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지중지 기르던 곰팡이가 망가졌다. 망가졌다고 말하는게 맞을까? 곰팡이는 세력을 넓히지 못하고 책상 한구석에 뭉쳐있었다.

먹이가 부족한가 싶어서 근처에 빵부수러기를 뿌렸지만, 빵 위에 곰팡이가 필뿐 책상을 곰팡이화 시키지는 못했다.

곰팡이를 처음 기른것은 4월이었다. 나는 그동안 거듭해서 졸업을 했고 내 후배들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정말 아쉬운 일이었다. 선배는 본디 후배들에게 깨달음을 전파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것은 선배 실격이었다.

그렇기에 후배들에게 생물학적 깨달음을 안겨주고자 책상을 곰팡이로 뒤덮자고 결심했다. 그러나 처음 2달간은 빠르게 퍼져가던 곰팡이가 이제는 성장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답답했다. 무엇이 곰팡이를 자라지 못하게 하는건지 알 수 없었고 비참했다. 책상 표면을 사포로 갈아보거나 영양제를 뿌리기도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솔직히 이상하지 않은가. 곰팡이가 자라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친구를 의심했다. 내 친구 김등등... 걔는 항상 내 곰팡이를 싫어했다. 퀴퀴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걔는 수차례 곰팡이를 제거하려고 시도했으나 나의 강력한 응징에 굴복했다. 아니 이제보면 굴복하지 않은 것일수도 있었다. 나는 곰팡이를 감시해서 누군가가 적대행위를 하는것은 아닌지 확인하기로 다짐했다.

하교시간이 되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곰팡이를 감시했다. 그러나 곰팡이에 접근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한짓이 아닌걸까? 아니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곰팡이를 공격하는 것일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 수단은 무엇일까?

어쩌면 화학적인 공격을 하는걸수도 있었다. 나는 집에가서 리트머스 종이를 구입했다. 그리고 다음날 곰팡이 근처에 리트머스 종이를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곰팡이로부터 2mm 떨어진곳에 가져다댄 푸른 리트머스 종이는 모두 붉게 변하였다. 게다가 냄새를 맡아보니 식초 냄새가 났다.

나는 그날부터 매일 책상을 조심스럽게 닦아냈고 1달이 지나자 곰팡이가 유의미하게 성장한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달이 지나도 곰팡이는 성장하지 못했다.

하교후에 감시를 해도 사람이 오는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 일찍 와서 감시했으나 그래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곰팡이가 자라지 못하게 한걸까? 곰팡이를 조심히 관찰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곰팡이 부수러기가 발견된 것이다. 누군가가 곰팡이를 거친 것으로 갈아낸것임이 분명했다.

나는 마지막이다 라는 심정으로 주말에 학교에 가서 감시했다. 6시간을 기다리자 누군가가 오는것을 볼 수 있었다. 김등등 이었다. 등등은 주머니에서 사포를 꺼내더니 곰팡이를 약간 갈아냈다. 딱 걸렸다.

나는 김등등에게 화를 냈다. 그러자 김등등이 말했다.

"곰팡이를 왜 기르는거야? 그건 민폐야. 선배가 되가지고 후배한테 곰팡이를 남겨주고싶니?"

"어. 곰팡이가 얼마나 좋은데!"

김등등은 할말을 잃었다. 그날부터 나는 곰팡이를 방해받지 않고 기를 수 있었고 겨울방학이 끝났을때는 곰팡이에게 완전히 잠식당한 책상을 볼 수 있었다.