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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6일 수 오후 1:00


한  남자가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부스에서 씻고 있었다.

그는 마치 곧 있을 어떠한 일을 준비하는 것처럼 군살없이 근육이 잘잡힌 몸의 구석구석을 닦으며 기분좋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말리며 화장실에서 나오자 어떤 여자가 침대위에 옆으로 누워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은 얇은 몸은 커튼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에  회색빛으로 어두운 방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갈색 머리를 말리며 다가오던 남자는 수건을 멀리 던지고 침대위에 올라와 누워있던 여자의 볼을 어루어만졌다.

남자의 손길에 그녀는 미소지으며 따듯한 물로 덥혀진 포근한 손에 멍이 든 얼굴을 좀더 가져다 댔다.

그런 그녀에게 응답하듯 침대위로 올라온 갈색머리 남자는 상대의 목을 입술로 천천히 훑으며 한 쪽 팔로 멍이 나있는 여자의 허리를 다른 한 쪽 팔로 목을 감았다.

여자에게서는 향긋하고 은은한 살구 냄새가 느껴졌다.

갈색머리의 남자는 결심한듯 멍이든 그녀의 두 손목을 한손으로 머리맡에 눌러 놓자  여자의 몸 구석구석의 타박상들과 찰과상 등의 상처들이 드러났다.

짖눌리던 여자는 자세가 불편했는지 몸을 비틀어 움직이려고 했지만 갈색머리의 남자는 단호하게 그의 손목을 더욱 강하게 조이고 더욱 체중을 실었다.

이내 이 둘은 키스를 시작했다.


5월의 차가운 새벽공기가 커튼사이로 들어와 시계알람보다 먼저 이승준을 깨웠다.

이승준이 눈을 뜨자 앞에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남자가 있었다.그는 상체를 일으키고 어질러져있는 머리를 쓸고는 침대에서 벗어나 씻고 바지와 정장을 입었다.

이승준이 현관문을 열고 집에서 나가려는 순간 어떤 손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새벽에 어디가?…”

멍투성이의 여자가 -그녀의 몸은 리넨 셔츠만이 걸쳐져 있었다.-이승준에게 물었다.

이승준은 상처투성이의 여자의 눈을 보고는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일,출장가서 3일정도 있다가 올거야.”

작은 목소리 그리고 

“조금만,조금만 더 있다가면 안돼?...”

“늦으면 안돼는거 알잖아.”

“10분정도만 안아…”

그때 이승준이 그의 오른손으로 멍투성이의 남자의 양 볼을 강하게 쥐었다.

“한민정.어리광부리지마.”

이승준은 화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한민정은 이승준의 손에 자신의 어금니와 볼에 심한 고통을 느끼며  흐느겼다 .

“흐으으으!”

그녀는 양팔로 이승준의 손을 때려 노력했지만 체격부터 크게 차이가 나는 그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승준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한민정에게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애가 아니잖아,민정아.어리광부리지마.”

이승준은 한강민의 얼굴을 놓아주고는 그의 볼에 키스했다.그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사랑해.”

 그리고 문 밖으로 나갔다.

“나도 사랑해...”


한민정은 아침이 되기도 전에 아파트에서 나와 그가 매일 가는 편의점으로 갔다.그는 이승준과 연애한 뒤부터는 외출할때마다 계절에 상관없이 어두운 남색계열의 후드티와 긴 바지를 입었고 편의점에서 담배를 고르던 오늘도 역시 그랬다.그녀의 하루일과는 항상 담배를 태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돛대를 피우고 나서 사놓는다는 걸 깜빡했네.”

그녀는 살구맛이 나던 담배만을 즐겼다.한강민은 이 담배를 피울 때 마다 불평했다.

“시가도 아니면서 시가랍시고 이름을 붙여놨어.”

하지만 그녀가 다른 담배를 피우는 일은 없었다.

한민정은 계산대 앞에 섰다.그의 앞에는 민은우가 -그는 이 시간대에 항상 일했다. - 알바일을 하고 있었다.그는 담배곽을 두 손가락으로 꺼내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이거지?”

“네,오빠”

그는 항상 한민정을 친절히 대했다.

그는 담배를 건네주었다.

“아침먹었어?”

“아뇨.”

그는 계산대 밑에서 간편식을 꺼내들었다.

“아침은 챙겨먹어야지.먹을래?”


한민정은 햄버거의 비닐포장을 뜯으며 말했다.

“오빠,근데 손님 안받고 밖에서 이렇게 먹어도 괜찮아요? ”

“아침에는 사람도 많이 안와서 괜찮아.”

그는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한 입먹었다.

“올 수도 있기는 한데 불 끄고 문 잠가두면 돼. 아!아저씨 그 편의점 아직 안열었어요 !”

한민정이 고개를 돌리자 어두컴컴한 편의점앞의 키작은 남자가 보였다.

“와,알바가 이래도 돼요?사장님 불쌍하네”

한민정이 햄버거들고 작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괜찮아.잘리면 돼.”

“에이 그게 뭐에요.”

그녀는 곽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담배는 갈색인데다가 얇아서 꼭 종이빨대를 빠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식후땡이야?그게 그렇게 맛이 좋아?”

“네,혹시라도 끊으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하루 한번씩 밖에 안 피우니까.”

“나도 담배 피우는데 뭐. 요즘 남자친구랑은 어때?”

이말을 듣자 한강민은 앞머리에 가려진 이마의 상처가 다시 욱씬거렸는지 인상을 썼다.

그는 가슴속 깊은곳까지 궐련의 뜨거운 연기를 빨아들이고는 붉어진 얼굴,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모를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늘 좋죠 뭐.매일 사랑한다고 하면서 뽀뽀도 해주고.”

입에서 뿜어져나온 연기사이의 그녀의 미소는 미소가 아니었다.

민은우는 한민정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뭔가를 결심한듯 의자를 플라스틱 탁상으로 더 당겨 앉았다.

“민정아.”

“네?”

“걔 만나지 마.”

이후 긴 침묵이 계속되었다.

한민정의 입에서는 연기가 계속해서 뿜어져나왔고 얇은 담배는 점점 더 짧아졌다.

민은우의 질문이 침묵을였다.

“너.한여름에도 후드티입고다니고 이마는 앞머리로 가리고 다니는거,뭘 감추려고 하는거야?”

질문을 듣자 한민정의 얼굴은 아무말없이 굳어졌다.

“민정아.너 걔를 만나서 얻는게 뭐야.사랑?관심?네 몸 좀 봐.그 몸의 상처...하…씨 새벽에 사람이 왜 계속와,아! 7시에 오세요!!!야,넌 그놈한테 매일 맞고 맞고 맞는데 아무렇지도 않아?그 상처들 다 티나.내가 널 난 본지가 언제인데.아니 일어나지말고 듣고 생각해봐. 너가 그 자식만나봐야 좋을 건 없어! ”

한민정은 자신의 반도 안남은 담배를 먹다남은 햄버거에 꽂아 불을 끄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