다

더군다나 저편에 있는 오물은 기어다니기만 하지 나를 행복하게 해줄 행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 저딴 쓰레기들을 내가 만들었는걸

믿고 싶지가 않았다

당연히 당연히.. 내가 만들었을리 없다

그럴리 없어...

........


자신이 만들었음을 증명하고 있지만, 슬프게도, 난 이를 왜 부정하는 것일까?

어째서..


의식은 다시 생을 만들기를 원했다

반복하고 반복하고를 2년 동안평범한 육체를 만들기 위해 손을 굴리고 지능을 짜내도

겨우 만들었다 싶으면 또 다시 예상을 뒤엎고 내 기분을 잡치기 일수


부족한가? 근데 뭐가 말이야?

내가 뭐가 부족한지를 왜 스스로 알지 못하는 거냐고? 뭐가 문제이길래..

너무도 간절하지만, 가슴 한켠엔 무언가가 껴있는 듯이 답답하다

도대체 얼마나 스스로를 학대해야하는 것인가..

괴기스런 파찰음 이외엔 들리지 않는 공간. 길고 길었던 끝엔 허무함만 가득한 현실에 더욱 가슴을 후벼판다

이러고도 막상 기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했었는데 난 도대체 뭐 때문에..

의미를 찾으려는 눈길,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똑같다. 그동안 만들었던 나의 생을 내 마음에 담아내고 싶어도 너무나 쓸모 없었다

결국 무관심이. 잇다를 뿐 희망은 나에게 가치를 선사해주고 싶지 않는 듯 멀어져만 간다

하지만 아직 난 포기히고 싶진 않았다. 어쩌면 내가 뭔가 실수하고 있어서 만들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분명 잘 될 거야..


근데 난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거지?

.....

여긴 아무도 없다

정신차리자




체감상 4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