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확, 하는 소리가 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눈을 떴다.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은 자신의 방이었다.
 이상하다.
 분명 무언가가 이상하다.
 어제밤에 분명히 편의점에 가기 위해 집을 나간 것까지는 기억하지만 그 이후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 아니, 생각났다.
 은발의 소녀, 처음에는 검을 던지고, 그 후엔 총을 쏴댄 내 목숨을 노린 소녀.
 그런데도 나는 어째서 그녀를 한번 더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는 무슨. 그런다고 죽어줄까보냐"

 자신을 죽이려는 소녀를 보고싶다는 생각을 떨치듯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한번 더, 학생인 채로 생을 마감하긴 너무 아깝잖아, 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그러고보니 오늘 초인종이 울린 기억이 나지않는데---
 ---어느새 시계바늘은 8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디보자, 학교는 9시까지니까 지금부터 걸어가면, 응, 절대로 지각이구나, 이거.


 눈을 떴다.
 침대인 듯한 감촉을 느끼며 눈을 뜬 채로 눈동자만을 움직여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연한 갈색빛의 천장, 옆에는 책상과 의자가 보이고 사람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그마한 창문이 하나있는 조그마한 방이었다.
 누군가의 방인가, 그것보다도 의아한 점이 하나.
 분명히 어제밤에 짓뭉개졌을 두 다리가 멀쩡히 붙어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생각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방에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아직인가, 슬슬 눈을 뜰 때도 된거 같은데"

 들리는 목소리는 꽤나 중성적이라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었다.
 들어온 누군가가 문을 닫고 들어와 자신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려는 것이 느껴져 그 순간 눈을 뜨고 손에는 검을 만들어 상대의 목에 검을 들이댔다.

 "당신은 누구죠?"

 검은색의 짧은 머리칼을 지닌 그 사람은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 본적 없는 상대는 목에 칼이 들어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평소와 같이, 평소에도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방이 누군지 물을 때는 자신부터 밝히는게 당연한게 아닌가? 그것보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칼을 들이대는게 센트럴에서는 당연한가보지?"

 왠지 모르게 위압적인 말과 상대를 간파하는 듯이 째려보는 안광에 나도 모르게 칼을 상대의 목으로부터 천천히 내리며 말했다.

 "확실히 칼을 먼저 들이댄건 사과드리죠.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자신을 밝히는건 안될 것 같군요"

 내 말에 그(?)는 여전히 째려보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럼 그걸로 됐어. 근데 말할 때까지 여기서 나가지 못하는 것만 알아두라고"

 그렇게 말하며 그는 손에 들고있던 커피를 마시며 자리에 앉는 것은 관두었는지 벽에 기대고 섰다.
 그런 그의 말에 내가 입을 여는 것과 동시에 똑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경찰복을 입고 있었다.
 그 자에게 여태껏 앉아있던 자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남자는 귀에 대고 무언가를 말하고 방을 나갔다.
 뭘 전해들은 것인지 그의 표정은 더욱 나빠졌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라"

 내뱉듯 말하는 그의 말에 나는 그를 지나쳐서 방을 나왔다.
 방을 나오자 그곳은 어딘가의 건물인듯 긴 복도가 이어져있었다.
 그 복도를 따라 비상구라 적혀있는 곳을 통해 계단을 내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왔다.
 그와 동시에 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어, 잘잤어? 세이"

 방금까지 조용했던 통신기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경찰로 어제밤 다친 나를 데려와 고쳐준 것도 그들인 모양이다.
 입구로 걸어나와 건물을 되돌아보자 그곳은 이 스노우윈터에서 제일 큰 건물인 경찰서였다.
 아무래도 아까 사복을 입고 있던 그도 경찰이었나보다.
 그것보다도 드디어 오늘부터 상관으로부터 내려온 임무의 시작이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임무를 계속하도록 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뜨거운 8월의 햇볕 아래를 걸어나갔다.


 교실에 도착하자 시간은 이미 9시 10분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왠 일인지 선생님은 안 계셨고 평소엔 점심시간이나 되서야 오던 친구놈은 와 있었다.
 급하게 달려와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창가의 앞에서 네번째 줄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앉자마자 뒷자리에 있는 녀석이 말을 건다.

 "여어, 오늘은 꽤나 늦었잖냐. 무슨 일 있었냐?"

 아스타라는 이름의 이 녀석은 눈썹을 가리고 귀와 목의 반정도를 덮는 남자치고는 좀 긴 주황색머리칼의 녀석은 꽤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음에도 키 183cm에 잘생긴 덕분인지 의외로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녀석이 수업은 듣지도 않고 점심시간이나 되서야 오는 녀석이기에 친구라고 할 사람은 나 밖에 없는 모양이다.
 흑흑, 불쌍한 녀석.
 어쨌든 그런 불쌍한 녀석이 왠 일로 오늘은 일찍 와있었던 것이다.

 "그건 내가 할말이다, 불쌍한 녀석아. 뭔 일 있었냐? 아니면 드디어 지각하면 졸업이 힘들어졌다던가"

 자신의 물음에 내가 반대로 물어보자 아스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었다.
 그 얼굴을 보고 이쪽을 보고 있던 여학생 하나가 쓰러진 듯 웅성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마터면 네놈이 오기전에 먼저 올 뻔 했지만, 다행이군"

 아스타는 웃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아무래도 오늘 전학생이 오나보던데? 게다가 말이지-"

 초미녀인 모양이야, 라고 어째선지 그 부분만 귓속말로 해오는 아스타.
 그와 동시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교실의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전학생을 소개하겠다"

 8월, 게다가 1학기가 끝나는건 내일이다.
 그런 날짜에 어째서 일부러 전학을 온건지 제일 먼저 의문이 떠오른다.
 학생들의 소란스러움을 무시하고 선생님이 들어와, 하고 문쪽을 보며 말한다.
 그 목소리를 듣고 들어오는 학생은 아스타가 말한 것처럼 여학생으로---

 "겍!"

 나에게 죽음을 안겨다줄 천사였다.


 무심코 소리를 내버린 탓에 선생님의 눈에 들어와 마침 비어있던 옆자리가 자신을 세이라고 소개한 그녀의 차지가 되었다.
 덕분에 언제 죽이려들지 몰라 긴장상태에 빠진 내 심정도 모르고 뭐가 그리 좋은지 아스타는 뒷자리에서 킥킥 웃어댄다.
 이러나 저러나 어찌됐든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전속력으로 교실을 빠져나가고 그녀는 반의 친구들에게 둘러쌓인다.
 역시 가져야할건 친구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대충 시간을 떼우다가 교실로 돌아오길 3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냉큼 매점에서 빵을 사고 옥상에 뛰어든다.
 그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는 웃어대는 사람이 한명.

 "킄킄킄킄, 미치겠다, 진짜. 푸하하하하하"

 미리 옥상에 와있었던 아스타였다.
 아스타와 나는 거의, 라기보다 항상 이 옥상에서 빵으로 점심을 떼운다.
 그렇기에 먼저 와있는 아스타였다만,

 "뭐가 그리 웃기냐?"

 정신마저도 놓아버릴 듯 웃어대는 녀석을 보고 부루퉁하게 말하며 빵봉지를 연다.
 오늘은 천사, 아니, 세이덕분에 우리반 녀석들이 좀 늦었는지 꽤나 좋은 빵을 구했다.
 그래봤자 초코슈크림빵이지만 팥빵에 비하면 최상도 더 최상이다.
 어쨌든 그런 최상의 빵을 먹으며, 겨우 웃음을 멈춘 녀석의 말을 듣는다.

 "아-, 진짜 웃겼다. 아니, 그게 그렇잖아? 그렇게 열심히 뛰어오다니 말이지. 도망가지도 못할텐데 말야"

 음?
 내가 그녀로부터 도망다니는건 태도로 봐서 알겠지만, 도망가지 못할거라고?
 아스타의 말에 의문이 들어 어째서냐고 묻기위해 입 안의 빵을 삼키고 입을 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쾅, 하고 난폭하게 옥상의 문이 열렸다.
 큰 소리에 놀라 무심코 문쪽을 바라보자 거기에 서있는건 세이, 그녀였다.

 "도대체 말이죠,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생각입니까, 레나드"

 그녀는 아무래도 내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 내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게 너무나도..., 아니, 지금은 그것보다도.

 "그야 죽을때까지지! 날 죽이려고 따라오는데 안 도망갈 사람이 있겠냐?!!!"

 세이는 그런 내 말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조금 오해가 있었군요, 라고 하더니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죽이는 것은 중지됐습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 하지만 감시하기로 했습니다"

 "뭐? 감시?"

 잘못 들은게 아닌가 싶어서 되묻는 내 말에 세이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네, 레나드, 레드와 똑닮은 당신이 레드가 아니라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감시를 계속할겁니다"

 또다.
 나와 똑같이 생겼다고 하는 레드.
 대체 그가 누구길래.

 "레드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대체 왜 잡는건지 이유 정도는 알려줘도 되는거 아니야?"

 내 물음에 세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괜찮겠죠, 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레드는 신살동맹의 리더이자, 아마도 불을 사용하는 능력자입니다. 그런데 그런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니, 당연히 잡으러 다니는게 당연하죠"

 "신살동맹? 그건 뭐야?"

 "신살동맹이란건 말이죠. 저희들이 통칭 도주자라고 부르는 이능력 범죄자들 중에서도 몇몇이 모여서 만든 하나의 조직이에요. 그들은 강한자들을 모아 신을 죽이겠다, 고 선언한 자들입니다. 그걸 방해하는 자는 전부 죽이는 그야말로 살인자죠"

 살인자-.
 사람을 죽이는 녀석을 잡으러 다닌다니 대체 정체가 뭐지, 이 녀석은?

 "그럼 넌 경찰이나 그런거야?"

 내 말에 세이는 경찰입니까? 하고 꽤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저희는 추적자라는 이름입니다만, 그저 능력이 없는 일반시민에게 능력자임을 들키는 것을 최대한 저지하는 단체라고 보면 됩니다"

 음?
 원석에 관해서라면 이미 각종 매체를 통해 시민들에게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나?
 그걸 이제와서 숨긴다고?

 "어째서? 이미 일반시민들도 원석에 대해선 알고 있잖아? 어째서 그걸 이제와서 숨기려 하는거야?"

 그 말에 세이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말한다.

 "아뇨, 틀려요. 시민들은 아직 애초부터 원석을 몸에 지니고 태어난 능력자들에 대해선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면 분명 자신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겠죠. 그리고 그것은 분명 일반인들과 능력자들의 전쟁을 유발시키겠죠"

 전쟁.
 살인에 이어 이번엔 전쟁인가, 이런게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라는 것일까?

 "그래? 그럼 평화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거야?"

 "네?"

 나의 물음에 어째선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이의 몸짓을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한다.
 살인과 전쟁, 그것들을 막기위해 움직이는 단체.
 그들의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좋아, 결심했어. 내가 그 레드인지 뭔지가 맞는지 아닌지 확실하게 알아보라고!"

 나의 엄청난 결정에 세이는 놀랐는지, 아니, 사실 이상한걸 보는 표정으로 날 보며,

 "거절하고 싶다고 거절할 수 있는게 아닌데요"

 라며 내 결심을 깨부수는 말을 했지만 그런 말은 무시하고 여태껏 궁금했던 점을 묻는다.

 "그런데 이 녀석도 들어도 되는 내용이야?"

 내 뒤에 서서 왠 일로 조용히 듣고 있던 아스타를 가리키며 말하자 세이가 아스타를 한번 바라보더니 다시 나를 보고는 묻는다.

 "아직 듣지 못 했습니까?"

 "에? 뭘?"

 그 물음에 내가 얼빵하게 대답하자 어째선지 세이가 아닌 아스타가 말한다.

 "아아, 그건 내가 말하지, 세이. 어이, 레나드. 재차 소개하도록 하지. 내 이름은 아스타, 세이와 같은 추적자의 일원이다. 당분간 잘 부탁하지. 아, 참고로 난 21살이니까 형이라고 불러라, 애송아"

 "에-엑?!!!!!"

 생일날 몰래 생일파티라도 열어준 듯한 즐거운 표정으로 말하는 아스타의 말에 놀란 것은 그가 세이를 알고 있었던 점이나, 세이의 동료라는 점 같은게 아닌, 그 미소년의 얼굴로 나보다 나이가 2살이나 많다는 점이었다.

 03


 방과 후, 6시가 되었음에도 나는 교실에 혼자 남아있었다.
 거기에 분명한 이유는 있지만 그 이유가 너무도 얼토당토않다.
 오늘 첫날인 세이가 교무실에 불려가 귀가가 늦을테니 기다리라고 한 것이다.
 아니, 감시자가 감시대상보고 기다리라고 하는게 어디있냐고.
 참고로 아스타는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돌아갔다.
 어느새 교실 청소도 끝나고 여기에 혼자 남은 내가 이런 불평을 하면서도 내가 집에 돌아가지 않는건 아무래도 세이랑 돌아가는걸 기대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아닌게 아니라 확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죽이려던 여자한테 한 눈에 반했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지만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는 법.
 나는 정말 멍청하다.
 그렇게 세이에 대한 생각과 자학이 머리 속을 온통 채울 정도로 시간이 지났다.
 어느새 시간은 7시를 넘어 슬슬 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고 드디어 양분된 생각에 새로운 것이 끼어들 때 쯤, 쾅!! 하고 언젠가 들었던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레나드를 교실에서 기다리게 한 뒤, 교무실로 향한다.
 먼저 가지않고 잘 기다리고 있을려나, 하는 생각을 하며 걷는 도중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그는 목 뒤를 완전히 덮는 검은 머리칼에 키 180cm, 입고있는 옷은 하얀셔츠에 검은 정장바지, 거기에 검은색의 뿔테안경을 끼고 있어 꽤나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첫날인데 어때? 해나갈만 해? 아니, 24시간도 채 안 됐는데 묻는 것도 이상한가"

 딱딱한 말투이지만 첫날인 만큼 그 나름대로 나를 신경써서 해주는 말들.

 "아뇨, 괜찮아요. 즐거웠어요"

 그 말들에 나도 그만큼이나 딱딱한 어조를 버려 최대한 노력해 일반 학생을 연기해 대답한다.
 내 말에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야,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시시한 듯 아닌 듯한 이야기를 나누며 교무실로 향한다.
 그리고 이런 방심한 상태의 나를 노리기라도 한 듯, 거대한 전봇대 하나가 교실을 뚫고 들어와 그대로 나를 덮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얼굴에 튀었다.
 손으로 살그머니 닦아내어보니 그것은 너무나도 새빨간, 피였다.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할 시간도 없이 언제부터 와 있던 것인지 걸어가던 방향의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칫, 단숨에 죽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더니, 다른 놈이 대신 죽었나"

 그곳엔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은 탓인지, 표정이 구겨질대로 구겨져있었다.
 그런 녀석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를 공격한 적이라고 인식하고 순간적으로 만들어낸 산탄총이 한 정.
 일반적인 수동식 산탄총의 탄환은 '드래곤 브레스'라 불리우는, 마그네슘이나 지르코늄 등의 소이제를 포함한 산탄을 발사하는 탄이다.
 10m도 떨어지지 않은 상대에 대해 사용하기엔 너무나도 아까울 정도의 것이 들어있는 산탄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그와 동시에 뿜어지는 엄청난 불꽃이 상대를 덮친다.


 '드래곤 브레스'라는 그 이름 그대로 용의 숨결과 같이 적을 휘감는 불꽃을 복도의 바닥이 솟아올라 막아낸다.
 그 사이에 세이의 손에는 다른 총이 들러있어,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세이가 총의 반동에 못 이겨 자리에서 뒤로 밀려 넘어지고, 날아간 총알은 그대로 상대와 자신의 사이에 있던 바닥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버린다.
 이에 상대가 의외로 놀랐는지 잠시 멍때리고 있자 어느새 일어난 세이가 달려들며 각각의 손에 든 총을 난사한다.
 적지않은 반동을 이겨내면서 쏘아내지는 총알을,

 "짜증나게!"

 전부 부유시킨다.
 총알의 수는 총합 24발.
 분명히 어제의 싸움에서 그는 산탄총의 탄 수에 밀려 부상을 입지않았던가.
 그렇게 생각하는 세이의 궁금증에 대답이라도 해주듯 남자가 외친다.

 "카카캬캬, 대단하잖아!!! 능력을 증폭시켜준다길래, 뭔 개소리를 하나 했더니! 이런거였나!! 카카카캬!!!"

 귀를 통해 전해오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와 동시에 세이가 총을 다시 겨누자, 그 순간 세이의 몸이 떠오르더니 퍽, 하고 세이의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 듯 복도천장에 부딪힌다.
 컥, 하고 눌린 폐의 공기가 빠져나오기도 전에 중력에 의해 쿵, 하고 떨어지는 세이.

 몇번이나 그렇게 천장에 내다꽂혔을까, 천장에 금이 가더니 와르르 무너진다.
 그제서야 상대는 화가 좀 풀렸는지 바닥에 떨어져 기침을 해대는 세이를 보고 웃는다.
 얼마나 즐거운건지 배를 잡고 낄낄 웃어대는 그 모습은 흡사 개그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와 같았다.
 도중,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나누듯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굉음을 듣고 레나드가 달려간 곳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어디서 날라왔는지 전봇대 하나가 교실을 뚫고 복도까지 나와있었으며 그것에 부딪혔는지 보기만해도 죽어있다고 알 정도의 피투성이의 시체, 그 광경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속이 뒤집어져 아무리학교의 복도인데도 불구하고 구토를 해버린다.
 그런 레나드의 귀에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와, 그 방향을 바라보자 몇 미터 안되는 복도의 끝쪽에 한 남자가 배를 부여잡고 웃고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웃긴 것일까, 억지로 시선을 시체로부터 떨어뜨려 걸어나가자 바닥에 누군가가 몸을 움크리고 있었다.

 "세이...?"

 은발의 머리카락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그녀의 이름에, 웃고 있던 남자가 서서히 웃음을 멈추며 레나드를 바라본다.

 "으음? 아는 사이냐?"

 남자의 말을 레나드는 듣지 못했는지,

 "전부 네 녀석 짓이냐?!"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반대로 물었다.
 어째선지 열을 올리는 레나드의 모습에 남자는 흥미라도 느꼈는지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크킄, 내가 그랬으면 어쩔건데, 응-? 애송아"

 그 말에 레나드는 상대가 능력자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적에게 달려들고, 멍청이, 라는 목소리와 함께 공중에 뜬 몸이 천장에 처박혔다 바닥에 떨어진다.
 얼마나 빠르게 솟아올랐는지 단 한번에 천장이 부숴져내렸다.
 남자는 천장의 잔해에 깔려 움직이지 않는 레나드를 보고 웃으며 다가가더니,

 "카카캬, 일반인 주제에 주제도 모르고 덤빈거였냐? 크킄, 진짜 건방짐에도 정도가 있다고!!"

 쓰러진 레나드의 머리를 축구공을 차 듯 발로 찬다.
 그러나 그걸 막은 것은 누구의 손인가, 남자의 발을 잡은채로 잡아당겨 남자를 넘어뜨리고는 일어섰다.
 남자가 생각치도 못한 일에 당황하며 일어나자,

 "내 몸에 손을 데려하다니, 바보로구나, 너"

 방금까지 열혈을 뽐내던 남학생이 자신을 짐이라 칭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까 머리부터 천장에 박힌게 문제였던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접근전으론 체력적으로 불리하다고 여겨 조금씩 거리를 벌려나간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정신이 이상해진 듯한 레나드는 중얼거렸다.

 "뭐, 좋아. 먼저 공격해오는데 피할 이유는 없으니까, 덤벼"

 그렇게 중얼거리는 레나드에서 어느정도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한 남자가 소리쳤다.

 "잠꼬대는 자면서나 해라! 정신병자 자식아!!"

 그런 남자의 목소리를 레나드는 웃어넘기며,

 "아하하하하, 그 정도로 나를 들어올리려고 하는거야? 진짜 바보네. 이 정도는 되어야하지 않겠어?"

 오른손을 대충 뻗어 검지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듯 움직인다.
 그 순간, 학교의 절반이 어둠에 먹혀 사라졌다.


 몸을 추스리고 정신을 다잡아 자리에서 일어서자 학교의 절반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것은 무언가의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마치 처음부터 학교를 반만 지어놓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면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그걸 보고 놀라 잠시 정신을 놓고있자,

 "아차, 내가 너무 심했나? 하긴,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사건의 용의자라고 의심되는 남자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뒷모습은 틀림없이 방금 전까지 같은 교실에 있던 감시대상의 그였다.
 그런데도 어째서일까, 너무나도 달라진 분위기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그를 불렀다.

 "레나드...?"

 내 목소리에 반응하듯 뒤를 돌아서는 레나드는,
 검은 눈에 노란색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마치 달이 밤하늘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눈은 순간 너무나도 꺼림칙해 보여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다.
 그런 나를 보고도 레나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음? 정신 좀 차렸어? 그럼 미안한데, 뒷 일 좀 부탁할게, 친구"

 오래된 친구에게 부탁하는 듯 말하고는 그대로, 털썩, 하고 무릎부터 붕괴되어 쓰러졌다.
 그 말에 자신을 위해 쓰러질 정도로 싸워준 사람을 보고 도망치는거냐, 고 외치는 소리가 머리속에서 들려온다.
 그럼에도 겁에 질린 듯, 움직여주지 않는 다리에, 짝, 하고 양손바닥으로 얼굴을 두드려 마음을 다잡아 쓰러진 레나드에게로 다가간다.
 그러나,

 "이, 개 같은 자식!! 죽여주마!!!!!"

 학교건물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부유의 능력자가 자신의 몸을 띄운채로 나와 레나드가 있는 학교를 통째로 공중으로 띄워올려---

 "거기까지다, 하류[下流]"

 --- 순식간에 지상에서 솟아오른 수십개의 가시에 의해 남자의 몸이 꿰뚫렸다.
 그리고는 꿰뚫린 채로 지상으로 잡아당겨져 지상에 곤두박질쳐진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을 나는 참새가 전설에 나오는 거대한 문어, 크라켄의 발에 잡아먹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크라켄의 모습을 확인하러 절단된 듯한 복도의 끝에 서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짧은 듯 긴 초록색의 머리카락에 키 183cm인 한명의 남성이 서있어 내쪽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오랜만이구나, 세이"

 그는 방금 전 사람을 죽였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네, 그렇네요...... 그랜드 오라버니"

 오랜만에 만난 것 치고는 기쁜 것 같지 않은 내 말투를 어떻게 느꼈을까, 그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상대를 업신여기는 듯한 비웃음을 입가에 머금은 채로 말을 꺼낸다.

 "여전히 약해빠졌구나, 세이. 추적자인지 뭔지에 들어가 강해졌다고 생각했더니, 고작 이딴 하류 중의 하류인 쓰레기에게 그토록 당하다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그랜드의 손에는 하늘빛의 원석이 들려있어 그걸 바라보면서도 나를 향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쪽으로 돌아오는건 어때? 세이. 아무리 약해빠진 너라도 연구실에 처박혀 연구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게 아니냐"

 상대를 무시하는 말.
 몇번이고 몇번이고 들어온 그 말에,

 "아뇨.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도록 하죠"

 그의 모욕 같은 권유를 단칼에 거절한다.
 그러나 이러한 거절에도 그는 입가에서 비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 말한다.

 "뭐, 좋아. 기분이 내키면 말해라.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도록 하마, 세이"

 그는 말을 남기고는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고는 한숨을 내쉰다.
 반쯤 사라진 학교와 선생의 시체, 그리고 심장만 꺼내져 죽은 범죄자.
 아무래도 기분 나빠 보이는 아침의 그 자와 또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만 같다.

 Epilogue


 나는 지금 어째선지 스노우윈터에서 제일 큰 건물인 경찰서의 취조실에 있다.
 영화에서나 보던 거무칙칙한 방에 전등 하나, 회색 책상 하나, 그 위에 전구 스탠드가 하나 올라가 켜져있어, 내 맞은 편에 앉은 경찰분이 그 불빛에 의지해 내 말을 듣고 무언가 적어나간다.
 어떻게 보면 남자 같고 어떻게 보면 여자 같은 그 사람은 경찰임에도 제복이 아닌 검은 반팔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바지를 입고있는 경관은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어깨까지 내려올 듯한 머리를 끈으로 묶고 있었다.

 "그래서 소리를 듣고 달려갔다고?"

 성별이 분간되지 않는 외모와 마찬가지로 목소리 또한 허스키해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 경관에게 실례인걸 알면서도 성별에 대해 묻자,

 '굳이 알 필요는 없다'

 라고 대답하고 본 주제로 들어왔다.
 아까 다른 경관이 이 사람을 부른 이름을 들었는데, 아마 이 정체불명의 경관의 이름은 코르샤인 모양이다.
 내가 코르샤 경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계속해서 질문해온다.
 누구를 보았는지, 누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순간 누군가의 시체가 뇌에 떠올라 구역질이 난다.
 이를 보고 코르샤 경관이 무언가를 중얼거리지만 잘 들리지 않는다.
 어찌됐든 다시 시체 덩어리에 대한 기억을 집어넣고 그 다음 이야기를 꺼낸다.

 "그랬더니 세이가 쓰러져있고 그 이상한 아저씨가 웃고있었어요"

 내가 세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자 코르샤 경관의 표정이 알기 쉽게 짜증으로 물든다.

 "세이? 아, 그 은발 여자의 이름인가. 그래서?"

 안 그래도 차가웠던 말투가 더욱 더 차가워져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세이랑 사이가 나쁘다거나, 그런 느낌인가보다.
 나는 그런 차가움에 덜덜 떨며 대답한다.

 "에-, 저기,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아저씨한테 달려들었다가 천장에 부딪힌 후엔 기억이 없는.. 데요..."

 코르샤 경관은 점점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에 신경도 쓰지 않고 손에 든 펜으로 책상을 일정한 간격으로 두드리더니 이내 종이에서 시선을 떼내어 나를 바라본다.
 남자다운 미남의 아스타와는 반대로 뭔가 여성다운 아름다움을 가진 그 얼굴에 아무래도 여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내 생각을 누르듯 코르샤 경관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그럼 하나 묻지. 너, 능력은 뭐냐?"

 능력?
 아무래도 이 사람은 내가 무능력자인걸 모르는 듯 하다.

 "네? 전 능력 같은건..."

 "속이려면 이미 늦었어, 멍청아. 너가 기절해 있을 때 이미 모든 검사는 마쳤으니까"

 코르샤 경관은 쏘아붙이듯 말하며 한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엔 두 장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아무래도 가슴을 엑스레이로 찍은 듯한 사진의 왼쪽엔 정상, 오른쪽엔 나의 이름인 레나드가 쓰여있어, 그것은 분명 누가봐도 오른쪽이 비정상이라고 할만했다.

 "이.. 이게 뭐죠?"

 너무나도 괴상한 사진을 가리키며 묻자 코르샤 경관은 대답했다.

 "뭐긴, 이게 능력자의 심장사진이다. 보면 알텐데?"

 그 사진의 심장은 무언가 불타오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있었다.


 그 이후로 몇마디의 추궁을 받았으나 증거가 있을리가 전무.
 결국 나는 풀려나 경찰서에서 빠져나왔다.
 출입문을 밀고 나오자마자 있는 기둥에 은발의 천사가-, 아니, 이제 그만할때도 됐잖아, 세이가 서있었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늘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세이, 뭐해? 하늘에 좋은거라도 있어?"

 그러면서 그녀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기에 퍼지는 것은 아름답게 빛나는 별을 수놓은 새까만 밤하늘로, 그 빛은 마치 세이와 나의 앞날을 기약하는 듯한---

 "아뇨, 하늘에 관련된거라면 안 좋은 기억 말고는 없어요"

 ---그런건 없나보다.
 게다가 안좋은 기억이라면 생각할 필요는 없지, 그런 생각을 담아 화제를 전환한다.

 "없냐, 뭐 그런것보다도 이제 어떡하지. 학교도 없어졌고 말야"

 내 말에 그녀는 시선을 하늘에서 떼어 나를 바라보고는, 안좋은 기억이라고 말했던거치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한다.

 "어차피 내일부터 방학 아니었습니까?"

 그녀의 말에 아, 맞다, 하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자 그녀는 조금 미소지었다.
 여태까지, 라고 하기엔 하루도 채 안된 시각이지만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그녀의 웃음.
 그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가 말한다.

 "그보다도 추적자에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레나드"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분명 이 몸이 으스러져 사라지는 날이 오더라도 그 기억은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겠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