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앞엔 메모와 음식이 담긴 쟁반이 놓여져 있다

익숙한 몸놀림

살짝열린 문틈으로 그것을 어두컴컴한 방안으로 끌어들인다

언제나의 일과

메모는 무시한채 죽지않기 위한 최소한의 영양공급을 끝낸후

이제부터가 현실의 시작

초점없던 눈은 접속기를 머리에 씌움으로써 생기가 돌아온다.

접속준비과정이 완료될때 까지가 가장 고된시간

난방때문에 건조해진 입술을 혀로 축이며 몇번인가 눈을 깜빡였을때

준비가 끝남과 동시에 의식이 빨려들어가듯

나는 거짓된 세상과 단절하고 나의 현실에 접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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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피어 온라인

시작은 인공지능의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 조그마한 프로젝트였다

뭔가 거창해 보여도 실상은 여러 상황을 입력하고 그에따른 최적의 판단을 도출하는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규모의 프로젝트일지라도 자금의 문제는 발생하는법.

프로젝트의 인지도도 높이고 겸사겸사 지원해줄 물주도 구할겸

기능의 일부분을 게임으로 만들어 공개한것이 의외의 결과를 낳아버렸다.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버린 게임은 여러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점점 거대해진것이다.

물론 거대해진것은 게임으로써의 기능만이 아닌 인공지능의 실험장으로써도 발전.

이것은 인공지능관련회사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못해 그들을 스폰서 겸 협력자로 끌어모으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은 가히 또하나의 현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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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에서 빛이 생겨나듯 시야가 밝아진다.

대리석으로 높게쌓아올린 신전. 

일견 신화시대에나 어울릴법한 모양세에 고개를 가로젓게 되지만

녹음으로 이루어진 주변경관에 썩 잘 어울린다는것에는 부정할수가 없다.

마치 거인들의 자연휴양림같은곳에 있는 신전이지만 을씨년스러울 만큼 다른인영의 기척이없다.

그러하기에 접속의 시작과 끝은 항상 이장소를 애용한다. 

우선은 신전앞 광장으로 나와 근처의 벤치에 앉았다. 

광장중앙의 분수대는 보는이 하나 없는대도 연신 제 할일을 다하고 있다.

물론 수없이 보아온 저딴 물뿌리개나 감상하자고 벤치에 앉은게 아니다. 

알람아이콘이 점멸하고있는걸 보아 무언가 메세지가 와있는듯 하다.

지금의 기분을 감정표현아이템으로 표시한다면 [!] 과 [?] 그리고 [...] 이겠지

"..."

아마 [혐오]란 단어가 얼굴을 그대로 구겨놓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있는표정 없는표정 다 지어내다 결국 불안감을 안고 메세지를 확인하기로 한다.

-메세지 확인-

기존의 메세지들은 전부 지워놓았기에 메세지화면에 표시되는 녀석은 단 하나뿐

흔들리는 초점으로 내용을 확인한다.

그 내용은 몇줄안되는 업데이트 내용에 관한 시스템 발송 메세지다.

자각하지못한 한숨이 세어나온다.

그 숨에 묻어나오는것이 실망이 아닌 안도라는것은 편안해진 얼굴을 보면 누구라도 알수있을것이다.

다행히도 사람이 엮이는일은 없었다.

              다행히 
나를 잘게부숴 죽이려드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나를 깨드려서 죽이려드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나를 조각내서 죽이려드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나를 분쇄해서 죽이려드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나를 건조시켜 죽이려드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나를 세뇌해서 죽이려드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나를 이해시켜 죽이려드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나는 이로써 내 세상을 지킬 수 있다.

그리 생각하니 하루를 별 탈 없이 보낼수 있을것 같다.

 

-end-

 

각 회사의 뛰어난 인공지능들이 활약하고있는 게임속에서

사람과 엮이려 들지 않는 방콕인생 주인공이 인공지능NPC여주를 만나 

성장하고 극복하는 그런 내용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

만화용 스토리로 대충 생각만 해놓은거라

(제목은 물론 심지어 캐릭터 디자인조차 없음)

더 쓰여질진 모르겠네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