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졸린 상태에서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간 글이라 어색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점에는 미리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그러면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다.

 

 나는 어릴적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던 소설인 '813'과, 그 소설의 주인공인 뤼팽에 관하여 얘기해 보려 한다. '813'에는 주인공 뤼팽이 독이 들은 비스킷을, 그 비스킷을 먹은 개가 죽는 것을 보고서도 보란 듯이 집고는 자신에게는 잔꾀가 통하지 않는다 말하며 야금야금 씹어 먹는 장면이 있다.

나는 어떻게 뤼팽이 독을 먹고도 죽지 않았는지를 매우 궁금해했다. 등교하면서도, 하교하면서도 계속 그 생각에 잠겨 있었고, 아마 내가 종일 저런 생각을 하며 지낸다는 것을 누가 알기라도 했다면 나를 미친 놈 취급했을 것이다.

아, 나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던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뤼팽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나는 이 문제에 관하여 많은 가설들을 세웠다. 사실 저 독약은 사극에 자주 나오는 사약 비슷한 거라 뤼팽이 체질 차로 죽지 않았던 거라던지, 저 독은 청산가리였고, 과자를 먹을 때 위산이 평소보다 적게 분비되어 무사했다던지, 아니면 해독제를 섭취했다든지 등등... 심지어는 '위장에 특수한 코팅을 했다!' 라는 생각도 해 봤다. 물론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가설이라 곧장 폐기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가설들 중 아무것도 나에게 만족스런 해답을 제공해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굳이 구구절절 따지며 명확한 해답을 찾는 것보다는, 당분간 그냥 이 문제를 덮어버리고 잊는 쪽을 택하였다.

 

 한 어린이 과학신문 홈페이지에 '괴도 뤼팽이 독을 먹고도 죽지 않았던 비밀은?!' 이란 제목의 기사가 올라오기 전까지는.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뤼팽이 어떻게 해서 죽지 않았는가를 밝혀냈다고?!' 그리고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뻔하지 않은가. 뭔가에 홀린 듯 마우스로 기사를 클릭하고, 스크롤을 내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기사는 낚시였다. 그것도 아주 악질적인 제목 낚시였다! 초반부에만 '괴도 뤼팽은 어떻게 독을 먹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일까.' 라고 하더니, 은근슬쩍 '여기에 독을 섭취해도 죽지 않는 생물이 있다. 바로 ##이다.' 라며 이름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해괴한 소라인지 문어인지의 얘기로 주제를 바꾸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단백질의 형태가 어쩌고저쩌고 특정한 상황에서 반응하지 않느니 뭐라느니 하며 결국은 '뤼팽은 어떻게 죽지 않았는가' 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안 하고 넘어간다.

속았다.

완전히 속았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제목 낚시는 조회수에 따라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명확히 갈리는 정치/연예/스포츠 분야의 소위 '어른들이' 보는 그런 종류의 기사를 쓰는 기자들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허나 아니었다.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과학 상식과 새로운 발견에 대한 소식을 전해야 하는 어린이 과학신문만큼은 그리하면 안 되는 것일 텐데, 결국은 정말 뤼팽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았었는지를 궁금해하던 한 사람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리고 만 것이었다. 물론 뤼팽이 단백질의 형태를 이러저러해서 결과적으로 독이 통하지 않았을 수 있기는 개뿔, 어떻게 그런 게 되겠는가. 내가 아는, 적어도 '813'에서의 뤼팽은 소라인지 문어인지 뭔지가 아니었단 말이다.

 

 어쨌든 낚시제목 기사에 관한 얘기는 충분히, 어쩌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했으니 다음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나는 저 낚시 기사는 집어치우고, 인터넷에서 지식을 얻기로 했다. 뤼팽 시리즈의 연표를 보면 어느 시점에 독극물에 대한 방비책을 세울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네이버 지식백과에 있는 연표를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뭔가 이렇다 할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굳이 찾자면 1993년에 섕 루이 병원에서 외과의학 분야를 섭렵했다는 점 정도였다. 하지만 외과의학은 독극물과는 거리가 먼 분야(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랬다)라 여기에서 독극물 대책을 세웠을 것 같지는 않다.

나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적어도 현재의 내가 납득할 수 있게끔 말이다. 그냥 뤼팽이 독 들은 비스킷을 먹는 장면을, 그러고도 죽지 않는 장면을 놀라운 마술 쇼를 관람할 때처럼 감탄하는 것이다. 작가인 모리스 르블랑이 하려고 하면 '어째서 죽지 않았는가' 에 대한 이유를 그럴듯하게 붙일 수 있었음에도 이유를 글에다 적지 않은 것에는 까닭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트릭이나 꼼수를 밝히는 것보다는, 밝히지 않고 넘어가는 편이 뤼팽의 대단함과 신비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 생각하고 굳이 트릭을 독자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이 아닐까.

 이런 결론이 완전히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옛날처럼 끝없이 생각하고, 가설을 세우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1시가 다 되어간다. 이제 그만 자야겠다.

 

-----------------

여기에는 처음 글을 써 보는데, 열심히 썼음에도 불규하고 지금 보니 부족한 점들이 많이 보이네요.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