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행선지를 모텔로 정한 커플들이 모두 각자의 방을 찾아가게 되면, 이 거리는 무척이나 한산해진다. 기껏 해봐야 한 역 차이지만, 나름 불야성과 같은 노량진과 달리 이 곳 장승배기역 근방은 이런 고층 모텔이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적막하다. 시간도 늦었고, 한 역 차이라면 운동으로 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나는 이 걸어서 3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다닌다. 어차피 아르바이트하는 날은 하루종일 일에만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따로 시간에 낭비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이 시간에 셔터를 내리는 옷가게 하나가 어두운 길목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술집이 닫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지만, 일반 가게라면 너무 늦은 시간이다.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게의 주인은 마지막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있다. 아마도 지금까지 팔리지 않은 것을 걱정하다가 지금에서 나오시는 거겠지. 
 
 "이런 병신..."

 

 갑자기 독한 혼잣말과 함께 한숨이 나온다. 아무 것도 없는 내가 누굴 동정하려 했는지에 대한 반성이다. 어떻게 보면 걸어 다니는 시간조차 아깝게 생각해야 한다. 놀고 싶고, 지금을 즐기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은 맞다. 하지만 어차피 목표를 이루지 못한 나에게 휴일은 사치고, 비록 지금이 조금 힘들 지라도 목표를 위해서라면 남는 시간을 불태워야 것이 맞다. 그렇다고 믿고 달려야 한다. 

 

 좋아, 그렇게 생각하니, 나 자신의 정신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이 생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고 할까? 힘들어도 지금과 같은 마음이면 조금이라도 더 책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든다.

 자, 그럼 일단 집에 가면 토익책부터 읽어볼까 라고 생각한 순간,
 그러지 못할 이유가 생각이 났다.
 지금까지 일에 열중하느라 잠시 머리속에서 떠올리지 못한,
 잊고 싶었던, 하지만 떨쳐낼 수가 없을 것 같은,
 집에 있는 무언가가 떠올랐다.

 

 '수리 크기의 목적은 3시간 걸립니다. 민재 외부 사이에 고정합니다.'

 

 '뭘 고정해. 고정하긴. 갔다올 때 까지 고쳐져 있지 않으면 널 갖다 버릴거야.'  

 

 이 말을 들은 리돌은 그 때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돌렸다. 뭘 잘못 들은 거야? 도대체 어째서, 저런 최신기술을 탑재한 번역기가 가장 중요한 번역이 최악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이런 젠장..."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한숨이 나온다. 기껏 열정적으로 공부할 의지가 잡혔는데, 전혀 생각도 못한, 아니, 제발 갖다 버리고 잊었으면 좋을 것이 발목을 잡는다. 

 

 '달에서 온 소녀’

 

 그래, 이제는 안 믿는게 이상한 일이겠지. 어쨌든 그 녀석이 지금 우리 집에 아직도 붙박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 그리고 이제 그 녀석이 있으면 일어날 일들이 단 몇 초만에 내 머리속을 모두 훑고 지나갔다. 혹시 지금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하늘에서 내리는 벌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무신론자라 신 따위는 믿어본 적 없고, 남 탓 해봤자 손해보는 건 자기 자신인 것도 알고 있지만, 이건 진짜 남탓 하늘탓 좀 해야 겠다. 아니,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시여,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옥탑방의 마지막 계단을 올랐다. 그 곳에는 정말 놀랍게도, '분해'되었던 문이 아무런 흠집도 없이 그대로 벽에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미 사물이 없어졌다 생겼다 하는 것을 아침에 확인한 지금, 새삼 놀라울 것은 없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조금 놀랍다. 어제는 날아다닌 것에 놀라서 기절하고, 오늘은 마치 서커스에서 사지분해쇼를 하는 것 같은 전자레인지 마술에 놀라서 기절하였다. 그리고 지금, 드디어 '있다 없으니까' 이상하다 라는 감정이 무뎌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이란 적응의 동물이라고, 너무 자극이 자주 들어오게 되면 뭐든 무던하게 받아들이게 되나 보다.

 

 비밀번호 6자리를 누르고, 집에 들어간다. 
 잠깐, 지금 생각해 보니, 심지어 비밀번호까지 똑같네. 어떻게?!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엄청난 의문과 함께 입장한 나의 보금자리에는, 역시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하얀 머리의 불청객이 엄청난 표정으로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시선은 이거나 가만히 보면서 있으라고 켜 둔 TV에 고정된 채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리돌은 고개를 삐걱대는 모양새로, 천천히 내 쪽으로 돌렸다. '나에게 무언가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너는 눈 앞에서 사람이 죽는 꼴을 보게 될 것이다' 라는 표정으로.

 

 "배고픈 죽음이 보입니다. 도대체 식사를 하는 방법은 어디에."

 

 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처절한 표정으로 먹을 것을 갈구하고 있으나 입에서는 식사 따위는 필요 없을 듯 한 감정없는 기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일 내내 갈아 입지도 못한 옷으로   저렇게 거지꼴을 하고 있으니 그래도 마른 애가 더욱 더 말라 보인다. 
 나는 지갑과 핸드폰을 책상 위로 던져두며 혀를 끌끌 찼다. 

 

 "아무 것도 못 먹은 거야? 저기 식탁 위에 컵라면 먹으라고 말했잖아?"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내 방에서 나올 생각이 없는 리돌에게, 나는 찬장에서 우동면발 컵라면을 꺼내어 먹으라고 던져주고 나온 것이다. 내가 아무리 불법침입자를 말소하고 싶어한다 하더라도 하늘을 날고 물건을 자기 마음대로 지울 수 있는 '불쌍한' 능력자 소녀를 내치는 것은 도저히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불쌍한' 이다. 절대로 나는 쫄은 것이 아니다. 절대로. 절대로...

 내가 컵라면에 대해서 말을 하자, 리돌은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식사를 하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기부는 해초를 씹을 것입니다."

 

 "해초...뭐?"

 

 어느 정도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건만 언어의 장벽은 역시 높은 것 같다. 물론 나의 절대적인 소망은 이 아이와 빠르게 빠이빠이하고 다시 나의 생활을 원상복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흘러 나오는 불길한 울림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왠지 이 아이는 내 집에서 나갈 것 같지 않다고. 그리고 만약 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내 주위를 맴돌 것 같다고. 그렇다면 얘가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아무래도 나만 고통을 받을 것 같다고.

 

 알게 모르게 찌그러지는 내 표정을 보며 리돌은 무심히 식탁 윗쪽을 손가락으로 가르킬 뿐이었다. 그 곳에는 무참히 부서진 컵라면 용기와, 무수한 이빨자국으로 도배가 된 질기디 질긴 우동면발 봉지, 스프 봉지가 널부러져 있었다. 물론, 뜯겨져 있지는 않았다. 

 

 대충 머리속으로 정황이 그려진다. 분명히 처음 보았을 때도 이 녀석은 옥수수를 속대까지 다 씹어 먹고서는 비닐까지 모두 먹으려 하였다. 지구의 가공식품은 껍데기로 싸여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거겠지. 껍데기에 써 있는 설명서도 읽지는 못할 테니까. 아니면 사실 그저 단순한 바보인 걸지도. 

 

 나는 한숨을 쉬고서는 식탁 위에 무참하게 널브러진 컵라면의 사체(?)들을 치웠다. 그리고서는 다시 찬장에서 다른 일반 컵라면을 꺼냈다. 내 것까지 두 개. 그리고 포트기에 물을 담아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리돌은 옆에서 야식을 준비하는 나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 작업의 수행 준비는 이렇습니까? 민재는 물의 첫 번째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야 당연히 21세기에 컵라면조차 딸 수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한숨을 쉬며 컵라면을 취식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자, 잘 봐. 지금 이렇게 뚜껑을 따면 안에 봉지가 하나 혹은 두개 있을 거야..  그럼 그걸 이렇게 찢어 안에 내용물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3분 기다리면 끝. 오케이?"

 

 어차피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니까. 나는 컵라면 하나의 뚜껑을 직접 열면서 설명의 이해도를 높였다. 리돌은 컵라면 뚜껑이 찌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때 부터 입이 쩌억 열리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정신없이 스프를 뜯는 것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마치 TV에서 쉐프들이 레시피대로 요리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뜨거운 물이 용기 안으로 들어가 스프와 섞이며 국물의 구수한 향이 방 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때 까지 멍하니 제조과정을 쳐다보던 리돌은 그 냄새에 그대로 이성을 잃어 버렸다. 그 때 처음 보았을 때 처럼, 먹을 것을 향해서 무작정 돌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이걸 옥수수 먹듯이 다 씹어먹으려고?!

 

 "야, 야! 이건 먹는 법이 따로 있어!"

 

 마치 맹수가 철창 밖의 고기를 갈구하듯이, 그녀는 너무나도 필사적으로 컵라면에 달려들었다. 나는 황급히 한 손으로 컵라면을 머리 위로 들어 사수하고서는 나머지 한 손으로 리돌의 이마를 잡고 나에게 돌격하려는 것을 저지하였다. 얘도 여자애 치고는 꽤 큰 편이지만 나와는 키 차이가 좀 있다 보니, 결국 닿지 않는 손으로 버둥버둥거리면서 컵라면을 잡으려 애쓰는 그림이 나왔다. 전쟁통에 난민한테 총기 없이 배급을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속을 스친다.

 설명이 먹혔는지 아니면 돌격을 저지 당해서인지, 그녀는 금세 얌전해 졌다. 과연 말을 알아 들은 걸까? 일단 컵라면을 손으로 갑작스럽게 잡아올려서 그런지, 지금 오른손이 뜨거워 죽을 것 같다. 나는 조심스럽게 컵라면을 식탁에 내려 놓자 - 그럼 그렇지, 바로 다시 하얀 소녀의 돌격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번에는 왼손으로 컵라면을 들어 올리면서, 마치 나풀거리는 컵라면 뚜껑이 빨간 깃발이라도 되는 양 투우사처럼 턴을 돌았다. 하얀 소(?)는 돌진하는 관성 그대로 넘어져 방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꽈당!

 

 "괜찮냐?" 

 

 걱정의 멘트로 날린 세 단어가 종결되기도 전에,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서는 가열차게 컵라면으로의 돌진을 다시 감행하였다. 이거 참, 질리지도 않는구만. 나는 그녀의 앞에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그리고 리돌은 그 손가락을 보고서 우뚝 섰다.

 

 "3분! 3분만 기다리라고. 이 음식은 원래 기다렸다 먹는 거야. 알았어?"

 

 그제서야 이해를 했는지, 리돌은 고개를 조그맣게 끄덕이고는 돌진을 멈추었다. 그리고 말 없이 손가락 두 개를 접어 검지손가락으로 침대를 가르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침대에 앉아 나를 - 아니, 내 왼손에 들린 컵라면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 개 키우는 것도 아니고.

 확실하게 진정이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는, 왼손의 라면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서는 내가 먹을 컵라면까지 세팅을 시작하였다. 리돌은 이 일련의 과정을 갈망의 눈빛으로 바라 볼 뿐이었다. 3분이란 시간은 그녀에게는 영겁과도 같지 않았을까. 

 인고의 기다림이 끝나고, 드디어 면발이 모두 익을 시간이 되었다. 나는 싱크대에서 포크 하나와 젓가락 한 쌍을 들고 왔다. 아무래도 얘는 당연히 젓가락 쓰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해서였다. 뚜껑을 열자 감칠맛나는 합성조미료의 향기가 더욱 퍼져 나왔다. 리돌은 참지 못하고 다시 라면으로 돌격하였고, 나는 다시 한 번 그녀를 제재하고서야 먹는 법을 설명해 줄 수 있었다.

 

 "자, 이렇게 포크로 안에 면발만 먹는거야. 이렇게 건져서.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포크로 면발을 찍어서, 컵 밖에서 식히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노르스름한 라면사리가 리돌을 약올리듯 컵라면 용기 바깥으로 고개만 까닥까닥 거리면서 오르내렸다. 물론 이건 뜨거우니까, 데이지 말라고 면을 식히기 위해서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그 광경을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고양이가 장난감이 숨었다 나왔다 하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면발이 조금 식었다 생각되자, 포크에 건 그대로 면발을 용기 옆에 걸고 그녀에게 취식을 권하였다. 이 면을 먹는 거라고,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주지시키는 것도 잊지 않고.

 리돌은 엄청난 속도로 나에게서 라면 용기를 낚아채 갔다. 그리고 포크에 걸린 면발을 그대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기세 좋게 한입 가득 면을 삼켰던 그녀는, 곧 새빨개진 눈으로 입에 든 것을 그대로 다시 컵 속에 뱉어냈다. 그리고서는 기침을 연발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무 급하게 먹더라니. 아니면, 우리나라 라면이 너무 매워서 그런건가?

 정답은 후자였다. 콜록거림을 멈춘 리돌은 눈물콧물을 모두 흘리며 나에게 말했다. 

 

 "민재, 이 음식, 뜨겁습니다. 날카롭습니다. 지구 사람들 모두 이렇게 먹습니까?"

 

 왠지 모를 승리감이 들었다. 지금까지 생각해 보면 이 녀석만 계속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놀래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한 건 한 모양이다. 대한민국의 주력 인스턴트 식품은 역시 세계 어디를 가도 통하는가 보다. 그 왜, 인터넷에 보면 더럽게 매운 볶음면을 외국인 애들이 멋모르고 도전하는, 나름 그런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매운 건 사람마다 상대적인 거니까. 물론 지금 줬던 라면은 그렇게 맵지 않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돌에게는 꽤나 자극적이었던 모양이다. 

 

 "왜, 너무 매워? 이 정도면 매운 라면도 아닌데."

 

 "날카롭습니다. 아니, 맵습니다. 달은 맛이 없습니다."

 

 "아, 그래? 아예 간을 안 해서 먹나 보구만. 그런데 말이야,"

 

 좀 더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우리집 특제 배추김치를 꺼냈다. 참고로 우리 어머니는 전라도 분이시다. 모든 전라도 음식 스타일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우리집 김치는 처음 보는 사람이 기겁을 할 정도로 고추가루가 새빨갛게 묻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먹어보면 생각보다 전혀 맵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나는 좀 더 매운게 좋다고 말씀을 드려도, 언제나 집에서는 감칠맛이 우선이라며 매운 고추가루를 쓰지 않는다. 과연 이 녀석은 이 김치에도 격한 반응을 보여줄까?

 나는 젓가락으로 각종 양념이 듬뿍 묻은 김치 한 조각을 꺼내 리돌에게 보여 주었다.

 

 "한국 사람들은 라면을 먹을 때 꼭 이걸 같이 먹는다고. 먹어볼래?"

 

 리돌은 먹을 거라는 말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포크로 내가 찍은 김치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한번 아삭 거리는 씹힘 소리. 그리고 방금 전에 면을 뱉어냈던 것 처럼, 그대로 컵라면으로 뱉어내는 김치조각. 그리고 번역기를 거치지 않은 청아한 비명소리가 집 안에 울려 퍼졌다. 음. 달의 사람들에게는 역시 '빨갛다' 라는 것이 매운 것으로 인식되지 않는 모양이구만.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른다. 두 유 노우 김취?

 조금씩 조금씩 입에 대며 익숙해 지는 과정이 몇 번 더 반복되었다. 김치를 한 번 먹어보더니 라면은 상대적으로 맵지 않다고 느껴지나 보다. 이제는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듯 국물까지도 홀짝홀짝 잘 마시고 있다. 

 

 "맵습니다. 맵습니다. 그런데 맛있습니다."

 

 "그렇겠지."

 

 이게 한국의 깊은 맛이다 이것아. 리돌의 이마에서는 오늘 아침에 열대야에 문을 활짝 열고 잤을 때 보다 더욱 더 많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마 내가 사천 음식을 먹으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맵다고 안 먹지는 않는 걸 보면, 나름 근성이 있는 녀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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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하고 하루 늦게 올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