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왔다.

 

 

문이 고장났는지, 열쇠공을 불러서 겨우 열고 들어갔다. 언젠가 바꾸고자 했던 도어락, 결국 돈이 더 깨지고 말았다.

 

 

아무도 없이 조용한 집이다. 일본에서 사온 고양이 장난감이 손을 흔드는 딱딱 소리, 시계가 움직이는 째깍째깍소리.

 

듣기엔 거슬리지만 없으면 더 거슬리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윗집은 조용하다.

 

아랫집도 조용하다.

 

 

연휴라서 그런지, 모두들 여행을 떠났나보다.

 

 

 

보일러를 때지 않았다. 가스비 요금이 밀린건지는 모르겠지만, 괜시리 틀고싶지는 않았다.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샤워를 하기에도 싫었다. 그냥 옷을 입고 가만히 있었다.

 

 

거실이 어째서인지 낯설어보였다. 방들도 낯설어보였다.

 

 

 

소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영화를 보고 싶었다.

 

새로나온 영화를 결제하려니, 비밀번호를 모른다. 모르겠다. 그냥 커피나 먹자.

 

 

 

내가 커피를 태우려보니, 늘 먹던 믹스커피는 아니였다. 새로운걸 샀나보다.

 

 

커피 머신을 작동시키니 향 좋은 커피가 하나 나오고 있다. 그동안 나는 찬장에서 쿠키를 몇개 꺼내 접시에 담았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다가 쿠키가 떨어지는 땡그랑소리가 울리자 조용한 집안에 울려퍼졌다.

 

 

 

커피 한잔 하면서 옛날에 만든 영화를 보는것이 좋다.

 

따뜻한 커피든 차가운 커피든, 액션 영화든, 로맨스 영화든 상관없다. 그냥 나는 이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냉장고에서 조각 케이크도 한조각 꺼냈다. 딸기는 먼저 먹을지 마지막에 먹을지 고민하다 그냥 중간에 먹기로 했다.

 

 

가만히 영화를 보면서 소파에 누운듯이 편하게 앉아있었다.

 

 

 

 

 

 

 

 

누군가 차를 세우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연휴라 방문할 사람도 없을텐데 누구인지 궁금해 고개를 돌렸다.

 

 

 

 

 

 

"뭐야? 너 누구야? ㅁ... 뭐야!"

 

 

 

 

 

 

커피와 케이크를 남긴채 나는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