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劍).

인간이 청동기 시대부터 본격전으로 사용한 살상용 무기.


뛰어난 성능을 가진 보호 도구이며,약탈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 이 검은 현대로 와서는 매우 바뀌었다.


비겁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즐기는,전 세계 사람들이 애용하는 스포츠로.


5년마다 열리는 대회인 '검 올림픽(Sword Olympics)'은 지구 인구 약 70억 명 중 약 절반인 35억 명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거대한 대회였다.


토너먼트식으로 우승자를 가려내는 이 대회는 1900년대부터 시작했다.


우승자에게는 손잡이에 올림픽의 문장이 새겨진 트로피와 우승 상금 50억 원까지 받는다.


물론,한번 우승하면 대회의 참가 자격을 박탈당한다.


대신 심사위원으로는 들어갈 수 있다.


신인들을 배려한 조치였다.


2020년.


이번 년도 검 올림픽이 열렸다.


[지금부터 개막식을 시작합니다!]


축구장의 3배 크기인 경기장에서 경기 진행을 맡은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러퍼지자.


개미같은 관중들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파아아앙! 피슝!


다채로운 색깔의 불꽃이 경기장의 하늘에서 펑펑 터졌다.


별 모양이라던가,불가사리 모양,불꽃이 촉수를 낼름거리며 사방으로 뻩어낸 모양들이 빛나더니 공중에 녹아 사라졌다.


이때,웅장한 음악이 퍼지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첫 번째 경기는 '쾌검의 귀재',승하림 대 '영광의 기사',레이빈드 알의 대결입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넓은 경기장 위로 두 명의 검객이 올라왔다.


비교적 가벼운 무장에 타도(打都)를 허리에 찬 쾌검의 귀재,승하림과 전형적인 기사 무장에 롱소드를 등에 진 영광의 기사,레이빈드 알이였다.


승하림은 신속과 속공이였고,레이빈드 알은 방어와 묵직한 공격에 강했다.


관중들은 긴장하면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과연 신속이 이길 것인가? 아니면 방어가 이길 것인가?


경기를 시작한다는 사회자의 말이 두 명의 검객의 귓전을 때렸다.

먼저 검을 뽑은 것은 승하림이였다.


은백색으로 반짝거리는 검신이 뱀처럼 앞으로 팍 튀어나와 레이빈드의 허리 부분을 내리쳤다.


한 박자 늦었지만 레이빈드도 롱 소드를 등에서 빼내어 승하림의 어깻죽지를 베었다.


승하림이 착용한 사슬 갑옷에서 몇 개의 사슬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이야얍!"


기합을 내지른 승하림은 뒤로 내빼어 레이빈드의 판금 연결부위를 찌를려고 자세를 잡았다.


쾌도수는 속도가 곧 생명인지라 승하림은 발 뒤꿈치를 들어 탄성을 주어 앞으로 튕겨나갔다.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을 레이빈드가 아니다.


롱 소드를 양손에서 아밍 소드를 잡는 것처럼 한 손으로 잡은 뒤 두껍디 두꺼운 건틀렛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레이빈드는 한 손에 잡은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승하림은 앞으로 한 바퀴 굴러 간단히 레이빈드의 롱 소드를 피해버리고는 건틀렛을 발로 차버린 뒤, 판금의 연결 부위에 검을 가져다댔다.


레이빈드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터라 초 근접전에는 공격 불가 상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호루라기가 울리고,심사위원들은 승하림을 승자로 결정했다.


승자,패자 상관없이 감정 싸움으로도 가지 않는지라 승하림은 검을 때고 레이빈드의 어깨를 두들겼다.

이내 관중들의 환호성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고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번째로는 '무패',강진우 대 '생사자',아셀 메인즈의 대결입니다!]


이제,내 차례다.


강진우는 참가자석에서 일어나 경기장으로 걸어나갔다.


환호성이 울리고,색색깔의 조명이 두 참가자들의 모습을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