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밥에 찬 물을 말았다.
밥의 뜨거움에 물은 미적지근해졌다.
한 모금 후륵- 마시자 목구멍을 부드럽게 넘어간다.
밥은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반찬.
쿰쿰한 냄새가 풍기는 냉장고 속에서 하나뿐인 반찬통을 꺼내었다.
계란도 두 개 남긴 했지만 저건 내일 계란찜 해 먹을 거니 남겨둬야지.
지금은 총각김치로 충분하지 않나.
총각김치를 두 개 정도 그릇에 옮겨 담고 물 말은 밥과 함께 컴퓨터 앞으로 가져갔다.
부엌에서 컴퓨터 앞까지 세 걸음이면 충분했다.
뿌연 조명 아래 익숙하게 컴퓨터를 켰고,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을 키고 5분 정도가 지났을까.
5명이 내 방송에 들어왔다.
늘 보이던 그 사람들.
-ㅎㅇ
-오늘은 뭐 드시고 계심?
-말하
채팅창은 드문드문 올라갔고, 나는 총각김치를 아삭- 씹으며 채팅에 대꾸했다.
“총각김치랑 밥이에요.”
보기엔 볼품 없지만 이거 생각보다 맛있다.
매일매일 이렇게 먹다 보면 질리기도 하지만, 간장 밥 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월 600벌면서 맨날 먹는 게 뭐 그따위임
“언제적 이야기에요. 전 이제 하꼬인데.”
자칭 충신이라는 시청자의 말에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지금은 평균 시청자가 2~30명이지만 나도 한때는 평균 수백 명이 보던 중견 방송인이었다.
문제는 인터넷 방송인의 수명은 특별한 게 없는 이상 무척이나 짧다는 거고.
나는 운으로 반짝 뜨긴 했지만, 특별한 게 없어서 얼마 못 가 퇴물이 되었다는 거겠지.
유튜브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구독자는 4만 명가량으로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었으나 영상의 조회수는 잘 나와 봐야 몇천 정도.
편집이랑 썸네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운영을 중단했다.
“그나저나 여러분은 오늘 하루 뭐하고 지냈어요?”
물 말은 밥을 우물우물 씹으며 의미 없이 던진 말에 채팅이 올라온다.
속도는 굉장히 느렸다. 그마저도 똑같은 사람이 몇 개씩 짧게 치는 것들이 대부분.
시청자 수는 13명이지만, 대부분은 방송을 습관처럼 켜놓기만 할 뿐,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거겠지.
내가 비록 하꼬가 되었지만 방송경력은 이제 2년이 되어가는 만큼 대략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은 잘 알고 있다.
오늘 과장한테 엄청 까였다.
오늘 하루도 백수처럼 지냈다.
그런 걸 왜 물어보냐 상처받게.
뭐 시답지 않은 말들.
나는 그런 그들의 말에 베시시- 웃어 보였다.
매일 물어보는 말이지만, 시청자들의 말은 매번 달랐다.
혼자 밥 먹는 게 싫어서 방송을 키는 나에게, 시청자들의 이런 말들은 친구와 함께 밥을 먹는 것 같아 조금은 즐거워진다.
어쨌든 이제 내 차례인가?
“저는 이번에 면접을 봤는데 떨어졌어요. 말할 기회도 안 주는 거 있죠?”
과장되게 삐졌다는 듯 말했지만 말 자체는 사실이다.
하꼬 방송인이 방송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 리가 없고, 취직은 필수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상황도 아니지 않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말만 벌써 4번째 아님?
-이쯤 되면 말랑님에게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요?
시청자들의 짓궂은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맨날 나에게 장난을 치시지만 이번엔 조금 슬프다.
총각김치를 아삭아삭 씹으며 시청자에 대한 서운함을 삼켰다.
다리가 불편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힝.”
귀엽게 내 기분이 언짢음을 표현하자 채팅창은 그게 웃기다는 듯 ㅋㅋㅋ를 쳤다.
에휴- 그래, 이 사람들에게 위로를 바라는 게 이상한 거겠지.
어느덧 밥은 다 먹어갔다. 소식을 하는 나에게 밥 반 공기에 총각김치 두 개면 충분히 배가 부르지 않나.
“잠깐 그릇좀 치우고 올게요. 알아서들 놀고 계세요.”
별다른 논란으로 인해 하꼬가 된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재미가 없어서 시청자가 줄어든 만큼, 나에게 적대적인 시청자는 없었다.
뭐,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친목이 단단하게 자리 잡은 고정 시청자들로 인해 병머금 되어 별다른 분탕도 못 치고 사라지기 마련.
그걸 과연 좋아해야 하는 걸까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방송이 다시 커지기란 요원한 일.
아예 뜨지 않은 하꼬의 경우 미약한 희망이라도 있지만.
떴었다가 하꼬가 된 퇴물의 경우는 아예 뜨지 않은 하꼬에 비해 방송을 키우기가 몇 배는 더 힘들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닌가.
증명이 안 된 원석과, 노잼인 게 증명된 흔한 돌덩이.
친목이란 스트리머가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지만, 이미 방송이 커질 수 없는 환경인 만큼 놓아줘도 되겠지.
어차피 나도 더이상 방송에 집착하지 않는다.
우연치 않게 빵! 떠서 얻어냈던 잠깐의 인기와 돈이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닿지 못하는 것에 집착하는 건 정신병이지 않나.
설거지를 끝냈고, 다시 컴퓨터 앞에 돌아와 아아- 소리를 내어 마이크의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다행히 마이크는 정상 작동 중.
요즘 갑자기 소리가 안 들리기도 해서 걱정이다.
돈이 없어서 완전히 고장나면 앞으론 메모장으로 소통해야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잘 들리죠?”
-ㅇㅇ설거지 하는 소리까지 잘 들었음
-그래서 님 레벨이 몇이라고요?
“제가 왔으니까 님들끼리만 아는 이야기 하지 말고 저도 끼워주세요.”
시청자끼리 서로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내 채팅방을 자기들 톡방으로 사용하는 일이 빈번한데.
이럴 때마다 조금은 짜증이 나는 게 사실이다.
내가 방송의 흥행에 관심이 없어 시청자분들의 친목을 방조하고 있다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이 방송의 주인 나잖아.
“저랑 안 놀아줄 거면 다 나가요. 어차피 님들 단톡 있는 거 다 알고 있거든요? 거기가서 이야기 하던 가요.”
의자에 앉아 바닥에 닿지 않는 다리를 휘적거리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자 그제서야 시청자중 몇 명이 나를 달래려 아부를 하기 시작한다.
시청자 수는 18명이 되어 갔지만 채팅을 치는 건 여전히 세 명뿐.
내 방송은 사실 저 세 명의 놀이터가 아닐까.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무언가 탐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을 때 짤랑- 갑작스러운 효과음이 울렸다.
[ㅇㅇ님이 1,000원 후원!]
그분이 들어오셨었나 보다.
방송을 키면 아무런 내용도 없이 무심히 1,000원을 던지는 분!
“아이고! 천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 라면 사 먹겠습니다! 잘먹겠습니다!”
천원 치고는 과한 리액션이라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긴 한데.
땅을 파봐라 1,000원이 나오나.
-저분은 매일 같이 주시네
-ㄹㅇ
“님들 대신 해서 채팅방 이용료 내주시는 거 아닐까요.”
맨날 내 채팅방에서 친목하면서 이 게임 해달라 저 게임 해달라 말만 하고, 정작 큰마음 먹고 그 게임을 사서 방송에서 해주면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는...
갑자기 시청자 분들이 괘씸해서 딱밤 때리고 싶어졌다.
정수리에 진짜 세게 한 대만.
딱 한 대만 때리면 소원이 없을 거 같은데.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한숨이 푹 흘러나온다.
아 맞다, 오늘 할 말있었는데.
시청자 분들이 너무 짜증나서 잠깐 까먹고 있었다.
“어쨌든 저 이제 진짜 생활이 힘들어져서 취업에 집중하려고 해요. 방송을 완전히 그만두는 건 아니고, 조금 휴방이 많아지는 정도?”
-아니 한참 잘 나갈 때 벌어놓은 돈 다 어디갔어??
-그냥 방송하기 싫다고 말해! 마음을 숨기지 마!
그래, 한참 잘 나갈 때 돈을 많이 벌긴 했었지.
저 말이 거짓말은 아니다. 만약 그때 그 돈을 저축해 놓았다면 몇 년간은 놀고먹기에 충분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축을 했을 경우 아닌가.
내 돈, 어머니 카드값으로 전부 나갔다.
내가 돈을 잘 벌 때 앞으로도 잘 나갈 줄 알고 어머니 카드값을 전부 다 내가 낸다고 했던 게 문제였다.
어머니는 내가 잘나는 걸 인지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아주 펑펑 쓰셨다.
내가 버는 족족 어머니의 카드값으로 나가서 이게 맞나 싶었지만 효도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잘 나가던 것에 비해 나는 너무 재미가 없는 인간이었다는 것이고.
갑작스레 빵 떴던 만큼 인기도 금방 사그라들었다.
어머니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평상시의 소비패턴으로 돌아왔지만.
그런다고 내 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인기가 시들어서 600명 보던 방송에서 300명으로, 그리고 200명으로, 90명으로, 기어이 지금으로 와서 2~30명으로 볼품없이 쪼그라든 방송.
그리고 내 통장에 남아있는 돈은 단 150만 원.
아직 막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유를 부리기에도 어려운 상황.
한시라도 빨리 안정적인 직업을 구해야 했다.
아니면 어렸을 때 그러했듯 설탕물로 하루를 때우는 일이 발생해버릴 거다.
머그컵에 담은 수돗물을 홀짝이며 생각을 끝냈다.
이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
대충 시청자들의 이야기에 사실 방송하기 싫어서 그렇다- 며 긍정을 표했고.
그런 내 말에 초심을 잃었다, 시청자가 좆으로 보이냐는 둥 거친 반응을 보였지만 뭐 어쩌겠는가.
감당해야지.
어차피 저 사람들도 그냥 장난치는 거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주 7일 방송에서 주 3~4일 정도로 바뀔 거예요. 이해해주세요-”
일방적인 통보였으나,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나!
소금 한꼬집과 설탕물 시절로 회귀하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사람이 살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나는 모니터에 대고 애교가득 담아서 바보처럼 헤헤- 웃어 보였다.
짤랑-
[ㅇㅇ님이 10,000원 후원!]
-메일 확인해주세요.
“...엣.”
갑작스럽다.
매일 천원으로 쿨하게 후원해주시던 분의 만 원짜리 후원.
그것도 메일을 확인해달라는 요구.
불안함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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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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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물 스트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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